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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Nov 07. 2024

그녀의 점심 - 3

볶음 고추장이 있는 남이네

종종 고객님들의 요청에 의해서 뜨문뜨문 " 언니 고추장 안해요?"

라는 주문이 들어 오면 마지못해 하는 듯이 살짝 튕기면서 그녀는 한우 볶음 고추장을 만든다.

반찬하기 귀찮을 때 요리조리 쓰임이 있어서 좋아들 하신다.

볶음 고추장을 만드는 날.

점심 시간에 살짝 지나고 한적할 때

대형 솥단지를 꺼내고 팔 꺽어져라 고기를 볶고 마늘을 볶고 고추장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고 매실청을 넣고 땅콩과 아몬드를 갈아 넣고 만든다.

만들고 솥단지에서 보관 용기로 덜어 놓고,

맛도 볼겸 그녀는 스테퍼에 올라서서 깔끔이 주걱으로 솥에 뭍어있는 고추장을 쓸어 내리고

밥을 넣고 계란을 부치고 같이 비빈다.

그녀가 스테퍼에 올라서서 허리를 솥단지 안으로 쑥 내려서 허우적 거리면서 밥을 비비고 맛볼 참에

손님들은 참 잘 등장하신다. 얼마나 무안한지 상상할 수 있으시겠죠?

나이 많은 식당 주인이 솥단지에 고추장 긁어 먹다가 입에 숟가락 문 채로 손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민망함을 털어 버리는 최선의 선택은그를 그녀를 공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녀는 숟가락 하나를 얼른 더 챙겨서 " 드셔 보실래요?" 권하면 손님들은 굉장히 혼쾌히 "네" 하신다. 아직은 " 됐습니다" 라던지 "아니요"라는 답을 들어 본적이 없어서 다행으로 여긴다.

이 솥단지 비빔밥은 마르지 않는샘물 처럼 계속 닦아 비빌 고추장이 있다는게 신기해서 손님과 그녀는 계속 밥을 더 넣고 계란을 더해서 뿌듯한 마무리가 가능하다.

킥 포인트 하나!

너무 이븐(even) 하게 비비지 않는다.

짜고 싱겁고 짜고 싱겁고 맵고 싱겁고가 교차하게 언이븐(uneven) 하게 비비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먹는 사이 우리는 서로 좋다 헤헤 거리고  가까워진다.

그녀의 넉넉한 나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쑥쓰러워 하지도 않고 우리는 열심히 먹다가 "계란 더 넣을 까요?" " 밥 또 넣어?" 하면서 웃는다.

더 웃긴건 외국인 손님들도 즐거워 하신다.

한 솥에다 내것 네것의 숟가락만 꽂는 식사는 그들에게 자신의 나라도 아닌 이국에서 매우 생소한 체험일텐데

좋단다. 매워서 쩔쩔거리면서도 같이 솥안에 숟가락 꽂는 걸 즐거워한다.

드시다가 뛰어나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오셔서 나에게도 건네 주시고 입안의 열기를 식히고 또 웃는다. 그녀의 팔은 ... 고기 볶다가 고추장 휘젓다가 밥 비비다가 작살날듯 하지만 그래도 좋다.

솥단지 싹싹 깨끗해지는 것도 좋고 손님들의 설설한 표정도 좋고 나눠 먹는 그녀도 흐믓하고

그리 드시면 꼭 한 병씩 사가시니 정말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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