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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14. 2024

그녀의 점심 - 5.

몹시 아픈 휴무일 - 들기름 국수.

난감하게도 그녀는 휴무일인 월요일에 자주 아프다.

주중에 아팠으면 가게 하루 닫고 쉬고 싶은데 핑곗거리도 없게 꼭 월요일에 아프다.

일요일 과외 알바가 있어서인지 그녀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인지 일요일 저녁 6시가 넘어가서야

몸이 흐물흐물해진다.

오늘은 월요일.

아침이 눈 뜨면서 머리가 뻐근하다.

어젯밤부터 심상치 않았고 진땀이 삐질삐질 나서 타미플루 한잔을 마시고 잠든 터였다.

오전 다섯 시면 일어나는 그녀가 여덟 시 넘어 인기척이 없으니 엄마는 "경남이 운동 갔나 봐?" 하셨고

설핏 들은 나는 "나 여기 있어" 하면서 아침이 시작되었다.

목이 붓고 열이 났고 몸이 욱신거리고.

병원 가서 친근한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의 위로와 금방 나을 거라는 응원을 받고 집에 돌아왔다.

엄마는 김치 담그신다 분주하신데 들고 들어 온 약봉투 내려놓으면서 "점심 뭐 해 드려 볼까"

하니 엄마는 "아픈데 뭘 대강 먹지 내가 뭐 해줘" 하신다.

"아냐 우리 메밀 국수 해 먹자 엄마"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으면서 우울하게 요식업 위생교육을 로그인했다.

'몇 달을 미룬 거야 도대체 벌금각이다. 이것부터 오늘 해치우자 아플 땐 위생교육이지 암만'

몹시 따분하고 대부분을 흘려듣지만 그 와중에 시험은 잘 본다.

세 시간짜리 영상을 틀어 놓고 커피를 마시고 보리빵을 집어 먹고 보내는 오전.

그녀는 이론시험에 비교적 강하다.

식품기능사 시험도 필기시험은 성적이 어마어마하게 우수했으나 실기는 합격률 96%인데 그녀는 4%에 들었다.

위생교육 막바지에 이르러 국수물을 올리기 위해 책상을 떠났다.

한때 고기리 막국수가 대유행을 하길래 책을 사서 봤는데 의외로 조리법에 쉬울 것 같아 그녀 나름 대도 해봤었는데 굳이 사 먹지 않아도 될 듯해 왜 그리들 열광하는지 의아했었다.

그녀는 양념 중에 소금과 기름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게 분리수거장에 올리브 오일 캔이 많이 나와 있어서 그런 캔은 처음 봤던 그녀는 궁금해서 살펴보았는데

포마스 50%에 식용유 50% 함량이라는 오일에 이게 올리브오일인가 싶었었다.

'올리브 오일가격이 치솟간 했으나 그래도 그렇지 이걸 이리 많이? 장사 잘되나 보네 부럽다.'

불쑥 그녀 자신이 더 나은 올리브 오일을 쓴다는 자부심 위로 초라함에 덮쳤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헛된 맘인가' 싶기도 하고 장사 잘되는 어느 가겐가가 부러웠다.

근처 튼실한 기름집에서 갓 짜온 들기름은 늘 있다.

들기름, 조미김. 소금, 다진 파, 깨

재료 끝.

메밀국수 삶고 조미김 부셔 넣고 소금 솔솔 뿌리고 파 넣고 깨 넣고 들기름 훨훨 돌리고 끝.

맛소금은 싫다.

어디에도 뭘 더 넣은 양념 입에 촥 달라붙는 양념을 그녀는 좋아하지 않는다.

좀 맛없게 먹어도 괜찮다.

예전에 백종원 님 프로 보다가 된장에 군내가 올라오고 써지면 설탕을 넣으란 설명에

멍 했었다 '그냥 좀 쓰네 '하면 될텐데' 생각하면서.

욕심을 내어 보자면 고추냉이, 채 썬 배, 정도 더 넣으면 좋겠으나 자꾸 재료를 늘여가면 망치기 십상이니

알맞은 점에서 멈춰야 한다.

다행히 저 간단한 국수는 맛있다. 실패하기도 어려운 국수니까.

이쁘게 담기도 번거로워서 스뎅볼에 젓가락 네 개를 꽂고 각자 덜어 먹자고 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의 휴무일 점심을 무척 좋아한다.

엄마와 한가한 월요일 소박하게 만들어 먹는 점심 한 끼는 왠지 애잔하고 다정하다.

메밀국수를 먹고 그녀와 엄마는 커피 마시러 나가볼까 하면서 집 근처 베이커리 재료상에 갔고

- 그곳에 커피를 엄마가 좋아하신다.-

그녀는 표고버섯 크림치즈를 이용한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해볼까 하여 크림치즈를 샀다.

집에 돌아와 위생교육을 다 마무리하고 저녁 뭐해먹을까 생각을 한다.

그런데 다 귀찮아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녀는 몸이 멀쩡해지는 게 짜증이 난다.

집에 생굴 있으니 타바스코 굴 샐러드 해봐야 겠다.

맨하탄에서 굴 여섯개 넣은 굴 샐러드 18$ 했었지... 매번 맘만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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