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점심 -16

공복 커피엔 바질 오믈렛 토스트.

by 남이사장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앞선 건강검진 시에 끔찍한 공포감이 살아나서 위 내시경은 미루고 미뤘으나

연말이라 이젠 더 미룰 데가 없어서 저번과 다른 병원에 예약을 했습니다.

아침에 아침 식사를 하는 동생옆에 붙어 앉아 맹물을 홀짝이면서

"커피 너무 마시고 싶다"

"미치게 커피 당기네. 진한 아메리카노 뜨끈한 걸로"

동생은 " 안 좋을 텐데 어쩌면 좋아" 합니다.

이번에는 수월하게 위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병원 계단을 뛰듯 내려왔습니다.

'커피! 커피'

오로지 커피 생각뿐이였습닌다.

11시 오픈 시간이 훌쩍 넘어 도착한 가게 앞에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내 커피는 날아갔구나'

내심 속도 상하고 아직 준비 안된 가게 상태가 걱정스러웠으나 후다닥 후다닥 오픈 손님을 맞이하고

보내 드렸답니다.

오늘의 오픈 손님은 제 개업식 때 샌드위치 받으신 동네 사장님이셨습니다.

"그때 오이 샌드위치 맛있었어요"

세상에 그때가 언젭니까 벌써 오 년이 넘어갑니다.

손님들이 가시고 후다닥 정리를 끝내고 포트에 물을 올리고 빈 속에 커피는 심한가 싶어서 냉장고에 재료를 살피고는 바질오믈렛 토스트를 하기로 합니다ㅣ.

식빵 두 장을 펼치고 바질 페스토를 바르고 치즈를 양쪽 다 얹어서 오븐에 구워냅니다.

오믈렛 재료는 달걀 두 개, 소고기 슬라이스, 버섯입니다.

양파 까기 싫었습니다. 다른 야채 비싸서 아껴야 해요.

체다 두 장을 빵이랑 굽고 있지만 쓰다 남은 모차렐라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팬에 소고기와 버섯을 소금 뿌려 굽다가 풀어놓은 계란을 같이 넣어서 부쳐냅니다.

치즈 탈 것 같아서 걱정되시죠? 안 탑니다. 눌어 붙지 않아요.걱정 내려놓으세요. 맛있을 뿐입니다.

구워낸 빵에 오믈렛을 넣으시고 빵 겹치시면 끝입니다.

마요네즈보다 바질페스토가 또 맛있어요. 전 파스타에 바질보다 빵에 바른 바질페스토를 좋아합니다.

짭조름하고 고소하고 건강한 맛이고 다른 재료들 풍미도 살려주거든요.

일단 완성했으니 커피 내려야죠. 토스트는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한 밑거름일 뿐이라고요.

그녀는 그녀가 내린 드립커피를 좋아합니다.

한여름에 커피 도구 바리바리 싸가지로 제주대학교 교육원에 두 달 동안 다니며 배웠답니다. 와인도 배우고 커피도 배우고 그녀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어요.

20살에 미국 가서 믹스 먹기 전 원두 마셨으며 집에 쌀 걱정보다는 커피 걱정이 먼저였고 원두 파는 마켓에서 오랜 시간을 앉아있었고(살 돈은 없었으니) 던킨 원두를 사랑했답니다. (과거형입니다.)

동생이 나이체라는 카페의 원두를 공수해주고 있는데 너무 맛있어요.

저번에는 다른 원두 사 왔는데 거부했죠. "나이체만 나는 나이체"

보통 향이 너무 좋은 커피는 맛이 떨어지는데 얘는 향도 맛도 끝내준답니다.

뉴욕에서 제주로 방학 때 사다가 나른 커피원두도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아주 가끔 정말 가끔 좋아하는 손님이 오시면 커피를 내려드립니다.

토스트를 쿠킹포일로 포장하고 커피를 텀블러에 담은 이유는?

나가 보려 했어요. 도서관 벤치에.

비 오더라고요. 그래서 주저앉아서 해치웠죠, 맛있었습니다.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오전에 굶었잖아요.

저녁에 마감하고 토스트 반쪽 남은 것 집으러 데려와서 엄마 팥죽 해놓으셨는데 팥죽 외면하고

책상 앞에서 커피와 토스트 먹는 딸 어떠세요? 접니다 그 딸래미 ...

식었지만 쫄깃쫄깃 했답니다.

저번 글에 댓글 달리고 주위 그녀 글 읽으신 분들에게 많이 혼나서 다들 한 마디씩 하셔서.

성준이한테 "나 미안해야 하는 거야?"

하니까 " 다들 너를 몰라그래 내가 널 알지 진작에 맘 없었는데"

라고 해서 더 한번 머쓱했답니다.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쓴 글 메일 읽었어 어떻든?" (비상계엄령 관련 회사 보고문?)

" 살살 썼더라 그리 욕을 해대더니 왜? 성질대로 쓰시지" (영어로 교양있게 썼으나 모르는 단어 줄줄 제대로 안 읽었죠)

"난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이랑 글 썼는데 롯데리아 갔더라. 입맛도 나랑 안 맞네"

"숙소 조식 나온다며 조식 먹고 회식 때 껴서 잘 드셔. 시장국수 작작 사 먹고"

"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사람 너 밖에 없어 인간아"

나이 드니 이런 관계 좋습니다.

근데 눈치 없다기보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듯해요.

둘 다 눈치 없다 하신 것 같은데 엉뚱하게 이해해서 그냥 놔두기로.

아무튼 내시경 다음엔 뜨끈한 토스트와 뜨끈한 아메리카노가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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