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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16. 2024

그녀의 점심- 6

다 내 탓으로 - 버려진 비빔밥

늦은 출근이었다.


'설마 설마 저 차 뭐지?'

깨끗한 제네시스 한대가 가게 앞에 떠억 자리를 잡고 있었다.

' 나 늦게 문 여는 걸 어떻게 알았누'

그녀는 가게 문을 열고 핸드폰을 가지고 나와서 앞창에 붙어 있는 번호를 적고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어랍쇼'

그 후 두 시간에 걸쳐는 열여섯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으며 실패했다.

슬슬 끓어오르는 그녀.

손님이 오셨고 들어 오시던 손님분들도 의아해하셨다.

"잘하면 실내주차 하겠어요"

" 전화도 안 받고 안전 신문고에 신고도 했는데 소용없네요"

두 시간에 훌쩍 넘어서 띠리리 울리는 그녀의 핸드폰, 차 주인 번호이다.

부드럽고 나릇한 목소리로

" 전화하셨어요?"

'뭐래? 열여섯 번을 했는데 왜 했는지 몰라? '

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차 빼세요"

차 주인은 이십 분 후에 가게 앞에 와서 손님들 계시는데 문 밖에 서서 크게

"죄송해요"하고 했는데 그녀는 분기가 올라와서 입을 닫고 돌아 서버렸다.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말했다.

'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녀는 십 년에 한 번쯤 머리가 하얗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백색브레인의 순간 어찌나 말을 정갈하고 밥 맛 떨어지게 하는지 그녀도 섬뜻해한다.

그 백색브레인 기운이 스멀거리는 것이 싫었다.

마냥 헤헤 거리는 사장인 줄 알았던 그녀의 손님은 당황하셔서 농담으로 정리하시려 했으나

그녀는 이미 굳은 표정을 장진한 후였다.

이렇게 저렇게 점심 장사를 어수선한 머리로 끝냈고 그녀는 여전히 부아가 치밀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이 그녀를 분노하게 했는가.

차? 주차할 수 있지.

그녀의 가게 앞에 주차 흔히 한다.

그녀 가게 손님들은 공용 주차장에 멀리 잘 세우시고 다른 가게 손님들과 동네 분들이 가게 앞 주차를 수시로 하시는데 보통의 그녀는 아침시간만 아니라면 딴지 걸지 않는다.

동네 분들도 혀를 쯧쯧 차시면서도 " 속도 좋아 여기 사장은"이라 하시니까.

문제는 차 주인분의 태도였던 것이다.

열여섯 번이 찍힌 번호가 무슨 번호였는지 몰랐을까?

태연 우아한 목소리로

"전화하셨어요?"

두 시간 동안 내리 전화 했었는데 왜 안 받았는가? 넌 여유 있더라.

'그래, 전화 못 받을 수 있어 '

'통화되었으면 빨리 빼야지'

'손님들 식사하시는데 문 열고 밖에 서서 죄송하다고 크게 말하는 건 또 뭐지?'

하지만 차 주인을 더 이상 날 서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차 뺐으면 되었다.

어디 가서도 귀한 대접은 못 받겠구나

점심 장사 끝내고 혼자 남은 그녀는 왠지 속이 쓰렸다.

" 나 배고픈가'

밀가루는 잠시 피하는 중이라 가게에 있는 야채를 끌어 모아 밥을 비비기로 했다.

야들야들한 싱싱한 야채 그득히 넣고 볶음 고추장 힌 숟가락 넣고 비볐다

들기름 두르고 계란 부치고.

계란 프라이는 최고의 난제이다.

맘에 들지 않고 너저분하게 되어서 그냥 밥에 투하해서 비볐다.

한 숟가락 먹고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밥 먹기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성격이 둥근 듯하나 날이 설 때는 시퍼렇지는 않아도 제법 퍼렇다.

다행히도 그 날선 기분을 타인에게 겨눌 용기는 갖추지 않았다.

두 숟가락 먹기가 불편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왜 이리 맘이 불편하고 가라앉지를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은 하루가 그냥 힘든 날이구나'

살살 그녀 스스로 그녀를 달래 보도록 하는 것으로 햇살 좋은 동네길을 두 바퀴 걷는 것으로 열받음에 서막을 닫았다.

'밀가루를 안 먹어서 짜증이 돋나'란 의심을 하면서 내 탓이라고 그저  화풀이하고 싶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 차주인이 다시는 가게 앞 주차를 안 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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