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황태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by 남재준

넷플릭스의 <마지막 차르>를 봤다.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태자 알렉세이가 너무나 안 되었다.

다른 황실 가족들도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의 파도 아래 잔인하게 휩쓸려 자신의 인생을 잃어야만 했지만, 알렉세이만큼 안타까운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다시는 제왕가의 핏줄로 태어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남송 소제 조병이나 삼종신기를 안고 바다로 뛰어든 일본 안토쿠 천황 토키히토,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불길 속에 희생 당한 루이 17세가 모두 그렇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이 태어날 곳을 택하지 못하니 왕가로 태어나 멸망과 함께 참혹한 최후를 맞는 것과 빈가에 태어나 기록이 남지 않게 참혹한 최후를 맞는 것 사이의 차이를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알렉세이는 불우하게도 혈우병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아 짧은 생애 안에서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 알렉산드라 황후(헤센의 알릭스)의 편집과 우울이 네 번째 출산 끝에 간신히 얻은 유일한 아들의 이 병으로 인한 자책감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그 불안의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기인 그리고리 라스푸틴이었고 결국 알렉세이는 살아남지 못했으니..

언제 당도할 지 모르는 죽음이 시시각각 닥쳐오는 상황에서 감금 상태의 황실 가족들은 불안한 나날을 애써 밝은 일상으로 덮어보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나 안 된 일이다.

혁명은 참으로 당연한 모순의 한계 끝에 당도한 결말이었지만 또한 너무나 많은 무고한 목숨을 해쳤다.

이런 일이 없도록 인류는 파국이 닥쳐오기 전에 미리 치유하고 개혁하는 교훈을 알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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