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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개복치 Sep 26. 2017

그 곳엔 시간을 쌓아두고 파는 가게가 있다.

[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포르투갈 포르투

'CASA ORIENTAL'

1910년부터 있었던 포르투갈의 식료품점이다.

과거의 사진들을 보면 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식료품점이었는데 이젠 각 연도를 써놓은 정어리 통조림을 주로 판다.

처음엔 쓰여진 시간에 생산된 통조림인가 여겨 순진한 감탄을 섞어가며 구경을 했다.

하지만 조만간 말끔한 상태며 디자인을 보고 관광 상품이란 것을 깨닫는다.

잠시 관찰을 해보니 관광객들이 독특한 외관과 인테리어에 매혹되어 들렀다가 자신이 태어난 연도의 통조림을 사가곤 한다.


누군가에겐 오전 일과를 보내고 장을 보던 곳이고,

누군가에겐 매일 퇴근길에 들리던 식료품점이었을 텐데,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이한 볼거리이긴 했지만 삶의 원형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괜히 오지랖을 넓혀본다.


1985가 적혀 있는 통조림을 만지작 거리다,

과객이 지니기엔 너무 무겁겠다 싶어 다시 내려놓는다.

그 간의 시간을 간직하기엔 아직 머뭇거려지는 것일까.


그 곳엔 시간을 쌓아두고 파는 가게가 있다.
그 만큼 시간을 쌓은 이들은 기꺼이 구입을 한다.
나는 고민하다 구입을 하지 못했다.
이제껏 공들여 쌓지 않은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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