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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Aug 11. 2022

공동집필.

Waltzers by Jack Vettriano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비디오 게임을 보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이 게임에서 모든 레벨을 통과하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거야?" 그러자 남편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무리 레벨을 높여도 프로그램의 레벨도 함께 진화하기 때문에 이 게임 속에 끝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남편에게 물었다.


"근데 왜 이 게임이 재밌어? 끝도 없는 게임을 계속하는 거잖아. 끝이 있어야 무언가를 해냈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러자 남편이 이렇게 대답했다.


"쾌감은 끝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조용히 '아하!'를 외쳤다.




삶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도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신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은 당신에게 또 다른 도전을 안겨준다. 이제 좀 편안해질 만하면 또 무언가 할 일들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해탈을 하고 진리를 깨닫고 평화를 얻었다고 해도 삶은 그에 맞추어 진화를 거듭하며 당신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이끈다.


그러면 왜 이 끝도 없는 도전을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해 버리고 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재미가 없다. 결국 우리는 이 어렵고 괴로운 인생이라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삶의 목표는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작가가 나의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삶의 목표가 성공이나 행복이나 해탈이 아닌, 삶을 사는 것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오는 괴로움을 단순한 고통이 아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 들어야 한다.




월호스님의 '아바타라 안심이다'라는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바타이기 때문에 늙고 병들고 괴로운 것은 내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아바타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정한 나는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게이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집착하고 애쓰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 아바타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그를 성장시키는 일은 게이머의 일이지 아바타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신뢰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면 된다.




남편에게 게임을 하면서 도전을 계속하는 것 말고 좋은 점이 또 무엇이 있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도전하고 재미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한번 무릎을 치며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삶 속에는 인연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도전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고 남편은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계속 남편과 대화를 하며 이 글을 완성했다. 남편은 게임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글에 이런저런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글쓰기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남편 덕분에 또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역시 인연이 도전을 더 즐겁게 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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