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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Dec 07. 2024

그녀의 점심 - 12

좋은 것만 좋은 건 아니야-바질 커리.

렉싱턴과 파크에비뉴 어디쯤 있다 들었었다.

인도인이 하는 미슐랭 커리집.

그때는 미슐랭을 잘 몰랐고 개념도 없었고

궁핍한 우리로서는 그저 화려하고 음식 양적게 복잡하게 주고 비싼 곳이라 여겼었다.

다들 미슐랭 미슐랭 하니까 가보자 해서 주영이랑 나랑 체크카드 잔액까지 확인해 가면서 계획을 잡았었다.

인도 음식점에 위치가 렉싱턴이라..

우리는 코끼리가 금술 두르고 나오나 싶었다.

부푼 기대감을 지니고 몇 번이나 주소를 확인했으나 그곳이었다

일단 바깥계단으로 내려간 지하.

이게 과연 렉싱턴 맞나 싶은 허름함.

철없는 여대생들에게는 궁상스럽게 느껴지는 입구.

늦은 여름이었는데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활짝 열린 입구.

등받이 없는 철제 의자와 찰떡궁합의 장판? 이 덮인 테이블.

깨끗하지도 않은 듯한 실내 한낮에 형광등이 훤하게 켜져 있어서 더더욱 초라해 보였다.

터번을 두른 주인은 알 수 없는 메뉴가 적힌 메뉴판을 건넸고

언뜻 눈에 들어온 가격은 '세상에 뭘 주길래' 이다지도 비싼 걸까

궁금했다, 알 수 없었으나 치킨과 콩커리를 주문하고 주영이는한참 연애 중이던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보라고 그의 학교 근처라고 밥 사 줄 테니 나오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커리 싫다 하는 그와의 통화를 마치고 선풍기 바람에 머리를 펄럭이면서 " 진짜 잘 생겨서 만나는 거야"

하면서 웃었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우리 둘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거 23$ 이잖아"

"어"

낡아 보이는 아니 낡은 오벌형 스텐접시에 하나 가득 펄럭거리는 밥이 나왔고 간장 종지 그릇에 커리가 나왔다. 치킨 커리는 닭이 몸을 씻고 갔는지 닭의 흔적도 없었다.

"근데 여기는 스푼도 안주네"

직원을 불러 스푼을 요구했는데 물티슈를 힐끗 가리키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스푼을 가져다주었다.

불면 흩어질 밥알 위에 커리를 조금 부어서 한국에서 먹던 것처럼 비벼서 한 입 넣고는 우리 둘이 자지러지게

"짜'라고 외쳤다.

혀가 오 그라질정도로 짰다.

커리 맛을 모를 정도로 짰다.

밥 위에 부은 커리를 넓게 넓게 펼치면서 주영이는 " 그 새낀 촉도 좋아 알고 안 나온다 했나 봐" 했었다,

"주영아 근데 밥이 맛있어. 그렇지?"

그렇게 솜털처럼 가볍게 지어진 맛있는 밥이 신기했었다.

커리는 병아리 오줌보다 적게 찍어서 밥 위에 얹어 먹었었는데 맛이 있었다.

애피타이저도 디저트도 없었지만 물도 밍밍한 온도의 생수뿐이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밥이 정말 맛있었다.

놀라운것은 간장 종지에 커리가 남았다. 언덕 같았던 밥은 다 먹었는데.

식당에서 나와 주영이 남자 친구와 만나러 그의 학교 앞 분수대로 가는 동안 우리는 또 감탄하고 감탄했었다.

"장사는 저렇게 해야 하는 거야 떼돈 벌겠어 세상에 "라고.


그녀도 커리를 만든다

이젠 제법 손에 익어서 각종 향신료도 겁 없이 넣는다.

어제는 바람도 선뜻해서인지 커리가 그 커리가 생각났고 내려앉은 경기 탓인지 손님도 확 줄어서

그녀 맘 가는 대로  메뉴를 만들어 내놓기는 최적의 시기이다.

장사 내려앉아서 돈 안 들어오고 아낌없이 이것저것 만들어 보다가 재료 버려대서 돈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온갖 향신료와 토마토를 베이스로 막판에 바질페스토를 더해서 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식당 커리 허투루 만든 거 아니었구나.

여러 향신료와 주재료가 겨우 만들어낸 정점의 맛이었었다.

짜디 짠데 멈출 수 없었던 맛.

그 단순한 밥의 맛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에 비하면 내 커리는 멀었다.

미슐랭 받을 만했던 식당이었다. 인정.



그녀는 차마 그 식당처럼 서비스를 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이 맛은 그 맛이 아니니까.

계란을 덧 붙인 것도 모자람을 채우기 위한 꼼수이다.

하지만 그녀 것도 덜 짜서 먹을 만했다.

주영이와 그 남자는 헤어졌다.

그녀가 아는 것은 2년 정도 사귄 것 같은데 주영이가 아파서 nyu 병원에 입원했고

그 남자는 아픈 주영이에게 찾아와 헤어지자 했었다.

주영이는 배 땅겨서 울지도 못한다고 슬퍼했었다. ( 맹장 수술)

그리고 퇴원하고 6개월 후에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 난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고 잘 생기고 몸 좋은 남자는 정말 싫어" 하면서 참한 남자분과 연애를 시작하고 1년 뒤 결혼을 했다.

화려 하지만 맹탕인 것도 소박하지만 진국인 것도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이다. 짜잔 ~~~

정성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저 바질 커리 만드는데 시간과 정성 그녀는 겨울 메뉴로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

정말 맛있지만 정말 귀찮고 손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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