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닭고기 수프
삼촌~ 밥 많이 드세요! 네~ 맛있게 드세요! 식사시간이면 홀 쪽의 이모님들과 늘 주고받는 인사들이다. 이곳에서 밥을 해주시는 이모님은 특히 손맛이 좋으신 분이셔서, 집에서보다 오히려 일터에서 밥을 더 잘 먹게 되는 편이다. 닭볶음탕, 갈비탕, 불고기, 잡채, 갈비찜, 카레 등등,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푸짐하게 차려주는 주 메뉴는 물론이고, 기본 반찬들도 늘 신경 써서 맛있게 해 주신다. 가끔, 난 밥 먹으러 출근하나?라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일을 한 자, 밥 먹어라. 혹은 일을 하려거든 밥을 먹어라! 정말 그렇다. 정신노동을 주로 하던 이전에는 밥은 선택 사항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일해야만 먹을 수 있고, 일을 하려면 먹어야 한다. 제대로 먹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오후의 일을 하기 위해 또한 점심을 다시 든든히 먹어 두어야 한다. 그냥 맛있으면 더 먹고, 입맛 없으면 안 먹던 밥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땀 흘린 노동 덕분인지 밥도 더 맛있다. 나는 일하려고 밥을 먹나? 아니면 밥 먹으려고 일하나? 순환되는 생각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또한 땀방울이 흐른 결과 비로소 먹게 되는 밥 덕분에 내 손발의 수고로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편안하게 먹어온 밥들은 자격이 있었을까?
물 또한 집에서나 다른 곳에서는 물은 목마를 때 마시지만 뭔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 대체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곳에서 뜨거운 불과 함께 일을 하며 매일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복날들을 이겨내는 동안, 물 한 병은 어느새 생명수의 가치로 바뀌었다. 주스나 탄산음료는 일시적인 갈증해소만 도울뿐, 몸에 필요한 건 진짜 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하루 종일 불타는 육수통 앞에서 육수를 만들며 숨 쉬기 힘들도록 뜨겁고, 덥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육수를 젓다 보면 어느새 계속 체온은 오르고, 숨이 가빠서 곧 쓰러질 것만 같다. 마스크를 쓰고 한증막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물, 심할 때는 두통과 심장근처의 통증도 느꼈는데, 물 덕분에 기사회생을 한다. 단순히 목마름을 해소시킨다기보다는 부족한 수분을 보충함과 동시에 체온을 떨어뜨리고, 전해질 대사 이상을 되돌려서 높아진 혈압까지 낮춰주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몸을 써서 노동을 하는 곳에서는, 밥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고, 물을 제 때 마셔주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오직 이것만이 남는다. 매우 즉물적인 생각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종교 가진 분들이 처음 식탁에 모여 앉아 감사기도를 올렸을 때, 그들은 모두 땀 흘려 노동을 하며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에 대해 피부로 느낀 뒤, 그에 대해 자연스럽게 감사기도를 올렸으리라 싶다. 종교가 없지만 음식에 관여된 모든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돈을 벌어서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는다. 한 끼 밥과 물 한잔으로 마법의 수프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린 노동 후의 가치를 피부에 와닿도록 깨달으니 이것 또한 불과 물의 마법이려니 생각하며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