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와 엄마들의 궁금증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중 주변 분들이 정말 많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특히 같이 등하원 때 만나는 할머니들과 아이들 친구의 엄마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지 않나요?"
"1달 동안 저랑 지내며 2-3번 정도 찾았네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혼자 잘 보고 있다는 자신감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건 많은 분들이 엄마가 아이들에게 그만큼 큰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분명히 아빠가 대신하지 못하는 엄마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많이 엄마를 찾지 않는 것일까? 아이들이 이제 부모와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는 다시 만난다는 확신의 믿음이 있기 때문일까? 내가 너무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잘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공포 정치로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을 못 하게 한 것일까? 생각을 하다 보니 몇 가지 것들이 떠오릅니다.
1. 아이들의 루틴을 해치지 않는 것
아이들의 루틴에서 변화한 것은 엄마의 역할을 아빠가 '수행'해내었습니다. 계획한 대로 해낸 것이지요. 아침은 원래 제 담당이기에 제쳐두고, 하원 후 픽업부터 저녁식사, 샤워, 자기 전 책 읽기 등 매일 해오던 것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행위는 완료하였는데 마음을 잘 어루만졌는지는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아빠와의 시간이 어색하지 않은 것
아직은 부모의 육아부담은 엄마에게 조금 더 치우친 집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아내의 친정어머니의 도움도 포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아내는 둘 다 직장인이기에 평소 육아의 많은 부분을 나눠왔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전에 제가 아침을 먹이고 등원을 하고, 오후에는 아내가 하원과 저녁을 먹이고, 저녁에 샤워는 되는 사람이 맡았습니다. 사실 서로 계약서 같이 이거 너 하고, 이건 내가 하고 이렇게 칼로 자르듯 나누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암묵적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또 제가 요리를 좋아하기에 주말에는 거의 제가 요리를 전담하기도 했죠.
3. 음식 맛이 유지된다는 것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주는 것도 좋아합니다. 주중에는 미리 해놓은 것들을 데워 먹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주말에는 제가 주로 요리를 맡아 아내와 아이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집에서는 제가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거든요. 아이들도 제 요리를 좋아해 주었고, 둘째는 먹을 때마다 아빠 최고 '따봉'을 날려주기도 합니다. 엄마가 생각나지 않는 아빠의 요리실력이 있었지 않았을까요!
4.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주말
저도 아이들과 매일을 보내는 것이 솔직히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도 매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매일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같은 규칙들이 있으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할 테지요. 저와 아내는 주중에 저희가 아이들을 다 케어하는 대신 주말에는 양가 조부모님 집에 들러 반나절이나 최대 2박 3일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TV도 정해진 시간만 봐, 달콤한 간식들도 많이 먹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와는 다르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기들만의 유토피아겠지요. 물론 저도 함께 자유를 느껴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빠가 엄마의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유전적/환경적 상황과 성별에 따라 아빠와 엄마의 존재적 의미가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큰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양기둥을 잡고 버티는 신전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파라솔을 함께 잡고 아이들과 그늘에 서 있는 가족의 모습은 어떨까요?
엄마가 타지에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아빠와 한 달 동안 용기 있게 기다려준 것 아이들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를 챙겨준다고 아이 친구들의 부모님께서 밥도 나눠주시고, 응원하는 말씀을 나눠주신 것에도 참 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나 혼자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이런 이웃들을 만난 것이 이 기간을 저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큰 복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아내가 이 글을 보고 다른 생각이 드신다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