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에서 보수 세력 - 자민당, 유신회, 국민의힘 등 - 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가 제안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그럴듯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민주정치체제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치가 비효율적이라고 정치를 없앨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제안은 정치 혐오에 기생한 것이다. 말하자면 '비효율적인 정치인들 규모를 줄여버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국민의 감정에 기초한 반민주주의이다. 왜냐하면 민주정치체제를 유지하는 한, 민주성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정치가 운영되어야 하는데 만약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면 기본적으로 더 적은 수의 정치인들이 더 많은 수의 국민들을 대표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구 간 1인당 표 가치 격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현대사회의 다원성을 감안하면, 결국 소수의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상당수와 단절된 채로 자기들의 정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당 정치의 차원에서 보면, 대개 국회의원 정수 축소의 타깃은 비례대표 의석에 집중되어 있어서 중소 규모 정당들에 지대한 타격이 된다.
이 점에 있어서 일본유신회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본인들은 오사카의 지역 기반이 있어서 괜찮을지 몰라도 공명당이나 공산당 등의 정당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자들은 명목상 분권주의와 작은 정부를 주장하지만, 결국에는 오사카지역주의에 기초해 오사카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심산이 핵심이다. 유신회가 제안하는 오사카를 부수도로 하는 방안에 들어가는 예산은 왜 낭비가 아닌가? 그 자체를 하나의 집중적 기획으로 만드는 경우 지방창생의 수준을 넘어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양당제가 극단화된 상황 속에서 정당 생태계가 더욱 복점화되어 결국 중소 규모의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 등의 역할을 하는 여러 정당들이 생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를 개선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경우 양당 복점을 구조화하자는 소리다.
그나마 일본은 좀 나은 상황이지만, 제일 지지율이 높은 자민당보다 무당층이 더 많고 정치적 무관심이 디폴트값인 상황에서 국회의원 의석수가 줄면 민주성 제고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
민주정치를 운영할 때 효율성도 기준이 되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비용 절감의 방안이나 정치문화의 일신은 다른 방향에서 정해야 한다. 특히 자민당은 그 스스로가 근본적으로 정치자금 문제를 끊어내지 못했는데 새삼 정치개혁을 말하는 건 좀 후안무치하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뼈를 깎는 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 침식'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