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놀러왔다.
4월에는 처형께서, 그래고 5월에는 엄마와 동생이 호치민에 있는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약 1두일 가량 함께 지내며 재미난 곳도 가보고 아이들과 함께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나천 곳에서 함께 적응하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이모, 할머니 그리고 삼촌이 오니 정말 들떴습니다.
평일에는 아빠와 함께 가던 수영장이나 축구장, 키즈룸에도 이모나 할머니와 함께 가고 싶어 합니다. 저랑 노는 건 솔직히 지겹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도 요즘은 날이 너무 더워 처음처럼 아주 열심히 놀아주지는 못했습니다. 이점은 반성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문해준 가족들은 집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풍성① 냉장고
우선 두 팀(이모, 할머니와 삼촌)이 방문했을 때 모두 냉장고가 우리 가족만 있을 때보다 확실히 다양한 품목들이 쌓였습니다. 마트에 한 번 씩 다녀와 사는 품목은 좋아하는 것에 따라 달랐지만, 이사오고 듬성듬성하고 냉장고 안에서 불 빛이 환하게 보였던 냉장고는 이제 더는 없습니다. 특히 제일 하단의 과일과 야채칸은 값 싼 채소들과 열대 과일들로 가득 찼습니다. 저도 아직 사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채식을 선호하는 이모는 다양한 채소들과 과일로 샐러드와 라페 등 뱃속이 건강해지는 한주를 함께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주 빠른 요리 솜씨로 된장찌개, 김밥과 같이 한 끼 든든한 한식을 위한 재료들이 많아졌습니다.
풍성② 맛집/가봐야할 곳 리스트
사실 실제로 사는 사람인 저희에게 있어 매일을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언제든 갈 수 있기도 하지만 왠만하면 자주 현지식을 먹기 때문에 굳이 찾아서 먹는 수고로움은 크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에 누가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이모에게는 미슐랭 빕구르망 인증을 받은 채식 레스토랑과 집 옆 사찰에 있는 채식 레스토랑으로 함께 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처음 가본 곳들이죠. 할머니와 삼촌과는 삼촌이 강력히 원하는 바 대로 로컬 레스토랑 위주로 달려봅니다. 우리나라 노포보다 더 노포 같이 길거리 인도에서 해산물 요리와 맥주를, 그리고 한국 고기구이 집들도 많지만 굳이 안갔어도 되었을 현지 소고기 구이 집(베트남 소고기는 너무 질김). 또 호치민을 벗어나 바다가 있는 붕따우 당일치기 여행까지. 집에 손님들이 오게되니 저절로 부지런해집니다. 물론 먹는 걸 좋아하는 저도 겸사 주변에서 추천받은 레스토랑에 가보는 호사도 누립니다.
풍성③ 집의 분위기
집에 사람이 많아지니 우리 네 가족만 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이모를 중심으로 이모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그림도 그려서 선물해주고, 잘해낸 거이 있다면 바로 이모에게도 알려줍니다. 이모와 함께 자고 싶지만 말을 못하다가 이모 가기 전날에서야 물어보니 부끄럽게 말하며 함께 잠에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잘 해낸 것들을 보여주어 칭찬을 받기도 하고, 또 할머니는 자기들이 원하는 건 다 사주시기 때문에 보이는 것마다 사고 싶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랑 함께 있으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도 아는지 사달라고 했다가도 안된다고 하면 금방 알았다고 하며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낯선 해외의 공간에서 가족을 만난 다는 것은 참 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우리집에 든 자리로서 함께 지내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감사합니다.
든 자리는 풍성했습니다. 그리고 난 자리는 허전했을까요. 가족들이 돌아갈 경우에는 허전함이 클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느 기우처럼 내일의 나에게 큰 영향은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유치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고, 저도 학교 어학당에 다니며 시간을 금방 보내니 어느새 시간이 얼른 지나가 버립니다.
아마 정착 초기에 불안감이 있을 때 함께 있었다면, 든 자리도 더욱 크케 느껴지고, 난 자리는 이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제 마음에 불안을 많이 덜었기 때문에 든 자리는 당연히 크게 느껴지고, 난 자리는 다음에 또 오는 것을 알기에 크게 아쉬움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여기 머물고 있는 사이 조금 단단해졌네요.
다음 주는 아내의 친구가 1주일간 놀러옵니다. 또 무슨 일이 우리 가족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