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닭고기 수프
내일 나오시는거죠?
마법의 닭고기수프를 만드는 마법사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다.
첫날 일을 그럭 저럭 마무리하고 퇴근하는데, 친절하게 생긴 마법사 직원 한분, 일 괜찮으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홀쪽의 마법사 이모님 한분의 말씀, 내일 나오시는거죠? 나는 웃으며 그럼요, 내일 뵙겠습니다! 라고 외쳤었다.
일을 하다보니 자꾸 다친다. 몸 여기 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처럼 늦게 일을 배운 사람, 일머리 부족한 사람만 요령없이 일을 해서, 몸을 자꾸 다치나보다, 속으로 스스로에게 툴툴거리곤 했는데. 저 젋은 주방직원들은 무거운 물건도 혼자서 번쩍 번쩍 잘들고, 부상도 없어보이곤 했는데. 홀쪽의 서빙을 관리하는 이모님들은 괜찮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두들 알게 모르게 잔 부상과 직업병을 달고 있었나보다.
들어가고 1주일 째, 새로운 신입직원이 들어왔다. 투잡, 쓰리잡까지 뛰어봤다던 그 사람은 음식점 경험도 있고해서 나보다 훨씬 적응을 잘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만만치 않네요. 하더니 다음날부터 못보았다.
알고보니 직장에서는 매달마다 새로운 마법사를 뽑는 광고가 올라오곤 했다.
내가 쉬는 날에 새로 면접왔던 또 다른 사람들도 하루 해보고 연락없이 오지않는다고 했다.
순두부집 10년 경력자란 분도 와서, 아침의 닭작업 한번 같이 해보시더니, 음~ 허리가 아프구만 하시더니, 다음날 소식이 없었다.
내가 올 때부터 있던 젊은 청년 직원도 가족분들 병환 얘기와 함께, 사라졌고, 이제 좀 많이 친해졌나싶은 홀쪽의 이모님 한분도 건강을 이유로 얼마전에 갑자기 그만두셨다. 이전에는 오히려 내가 언제 그만두려나 걱정스럽고 약간의 의구심이 담긴 시선으로 보던 분들이 사라지니, 기분이 묘하다. 심지어는 내 사부님에 해당되던 분도 9월부터 다른 지점에 파견근무가기로 약속이 되어서 못보나 했는데, 크게 부상을 당하며 앞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알기 힘들게 되었다. 잠시 수원 본점에서 파견 근무 왔던 마음맞던 또래의 직원분도 사정이 생겨 다른 지점에 파견되면서 정들자 곧 헤어지게 되었다.
손목과 허리가 안좋아서 병원에 가면 우선, 그 일 꼭 계속 하셔야겠습니까? 라며 걱정어린 시선을 먼저 던지는 의사선생님. 우선 계속 할 것 같은데요? 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아픈 주사를 꾹꾹 허리에 맞는다.
이거, 우두머리 마법사님 빼고, 한 반년에서 일년에 한번씩 싹 다 바뀌는 거 아닌가 몰라? 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내일을 당장 알기 힘들고, 사람들간에 개인적인 약속이 어려운 곳이 이곳인가 싶다.
내일 나오시는거죠? 네.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