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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Oct 05. 2022

아파서 감사해.

Les Pivoines by Andre Brasillier




나는 미국의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를 위한 미역국을 끓이는 일이었다. 가족도 없고 코로나로 인해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던 나는 산후조리라는 것을 못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몸이 완전히 망가진 사람처럼 아프다. 엄마는 나에게 멍청해서 몸 관리를 못했다고 말해 가슴에 비수를 꽂았지만, 멍청한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산후조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다.


나의 딸 아라는 태어날 때 울지 않았다. 갓 태어나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에 실려가 허리며 팔이며 다리에 바늘을 꽂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안아보지도 못한 아이가 행여나 엄마 한번 만나 보지도 못하고 잘못될까 싶어 정신이 나가 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었고 이유 없이 불안정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아라의 방을 치우고 또 치웠다.


그때, 온몸에 바늘을 꽂고 있는 아라를 보며 차라리 내가 아프게 해달라고 펑펑 울며 너무나도 간절하게 신께 기도를 해서일까? 2주가 지나고 돌아온 아라는 두 돌이 지나도록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했고 나는 허리며 팔이며 다리며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2년을 꼬박 아팠으니 정신이 너덜너덜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산후 우울증과 고혈압까지 오면서 병원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가야 했고 하루가 약을 먹느라 다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견뎌내도록 해주었던 것은 명상이었다. 명상을 하며 몸속의 통증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리고 통증에 저항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통증이 느껴지면 언제나 가슴을 열고 통증을 맞이했다. 괴로움에 수축되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고통을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통증을 느낀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가 난다고 화를 내야 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몸이 아파도, 삶 속에 고난이 다가와도 나는 괴로워하며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몸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나는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감정이 휘몰아치는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감정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플 때면 언제나 명상을 한다. 그리고 가만히 통증에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통증이 나와 분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통증은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나는 통증을 바라볼 수 있기에 그 통증이 아닌 것이다. 감정이 나를 집어삼킬 때면 조용히 감정을 마주한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기에 나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조용히 나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내가 아닌 것들을 분리하고 그 분리와 함께 나는 분리되어 있던 진정한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다.


아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고통은 감사한 것이다. 고통을 느낌으로써 고통과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은 내가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그것을 끌어안고 나라고 여기며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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