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느끼고 싶다

by 남재준

10년 동안의 짝사랑은 어떤 느낌일까.


난 사랑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서,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내가 느낀 거라고 해봐야 끌림이었는데, 그것과 사랑 사이에는 미묘한 구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론 고통스럽겠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솔직히 부럽다.


이런 말을 하면 당사자는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내가 부러운 이유는 적어도 그는 무언가를 느끼고 어딘가에 의미를 채워 넣으며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물론 항상 다른 상태 또는 반대의 상태가 더 낫다고 느끼기 마련이니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면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감에 아무 의미 부여가 없는 사람은 절망, 희망, 분노 등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지금 살아는 있는 것인지, 생물학적으로가 아니라 실존적 차원에서 '살고' 있는지의 자문만이 텅 빈 고요한 생각의 바다의 표면 위로 이따금씩 떠오를 뿐이다.


뭐라도 느낄 때는 느껴서 고통스럽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 그건 형언하기도 어렵다.


낙이라도 있어야 한다.


낙이라도 없다면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로 내겐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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