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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21. 2024

그녀의 점심-7.

오일장 딜 2000원이 쏘아올린 그녀의 공 - 방어 스테이크.

해야 할 때가 있다.

성희가 가져다준 방어필레를 쓸 때가 되었다.

물론 그녀가 먹자고 하는 건 딱 귀찮으나,

오일장 구석에서 딜(dill)을 발견했고 잘생긴 상인분은 내가 딜을 보고 기뻐하는 걸 신기해하셨고

큰 봉투에. 가득 담아 주시면서 2000원을 받으셨다.

마트였으면 몇만 원 할 거라고 더 받으시라고 마다하는 내게 "주인인 것 같다"라시면서 얼른 넘겨주셨다

상인분 맘도 감사했으니 그날 늦게까지 앉아서 딜요리와 딜 활용법을 살펴봤었다.

밤에 책 보고 커피 마시면서 날것의 딜을 집어먹고 또 먹고.

 '딜 레몬 버터' 많이 나오네.

'맛있겠다'. 싶었다.

딜이 워낙 많아서 가게메뉴로 차즈키를 했고

오후 느지막하게 레몬 딜 버터를 이용해서 방어 스테이크 해봐야겠다고 맘먹었다.

차즈키 준비 마치고 방어필레를 소금과 레몬즙에 재웠다.

계획은 크림 파스타 하려 했으나 '에휴 귀찮다' 싶어서. 레몬 버터에 굽는 것으로 하고 감자하나를 

곁들여 보는 것으로.

재료 준비는 끝.

여섯 시간 후.

그녀가 애정하는 스뎅팬에 버터를 녹이고 살짝 익힌 감자를 썰어 넣고 레몬에 재운 방어필레를 넣고 가게 문을 활짝 열고 버터향을 팔팔 날리면서 방어를 굽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그녀에겐 지선이가 이탈리아에서 사다 준 케이퍼가 있었다. 그 케이퍼의 맛이 어마어마해서 태어나서 

처음 먹는 케이퍼처럼 황홀하게 먹었더랬다.

케이퍼는 방어가 어느 정도 익은 후에 같이 구웠다.

그녀는 생선을 잘 굽는다.

딱히 방법을 아는 건 아닌데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밥은 잘 못 한다.

입 꾹 다물고 뚜껑 닫은 밥을 그녀가 어찌하는가!

그리하여 모처럼 정상적인 그녀의 점심이 준비되었다.


감자? 말해 뭐해요? 너무 맛있지요

까만 콩 같은 케이퍼는 정말 환상적이었죠.

그녀의 차즈키 보실까요.

오이를 썰어서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빼고

레몬을 껍질째 갈아서 제스트 만들고요

올리브 다져 넣고요

요거트랑 휘적휘적

마무리에 딜을 쏟아부으면 완성!

버터 품은 방어와 함께하니

절로 와인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지중해식 식단 별거 아니죠!

오일장이 쏘아 올린 방어 스테이크

최고였습니다.

손님 분들도 차즈키 맛있다고 하셨다고요.

뿐만 아니라 

결제하시면서 

"저 차즈키 정말 좋아요" 하셔서

뛸 듯이 기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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