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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사장 Dec 12. 2024

그녀의 점심 -13

다 똑같지 않다-  물 만 밥

맨해튼 32번가에서 길을 건너다가 만난 할아버지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시면서 하신 말씀 중에

"변덕이 말도 못 하네" 라고 하셨었습다.

미국에서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웃고 말았었는데

-게다가 짝사랑을 몇 년째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무슨 변덕? 다들 열녀 났다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흘러 그녀 하는 것을 들여다보니 틀리지 않은 말 같습니다.

늘 옆 집이  궁금하고 안 써본 것을 써보고자 하고 안 가본 길로 쑥쑥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그녀는 의미없는 기준이 거북합니다.

요리책을 보면 **그램 ** 컵이 의아스러울떄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내 입맛이랑 그의 입맛이랑 어떻게 같습니까?

나는 싱겁게 먹을 수도 그는 맵게 먹을 수도 있는데.

그녀는 한결 같이 음식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너랑 달라.

좀 다르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요사이 카레를 하다 보니 하루에 두 번 짓는 밥이 남습니다.

어느새 밀폐용기에 통통히 쌓이는 찬밥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랍니다.

리소토와 카레의 영향으로 쌓여가는 찬밥 속에 그녀의 볶음밥 실력은 몰라 보게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볶음밥을 즐기는 유형이 아니라 커다란 프라이 팬으로 그득 만들어 여기저기 돌려 나눠 먹고 손님들도 나눠 드리고 합니다.

쌓여 있는 찬밥을 바라보다가 "그래 오늘은 물 말아먹자" 결심을 합니다.

가게에 북어채와 명란이 있으니 그것으로 벗 삼아 찬밥을 따뜻한 물이 말아서 촉촉한 점심을 즐겨 볼까 합니다.

북어채는 사삭한 타입과 눅진한 타입으로 일타 쌍피를 명란은 참기름에 반개를 굽고 반개는 생으로 해서 일타 쌍피를 시도합니다.

파사삭 북어채는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두면 파사삭의 의미가 없습니다.

한번 먹을 만큼만 만듭니다.

북어채를 마른 체로 적당크기로 잘라 기름을 달궈서 살살 튀겨 낸 후에 약불에서 양념을 부어 슬쩍 볶아내면 조리 끝.

말이 쉽지 아마 세 번 정도는 실패하셔야 맛있는 파사삭 북어채가 가능하시겠습니다.






가게에는 양념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파사삭이건 녹진이건 간장 1, 고추장 1, 설탕 1 이 양념의 전부입니다.

녹진녹진은 북어채를 물에 십 분 정도 담그신 후 불기를 꼭 짜주시고 양념에 버무린 후에 약불에서 기름 두르고 볶습니다.



양념이 잘 배이게 바득바득 무쳐서 팬에 구워 주세요.


순식간에 파사삭한 놈, 녹진한 놈이 만들어집니다.

녹진한게 만들기는 쉽습니다.

명란은 뭐... 설명 안 해도 되겠지만 참기름과 약불은 꼭 기억하세요

구울 때 안까지 다 익히면 볼품이 없어서 슬쩍 익히시는 게 포인트입니다.








겨울이라 가게에서 둥굴레 차도 끓이고 결명자도 끓이고 옥수수도 끓이고 있어서 밥 말 물은 넘쳐나요

찬 밥에 따끈한 결명자 부어서 북어채와 명란 얹어 먹고 있노라면 마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개운하고 단정한 한 끼입니다.

파사삭 북어 맛에 반하실 걸요?

두세 번 실패하시면 길이 열릴 겁니다.

해보세요. 파사삭.

변덕이 심하긴 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 고집은 대단해서 잘 모르겠네요.

심한 변덕에 심한 고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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