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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20. 2021

얻은 것과 잃은 것

마법의 닭고기 수프


마법의 닭고기수프를 만드는 마법사 일을 시작한 뒤로 이제 두 달 반이 넘어가나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상급 마법사들은 모두 강인한 육체를 지녔다. 무거워 보이는 육수통도 혼자서 번쩍 번쩍 들어올린다. 마법사들은 멋진 마법을 부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때가 되어서인지, 그들의 젊음과 회복탄력성이 무척 부럽다. 갑자기 기운을 잘 못 쓰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 내눈엔 진짜 다들 저렇게 근육맨들같이 느껴진다. )

  

이곳에 와서 육체적으로 많은 것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     

잃은 것 중 좋은 하나는 체중. 두 달이 안돼서 체중이 10kg이 줄었다. 그렇게 살 빼려고 해도 잘 안 빠지더니만, 야호! 돈 벌면서 살 빼는 강제 다이어트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덕분에 이제는 밤에 뭔가를 먹고 자도 얼굴이 안 붓는다. 오히려 얼굴이 좋아진다는 평가를 가족들에게 들었다. 주변 동료 마법사들도 다들 살 많이 빠졌다고 한마디씩 해주신다.  그리고, 일을 하려니 불편해서 헤어스타일을 포기했다. 대신, 늘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니다가, 생머리로 다녔더니, 점점 머리카락 건강 상태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불앞에 자꾸 서있으니, 머리에 열을 받아서 탈모가 오는 기분이다. 무섭다. 마법의 부작용인가.   


잃어서 좋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손가락의 감각과 힘. 신경의 눌림 때문인지 머리카락을 만지면 수세미를 만지는 것 같다. 내가 대체 뭘 만지는 건지 모르겠다. 쉴 때면 퉁퉁 부어서, 손가락을 구부릴 때, 고무장갑을 낀 느낌이다. 밤마다 망치에 맞은 듯한 통증과 저림에 잠을 깨다가 몇 차례 병원을 다닌 뒤, 부기와 염증은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이다의 병 뚜껑은 아직 쉽게 열리지 않는다. 살짝 겁도 난다. 이렇게 힘없고,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나중에 아들을 만나면 안아서 올려줄 수는 있을까, 뺨을 쓰다듬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아, 나 완전 할아버지 같아. 벌써 이러니 어쩐다.    

 

얻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아픔과 불편을 극복하기위해 얼마 전부터 시작한 운동 덕분에 몸의 균형이 더 좋아지고, 하루를 지내기 더 편해졌다는 점. 운동의 중요성과 건강관리의 실천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가지고 몸을 돌아보며 행동하게 되었으니 다행히 조금 더 오래 살 것 같다.     

얻어서 좋지 않은 것은 구부정한 자세로 오랜 시간을 지속하는 덕분에 등과 허리, 손목과 팔에 통증이 파스처럼 철썩 달라붙은 거다. 떼었다가 붙였다 하면 좋을 텐데.    

  

그리고, 일을 시작한 뒤로, 열 손가락 손톱 끝이 끊임없이 부러져나가고 있다. 뚝배기를 잡는 자의 숙명인가? 아니면 요령 부족인가, 모르겠다. 어떤 책에서 읽기를 손톱은 물건을 집는 동작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와, 진짜였다. 지금은 몸으로 이해된다. 부드러운 살과 근육만으로는 절대 물건을 쉽게 집지 못한다.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손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동안 땅에 떨어진 젓가락을 못 집어 올려서 애를 먹었다. 독수리나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만이 특별한게 아니라, 사람의 손톱도 무척 특별하다! 

무광 매니큐어를 바르면 좋다기에 써봤으나, 별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오늘도 왼손 약지의 끝이 떨어져나갔다. 불쌍한 내 손톱들에 대해 위로하다가, 잃어가는 것과 얻는 것에 대해 떠올리며, 문득 떨어진 손톱이 달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초승달일까?  그믐달일까? 

주문을 외우면 하늘로 올라가 박힐 것 같다. 나는 마법사니까.   


나는, 현실속에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닭고기 수프를 만드는 초보 마법사이다.       






        

덧붙임: 살면서 싸인펜과 색연필을 잡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미처 몰랐다. 


6월 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던 날에도 급하게 손을 덜덜 떨면서 그림 3장을 그려서 글 한편에 첨부하여 겨우 냈다. 만 하루가 못되어 바로 작가 선정 통보를 받고는, 나처럼 부족한 사람을 단번에 통과시켜주신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하고, 작고도 큰 행운에 기뻐했으나... 곧 손목까지 덜컥 다치고보니, 두달이 지나서야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게된다. 아직 색연필은 통증을 일으키고, 노트북 자판은 손가락에 마비가 온다. 하지만 매일 쌓인 메모들이 제발 빨리 쓰고 그려달라고 운다.  몸이 힘들다고 자꾸만 미루는 습관이 된듯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제 내 자신에게 진짜 마법을 부릴 때가 된 것 같다. 부지런해져라, 생각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살아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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