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육아휴직 아빠
10년 전 세대보다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편하게 사용될 수 있는 요즘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에도 여성 동료의 임신 사실은 축하할 일이었고, 자연스럽게 다가올 육아휴직을 고려해 업무가 배분되었습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의 경우에는 남자 사원으로서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황하는 조직의 리더들이 놀라고 때론 노여운 마음을 녹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 전체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체감하기엔 아직 우리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있으면 이런 오해들을 받곤 합니다.
1. 잠시 휴가 내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일하는 아빠
저는 육아휴직 후 해외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가정을 가꾸는데 집중하는 전업 주부(夫)입니다. 아이 둘이 있다 보니 아파트 안의 수영장이나 키즈룸과 같은 놀이 시설과 유치원이나 축구교실과 같은 교육기관에도 대부분 동행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구가 된 부모님들이나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알게 된 분들이 이제는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 아파트 안에서는 저를 아이들을 돌보는 아빠로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낮 시간에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놀고, 축구 교실에서 뛰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 저에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저 아빠는 일을 빨리 마치시고 오시나 보네. 어떤 일을 하시는 거지'
'저번에 휴가이신 것 같았는데 또 휴가이신가 보다.'
'엄마가 일이 있어서 대신 아빠가 왔나 보다.'
다들 저를 처음에는 일을 하러 온 사람으로 많이들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 나와보면 많은 분들이 주재원으로 나와 비슷한 동네에 살게 되는데, 주재원분들도 대부분 남성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나누다 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아내가 일하러 나왔고 저는 집안일을 하러 왔다고 말을 합니다. 다들 놀랍니다. 사실 해외 한인 사회에서, 특히 주재원 사회에서는 주로 외벌이 가정이 많고 주재원 배우자 사회는 여성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대에 남자가 갑자기 입학을 온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 남자가 매력적인가 아닌가는 여기서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2. 셋 또는 넷 아이의 '아빠'
이건 참 재미있는 오해입니다. 아시듯이 저는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함께 있는 부모님들과 같이 앉아 이야기도 나누면서 아이들을 케어하죠. 대부분은 아이 친구의 어머니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오해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되죠. 새로 온 신입생인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이 보면 저와 담소 나누는 친구 어머니를 부부사이로 많이 생각하고 물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어? 혹시 남편분?'
'안녕하세요. 어? 남편 분 살이 좀 빠지셨나?'
아이가 적어도 세명에서 네 명인데 이는 충분히 유효타로 인정할만한 생각입니다. 저희는 둘 다 손사래를 치고 저희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서로 친구네 부모님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더 마음이 급했을까요. 누가 더 손해였을까요? 저는 그냥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서 속으로 재미난 일화라고 생각하며 소리 내지 못하고 웃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오해를 받으신 아이 친구의 어머니께는 죄송한 말씀을 드리는 게 맞겠네요.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또는 보육이라는 것이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의 영역으로 대부분 생각되고 있고 해외의 한인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저 스스로도 육아를 하는 남자분들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비율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하원 때만 가더라도 많은 아빠들이 직접 아이들을 데리러 옵니다. 솔직히 뻘쭘함이 있어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우리는 눈치로는 서로 느꼈습니다.
'아, 육아휴직자 아니면 아이를 직접 돌보시는 분이네.'
한인들이 많아 모두 인사하지 않고 지내는 이 도시의 특징도 있어 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한 번 동성의 육아 전우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우리들끼리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