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미스 Dec 22. 2016

4. 평화로운, 평온한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세 번째 생각해볼 느낌말은 <평화로운>, <평온한>이다. 평화와 평온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툼이나 갈등, 분쟁, 걱정이 없는 상태, 조용하고 화목한 상태, 평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수 주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일어나는 현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평화로운(형용사) - 평화롭고 화목한 듯하다
평화(명사) -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평온한(형용사) - 조용하고 평안하다
평온(명사) - 조용하고 평안함
평안(명사) - 걱정이나 탈이 없음. 또는 무사히 잘 있음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마찬가지로 평소 속 시끄럽고 정신이 없거나 아니면 얼빠지게 지내는 나에게도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익숙지 않고 잘 사용하지 않는 느낌말이다. 그래도 굳이 <평화로운>과 <평온한> 느낌을 상상해보면 요즘 유행하는 '휘게 Hygge'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휘게는 '아늑함' 정도의 뜻을 지닌 덴마크어로 '슬로 라이프를 모토로 한 소소하고 여유로운 생활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웰빙', '힐링'처럼 스쳐가는 유행어 같지만 웰빙과 힐링을 합쳐 놓은 것도 같다.


편안한 의자, 적당한 조명, 촛불이나 벽난로 등으로 집 안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휘게고, 함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친밀함과 단란함도 휘게 라이프로 표현된다. 이런 '휘게'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나니 <평화로운>, <평온한>은 '신체적/생존'과 관련된 욕구 중 <주거>, <휴식>, <따뜻함>, <부드러움>, <편안함> 등의 욕구와 연결된 것 같다. 또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 <조화>, <질서>,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도 관련 있다. 그래서 <평화로운>, <평온한>을 내 나름대로 '편안하게', '함께', '따뜻할 때' 느끼는 감정으로 정의해보고 싶다.



예)

멀리 저 아래, 바다는 잠긴 호수 같이, 물감을 풀어놓은 것같이 푸르고 평온하다.

사제복 차림의 신부님을 보면 항상 내 마음도 평온해지곤 한다.

잠든 그녀의 얼굴이 평온해 보였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평화로운 날이다.

토요일 오후의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평화로워 보였다.




톡! 탁! 짝!


모닥불 피워놓고

학창 시절 수련회에서 혹은 다 큰 어른이 시절 워크숍을 갈 때. 종종 장작을 태우며 모닥불을 피운 기억이 있다. 이때 장작이 타면서 불꽃이 튀고,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는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를 만끽하게 해준다. <평화롭고>, <평온한> 느낌이다. 조용히 둘러앉아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순간 마음속에 있던 고민이나 한동한 하지 못하고 담아둔 이야기도 꺼내놓게 된다. <휴식>, <따뜻함>, <편안함> 속에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낮은 조도의 독서등을 켜놓고 그 아래서 책을 읽는 다든지, 잠들기 위해 무드등을 켜 놓는 순간 역시 혼자이지만 평화롭고, 평온하다. <휴식>, <따뜻함>, <부드러움>, <편안함>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참 따스한 햇살이 담긴 투명한 창문 너머


나른한 오후


햇살이 들이치는 오후의 창가 역시 <평화로운>, <평온한> 느낌이다. 눈부신 햇살에 막 잠이 쏟아지려고 할 때의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무드등이나, 독서등, 오후의 햇살은 모두 졸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평화로운>, <평온한> 느낌은 <휴식>, <편안함>의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좋은 느낌'이 행복이라는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잘 쉬는 것이 행복일 것 같다.


참 따스한 햇살이 담긴
투명한 창문 너머에
새들은 마냥 즐거워 
간지럽히듯 꿈을 꾸는 듯
나른한 오후에 취해

러브 앤 팝, <나른한 오후에 취해>


따가와 여린 햇살은 저리로 나를 부르듯
팬지꽃 향기는 어지럽고 멀리선 기차소리 들려와
나른한 오후 음~
날아가 작은 새들은 살며시 부는 바람에
의자는 조용히 흔들리고 내게는 밀려드는 졸음

박학기, <나른한 오후>




삐! 삐!


청소 끝! 정리 완료!


세탁이 끝났다는 알람이 들릴 때도 조금은 평온해진다. 이건 앞서의 상황들과는 조금 다른 경우인데, 청소를 마쳤을 때나 빨래를 끝냈을 때, 설거지를 다 끝내고 막 식기를 가지런히 내려놓는 순간. 정리가 완료되는 순간에도 약간의 <평화로운>, <평온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질서>, <조화>의 욕구 충족과 관련된 것 같다. 동(動)에서 정(靜)인 상태로 가면서 혼란함과 어지러움이 사라지며, 평화롭고 평온한 순간을 맞이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후 햇살에 잠드는 것도, 휘게 라이프도 모두 약간 정적인 상태다. <평화로운>, <평온한> 느낌을 위해 좀 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봐야겠다.


우리의 평화로운 순간을 방해하는 세탁물


행복은 좋은 느낌입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풍부하게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느낌의 표현을 공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반가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