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할아버지와 이모는 저를 봄봄이라고 불러요?
첫째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로 썼는데, 여기에 남겨봅니다.
"아빠 저는 왜 이름이 두개에요?"
아빠는 네가 곧 세상에 나온다는 생각을 하니,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을지 생각을 했단다. 10월에 태어난 너에게 왜 ‘봄’을 두 번이나 붙여서 ‘봄봄’으로 태명을 지었을까? 엄마와 아빠는 너에게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이름을 건네주고 싶었어. 생각해 보니 여러 후보들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봄봄’으로만 불렀다 보니 후보들의 이름은 이제 생각이 나질 않구나.
‘봄봄’. 사계절 중의 가장 따스하고 다채롭고 온몸으로 푸르름과 꽃향이 느껴지는 ‘봄’을 너에게 주고 싶었다. 그런 다양함과 따스한 향을 가진 너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단다. 그 단어를 두 번 붙였다. 그런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는 엄마 아빠의 강한 바람이다. 가을에 태어난 너이지만, 봄과 같은 따스함을 가지고 주변을 바라보고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살아가며 느끼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실천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너의 태명을 아빠가 너무 잘 지은 것 같아. 7살이 된 너에게 아직도 엄마는 ‘봄봄’이라고 부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는 아직도 봄봄이가 익숙하다지. 찰떡같이 너와 잘 어울리는 이름에 그런 따스함이 잘 묻어있어 보인다. 매번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더욱 너의 이름이 빛이 나겠지. 그리고 이제는 곧 '봄봄' 보다 ‘선아’라는 이름이 더욱 많이 불릴 거야. 찬바람 올 때마다 아빠는 너의 '봄봄'이라는 이름을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태명이 태어나기 전의 이름이지만 그 경계가 모호한 너에게 아빠는 그 이름을 더욱 오래 기억하려 한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겠다.
잊기 전 하나의 에피소드. 너가 태어난 병원에서 태명을 ‘봉봉'이라고 적은 출생증명서를 발급했었단다. 입원 당시 태명을 이야기할 때 아마 우리의 입술이 굳어있었나 보다. 태어나고 발도장을 인증받은 종이에 너의 이름이 봉봉이가 된 것을 보고 그것도 그거 나름으로 귀엽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 봄봄이면 어떻고 봉봉이면 어떠랴. 그리고 선아면 또 어떠랴. 너는 너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