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나탈리아의 편지

by 남킹


나는 복도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홀로 서서 떨리는 손으로 편지 봉투를 급하게 뜯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마치 전장의 북소리처럼 뛰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틀림없는 나탈리아의 편지였다. 그녀의 숨결과 온기가, 그녀의 영혼의 파편이 느껴지는 듯한,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녀의 편지.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물을 애써 참으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의 사랑, 나의 하나뿐인 남편 세자!

당신이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 편지를 읽게 될지 상상해 봅니다.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혹시 예전처럼 아이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을지, 아니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그날처럼, 소리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늘 바보처럼 착하고 여리기만 한 나의 남자, 나의 세르게이. 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무리 가혹하고 잔인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오래전에 예정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세자, 나의 영원한 사랑. 너무 슬퍼하지는 말아요. 어쩌면 그 예정된 고통의 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정말이지…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운이 아주 좋다면, 우리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다시 만나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을, 평범하지만 소중한 날들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저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것을 간절히 소원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게 될 시점을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건대, 저는 아마도 지금쯤 머나먼 목성을 향해 날아가는 차가운 우주선 안에서, 기약 없는 냉동 수면 상태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혹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목숨을 걸고 목표로 했던 그 일을 무사히 마치고, 그리운 당신이 기다리는 지구로 돌아오는 귀환길에 올랐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아마 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 사랑! 이런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를 당신에게 미리 해야만 한다는 것이 제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는 것 같지만, 이번에 우리가 하려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동시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사라진 후에 틀림없이 저를 찾아서 온 세상 구석구석을 또다시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닐, 나의 가쾗고 불쌍한 남편에게… 세자! 제가 만약 돌아오지 못한다면, 적어도 제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는 당신이 알아야만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마지막 편지를 남깁니다.

마침내, 우리의 용감하고도 위태로운 친구, 마우드가가 사리 님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파더스 가문의 추악한 탐욕과 광기의 결정체인 블루 마인드의 핵심, 즉 파더스 총수의 뇌가 보관되어 있다고 추정되는 그 ‘심장’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아주 극비리에 – 이번 임무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위험해서,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피엔티아 형제들에게조차 자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부디 저의 이기적인 결정을 용서하시기를…. – 저와 가우타 님, 그리고 마우드가, 이렇게 세 사람이, 예레미 님이 조종하는 특수 우주선을 타고 그곳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목성 근처의 소행성대에 숨겨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입니다. 그곳은 현재 인류의 어떤 관측 장비로나 탐지 자체가 불가능하며, 설령 발견한다 해도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최첨단 스텔스 기술로 위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상되는 임무 수행 기간은 왕복 시간을 포함하여 최소 1년 정도입니다. – 더 이상 자세한 사항은 보안상의 이유로 당신에게 알릴 수 없음을 부디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저는 지금 당신에게 이 글을 쓰면서도, 제발 우리가 무사히 그곳에 도착하고, 임무를 완수하고, 살아서 당신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이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세자.

내 사랑, 세자! 아마 당신에게 <예레미>라는 이름은 무척 생소할 것입니다. 그는 바로… 아난다 원장님의 친아들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환락의 땅에서 노예상에게 납치되어 머나먼 목성 식민지로 팔려 갔고, 그곳에서 혹독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파더스 연합체> 소속 최고 등급 정보 분석 요원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에 비밀 임무를 띠고 지구로 파견되어, 주로 신의 땅에 은신하고 있는 우리 저항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운명의 이끌림처럼, 가르니에 수도원에서 기적적으로 어머니 아난다 원장님과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터라, 죽었던 어머니가 인조인간으로 부활한 모습에 처음에는 큰 충격과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어머니의 부활을 이끌고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가우타 님을 전적으로 돕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다행히 그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파더스 소속 정보 요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목성계의 복잡한 지리와 보안 시스템에 누구보다 밝으므로, 저희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수 있는 최고의 인재이자 유일한 희망입니다.

나의 영원한 동반자, 나의 사랑 세자! 제가 당신에게 남길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제 삶을 돌이켜볼 때마다 늘 제가 행운아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처럼 순수하고 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나 뜨겁게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짊어져야만 했던 그 어떤 무거운 운명이나 고통스러운 예언보다도 훨씬 더 저의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 인생의 단 하나뿐인 사랑. 부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날까지 부디 몸조심하고… 나를 기다려 주기를…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는 아내,

나탈리아로부터.’

편지를 다 읽고 났을 때, 나는 복도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슬픔과 그리움, 불안과 공포, 그리고 아주 희미한 희망이 뒤섞여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나는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녀는 나의 존재 이유였고,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편지를 가슴에 품고,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나의 울음소리는 폐허가 된 정신병원 복도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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