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네덜란드 총선 결과
네덜란드 총선이 중도와 극우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현대 유럽의 정치적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를 낸 것 같다.
롭 제튼(1987-, 우리나라의 김재섭 의원, 장혜영 전 의원과 동갑)이 이끄는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민주66(D66)이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보다 근소하게 앞선 16.9%(자유당이 16.7%)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두 정당이 같은 의석(26석)으로 제1당이 되었다.
2년 전의 2023년 총선은 다당제인 네덜란드 정치에서 유독 연립정권을 구성하기 어려운 결과를 냈다.
자유당이 제1당이었지만 홀로 내각을 구성할 수 없어서 2024년에 중도-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인민당(VVD), 신사회계약(NSC), 농민-시민운동(BBB)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관료 출신의 딕 스호프를 총리로 옹립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되었다.
민주66이 20석 이상을 기록한 총선은 1994년(24석), 2021년(24석)이었는데 제1당이 된 전례는 없었다.
하원의 총 의석이 150석이므로 과반인 76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4개 이상 정당의 연정이 필요한데, 보통 3개 이상 정당이 연정을 구성한 전례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제3당인 자유민주인민당(22석)은 마르크 뤼터 내각(2010-2024) 때의 주도 여당으로서 민주66과 함께 연정을 구성했었고 같은 자유주의(정확히는 보수자유주의 중도우파) 정당이어서 연정 구성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제4당인 녹색좌파-노동당(GL/PvdA)은 야당이었음에도 의석이 5석이나 감소하는 사실상의 패배를 당했는데, 빔 코크 내각(1994-2002) 때의 주도 여당(노동당)으로서 자유민주인민당, 민주66과 자색연정(Purple Coalition)을 구성했었다.
이번에 민주66의 롭 제튼이 총리가 되는 경우, 그는 최연소(38세) 총리, 최초의 공개적 성소수자(게이) 총리, 민주66 출신의 최초 총리가 된다.
종전의 37석에서 11석이 감소하는 사실상의 패배를 당한 헤이르트 빌더르스(Geert Wilders) 자유당 대표는 민주66 주도 내각의 성립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자유당 주도 내각이 성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사를 보면 롭 제튼은 이민 문제에 관해 불법이민 근절과 동화 정책 강화 등 자유당의 정책들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가장 중요한 이슈에서의 극우 정당과의 입장 차를 줄여 타격을 흡수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측된다.
자유당과 다른 중도우파 정당들의 이민 문제 등에 관한 이견 때문에 자유당이 연정을 깨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게 된 것인데, 제3당인 자유민주인민당은 갈등의 당사자였기 때문에 참여할 리 없다.
민주66에 이어 최대 수혜자가 된 정당은 13석이 증가해 18석을 획득한 기독교민주당 아펠(CDA)인데 이 당 역시 기독교민주주의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으로서 자유당과는 연정을 할 생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부터는 극우 정당들인데 보수자유당(JA21)과 민주주의를 위한 포럼(FvD)는 각각 9석과 7석을 기록했으나 이들과 자유당의 의석을 합쳐도 26+9+7=42석으로 과반에 한참 모자란다.
제튼 대표는 ‘중도 빅 텐트 연립’을 공언했는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인민당, 녹색-노동당, 기독교민주당 아펠이 염두에 두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66(26)+자유민주인민당(22)+녹색좌파-노동당(20)+기독교민주당 아펠(18)의 4당은 합쳐서 86석으로 과반+10석을 달성할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바에 따르면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 자유민주인민당 대표는 프란스 티메르만스 녹색좌파-노동당 대표와 연정을 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었는데, 녹색좌파-노동당이 여당이 아닌 야당이었음에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티메르만스 대표가 사퇴하여 상황이 변할 여지가 생겼다.
사실 14년에 걸친 장기의 마르크 뤼터 내각 재임 동안 민주66, 기독교민주당 아펠이 연정 파트너였고 세 당은 범자유주의+기독교민주주의 중도~중도우파 성향으로 크게 의견이 갈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녹색좌파-노동당은 기본적으로 중도좌파 정당이어서 약간 기본적인 성향 가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66과 자유민주인민당은 규제개혁을 통한 고용 창출과 주택시장 안정화 등을 지향하고, 기독교민주당 아펠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수준에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기독교민주주의는 통상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지하며, 마지막 CDA 주도 내각이었던 뤼트 뤼버르스 내각(1982-1994)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했다) 기본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중도좌파 진영에 속하는 녹색좌파-노동당은 사회정의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시장 규제 유지 또는 강화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
*아래는 오늘 친구와 내가 최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금융규제 및 토지거래허가제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에 대하여 보인 입장 차이인데 숨겨진 전제들을 대조해보면 정책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친구 : 매매가와 전세가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고가의 집값이 결국 전세사기로도 이어지는 현상. 복지나 금융 지원 등은 되려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기제로 작용했을 뿐.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수요 억제가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음. 이제까지 세제나 금융 등의 규제들은 많이 시도해봤으니 이제 포괄적 거래허가제라는 강한 충격이 필요할 수 있음. 아직 정책의 효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개입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타당치 않은 부분 있음. 정책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방임하는 것은 정책의 직무 유기와 무의미화.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것을 막는 ‘듯한’ 이미지 때문에 본인이 주택 소유자도 아니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 실제 다주택자나 투기적 수요자의 저항이 타당찮은 것은 당연하고. 소득이 전체적으로 축적 정도가 높아지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음. 정책은 생물이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지금 이대로 내버려 두는 상황보다는 뭐든 시도해야 함.
나 : 문재인 정부 때의 부동산정책이 종합적으로는 결국 집값 상승을 오히려 유발한 측면이 있음. 거래허가규제는 시장의 기본원리 자체와 개인들의 거래 환경에 대한 신뢰성 및 안정성을 저해. 긁어 부스럼 만들기이고 톰과 제리 시합의 시작을 자극하는 것임. 정부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함. 보유세 등은 재정 확충을 위한 중산층 부담 확대 등의 차원에서 타당성이 있고, 그 외 청년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실수요자 금융 지원 등 처음부터 실수요자를 전체 부동산시장과 분리 지원하는 것을 우선하는 방향이 타당. 기본적인 국민들의 인식은 소득의 축적을 통한 자산 즉 집 – 최소 자가 + 가능하면 노후를 위한 부동산 하나 아닐까?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선 소득 축적 속도를 집값 상승 속도보다 빠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포괄적 규제를 통해 집값 상승세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상당한 것(최악)과 내버려 두되 실수요 분리 지원을 우선하는 것(차악) 중 어느 쪽이 그나마 나을 것인가?
그러나 최근의 좌경화 경향과 달리 과거에 노동당이 코크 내각 때의 제3의 길(Third Way) 성향을 보인 적도 있긴 했으니 아예 타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중도’좌파).
롭 제튼은 버락 오바마의 ‘Yes, We Can’과 바이브가 닿는 ‘Het kan wel’(It is possible)을 표어로 내세웠는데,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소수자와 젊은 리더십이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로 어필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튼은 네이메헌 랏바우트 대학교에서 수학하여 행정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재무부 산하 철도공사(ProRail)에서 컨설턴트와 지역공급사슬(Supply Chain)관리자를 지냈으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후에너지부장관(뤼터 내각), 민주66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3년 8월에 민주66 당대표에 취임하였으며, 니콜라스 키난(Nicolás Keenan, 1997-)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필드 하키 선수와 약혼하고 내년(2026년)에 혼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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