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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Dec 14. 2024

그녀의 점심 -14

잊지 마 넌 좋은 사람이야 - 칠리 콘 까르네.

국제 분쟁 중재 위원인 그가 서울에 와있다.

갑자기 이리되네... 하면서.

미국에서는 시차가 있으니 새벽 전화 하지만 서울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새벽에 전화를 합니다.

일 년 되었네.

삼 년 된 것 같은데.

정치적인 얘기는 관심도 없고 무료해하는 그녀에게 영어반 한국어반을 섞어가면서

전쟁용어 들어가면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참으로 꾸준히 전화 영어 학습을 해준 덕분에

이스라엘 사정도 하마스도 레바논도 북한도 대한민국도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무기 보유국 순위도 무기 넘버 읽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 년 만에 많이 친해지고 속있는 말도 꽤 나눠서 잠시 잠깐씩 ' 이게 사귀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좋은 사람입니다.

능력도 있고 총도 잘 쏘고 ( 본 적은 없으나 잘 쏜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인성도 그만하면 됐고

특별하게 까다롭지 않다면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

언젠가부터 좋은 사람 만났으면 싶었는데 비상계엄령 때분에 저번 주에 서울에 왔고

왔으니 바쁜 일정 사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봤으면 해서

아는 언니를 만나보라 권합니다.

" 오빠 여자 만날 때 초혼 재혼 자녀 따지나?"

" 생각 안 해봤는데 나이가 들었는데 그게 중요한가'

" 명선언니 혼자되었다는데 아이 셋이고 하나는 검사 하나는 의대생 나머지 하나는 중3인데 어때?"

"....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소개해주고 싶었어. 만나볼래?"

"...."

"나한테 한 번에 "그럴게" 하기 힘든 거라면 천천히 말해줘"

"생각해 볼게"

그렇게 그가 포근한 가족을 이루며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을 합니다.

젊지 않아 품을 수 있는 포근함입니다.

딱히 확실한 대답은 들은 바 없지만 맘이 맑았습니다.

대통령 담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고 점심 장사 마무리를 하는데 그의 전화,

" 내가 회사에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쓸 말이 없어서 기가 막혀서 입사 이래로 처음 보고서 연장 신청했다."

" 지 말 듣다가 뜻 맞아서 구속이 된 사람이 자살 시도를 했다는데 담화문 내용이 기가 막힌다 꼴통인가?"

'얼럴러 "꼴통"이란 단어도 쓸 줄어네'

어디다가 말하고 싶은데 할 데가 없었구나,

쯧쯧.

그녀는 따가운 목소리를 배경 삼아 밀려오는 허기를 느끼고 간단하게 칠리를 먹어볼까 해서

가게에 남아 있는 칠리와 애정하는 잔슨빌 소시지와 빵을 꺼내서 웃긴 핫도그를 만들어 봅니다.




맥주가 끌렸으나 영업시간인지라 사이다로 달래 봐야 합니다.

" 군대가 내려온 지시에 미적지근한 대응을 하는 경우는 내가 전쟁 30년 만에 

   처음 듣는다. 아주 미끼를 던졌어 내가 쪽팔려서 보고서를 시작도 못한다. "

"이게 전쟁 상황으로 전개되면 백전백패야"

아무튼 전쟁은 아니니 이보게 사람을 만나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그가 좋은 사람과 만나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칠리를 베어 물으며  생각을 합니다.

차갑고 엄격할 것 같은 그의 회사 에피소드.

그가 입사하고 일 년이 안되었을 때 200명쯤 있는 회의실에서 뺨을 맞았다고

그만둘까 했는데 회사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초대장이 나와서 그 패션쇼를 보고

정년퇴임을 결심했다고 그래서 미친 듯이 전쟁터를 쫓아다녔다고 그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빅토리아 쇼가 없어져서 젊은 직원들을 붙잡아 둘 이유가 모호해졌답니다.

이번에도 그도 남자고  여자 이야기 나오니 대뜸 "예뻐?" 하길래

" 이쁘고 돈 많고 착하고 이런 기대는 하지 마 그냥 사람이야 만나보고 만나고 이야기해봐"

했습니다.


잘 들어라.

있잖아 네가 사랑을 하는 건 좋은데 나한테 해줄 건 해줬으면 해.

일단 훌륭한 여자 붙여 주려고 최선을 다할 테니 나한테 500만 써라.

나 코트랑 가방 ㅎㅎ. 그리고 너네 회사에서 나오는 베네핏 나눠 썼으면 해.

넌 다 안 쓴다며 아깝잖아. 종종 너희 회사 직원들 제주도 오면 우리 가게 음식 사주고

굉장히 많이들 드시더라, 아주 흐뭇했어.

가게 딱 들어서는데 가오가 멋있더라.

잊지 마 넌 좋은 사람이야.

나 처음이다 커플 만들고자 하는 것.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내가 널 간택했다니까. 

인연 만들어 보자 그만 힘들게 살어.

얼음 넣은 사이다는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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