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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Dec 05. 2024

그녀의 점심 - 11.

구하라 그러면 얻어 걸린다- 토마토 떡볶이.

아침에 가게 열쇠를 꽂고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순간 빼고 싶었죠

" 영화 보러 갈까? 요새도 조조 영화 있나?"

저번 주에 위키드 보고 와서 그 설렘이 남아 있는 그녀입니다.

머릿속은 늘 일탈을 꿈꾸죠.

재수 시절엔 뚱뚱한 바디로 파이프를 타고 내려와 탈출을 꿈꾸었고

딱 걸린 경남이에게 학원선생님이 마이크로 크게

"너 이제 경북이라 부르겠어" 그녀는 어이가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틈틈이 선생님 눈 밖에 날 행동을 하였으나 딱히 혼난 기억은 없습니다.

그냥 웃으시면서 "넌 넌"하실 뿐이었죠.

보기보다 따박따박하였고 보기보다 순했고 보이는 그대로 허당이었던 그녀입니다.

열쇠를 빼고 꿈꾸던 일탈은 포기했으나 그날 하루 내내 그녀는 우울했습니다.

그런 날

마음이 비단 같아서 고운 게 아니라 손만 대만 좌악 찢어질 것 같은 날.

무너지는 기분인데 그냥 무너지려니 하는 날

기운 내기가 싫은 날.

'사람이 어떻게 생둥생둥할 수 있어?'

'바닥 저 아래까지 나 쳐져 보리라' 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어학원에서 강사를 잠깐 했었는데 예상 밖으로 딱 맞던데요 그녀와.

잘 생긴 녀석이 listening 시간에 너무 주무셔서 ' 도대체 쟨 뭐예요?"

하니 다른 강사선생님께서 "상고 일진이에요 놔두세요. 쟤 때문에 여자 학생들이 줄을 서서 들어와요"

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상고 일진이라.... 신기했죠 미지의 녀석 그리고 잘 생겼다구요.

엎드려 주무시는 녀석이 얄미워서 뒤에서 툭툭 등을 두드려 깨운 후

"잘생긴 일진님 일어나 봐."

잘 생긴 녀석은 싱긋 웃더니 그나마 문제를 풀어 주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쪼르륵 달려와서 내게 "샘 담뱃불로 지질지도 몰라요. 모르세요?"

"아니야 쟤 안 그래 내가 너희를 지질 판이다. 공부 좀 해주라"

다소 겁대가리 없이 엉뚱한 그녀였는데 그날은 유난히 울화가 치밀면서 가게 밖으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청소하시는 분과 차를 한잔 같이 마시고 점심 장사를 하고 뭘 먹어 볼까 궁리를 했죠.

'혓바닥 얼얼하게 매운 거' ' 재료가 없을 텐데 ' 하면서 냉장고를 칸칸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즈음 그녀의 자존감은 바닥에 슥슥 발려지는 시멘트처럼 편평하게 얇게 내려앉는 중이었습니다.

아무리 추켜올려도 죽죽 바닥에 발려질 뿐이어서 " 그래 그래라 ' 싶었던 중이었습니다.

그녀 다운 묘책으로  그녀의 기분을 살릴 업시킬  대책을 찾았는데 고추장 없음.

"아이씨, 보란 듯이 아무것도 안 도와 줄거구나'

다시 뒤지기 시작 한 냉장고에서 파, 토마토, 소고기, 떡국떡, 어묵, 고춧가루를 찾아 놓고 떡볶이를 고고.

'육수? 놀고 있네 무슨 육수냐? 대충 하자.'

그런데 토마토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사람이 구하다 보면 또 얻어걸리는 게 있더라고요.

그럼 한 번 보실까요?





떡국떡 한 줌 (아무도 모르는 그녀만의 다이어트 중이라 한 줌) ,  큰 토마토 반 개, 치즈 들어간 어묵 한 개 , 소고기 쪼금) , 다진 파, 고춧가루 1. 간장 0.7, 설탕 0.5. 물 1컵.


팬에 식용유 또르륵 붓고 약불로 시작합니다.

파를 넣고 파기름을 살살 내주는데 냄새 끝내줍니다. 파기 노르스름하게 변하면 고춧가루 넣고 살살 볶습니다.

고춧가루 눈 깜박할 새에 탑니다. 불 맛 안 나요. 그냥 재랍니다. 살살 약불유지 끝까지!!

고춧가루 잠깐 형식상 볶다가 간장 투하 합시다요.

간장 넣고 떡 넣고 어묵 넣고 살살 볶다가 물 반컵 넣고 설탕 넣고 토마토 넣고 고기 넣고 끓이다가 나머지 물 다 넣고 후추 마구마구 뿌려서 마무리 끝이요.

토마토 맛이 어마어마해요.

바닥에 깔란 자존감은 살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살만하네' 까지는 기분을 업 시켜주던데요

물론 잠시지만.

토마토를 너무 푹 익히지는 마세요. 살짝 익어야 맛이 녹진녹진 탱글탱글해요.

'위에다 모차렐라 얹고 익히면 훌륭했겠구나'라고 다 먹고 생각했습니다.

양념에 밥 안 비빈게 어딘가요!

그녀의 자제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양념 너무 맛있어요. 쓸데없이 자제하지 마시고 밥 비벼 드세요.

슥슥.

우울한 날이 대부분이지만 맘 쓰라린 일이 태반이지만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맘 쓰라리면 쓰릴 수밖에요.

피할 도리가 없잖아요.

토마토 기억하세요 정말 그레잇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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