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노래 (Song of Two Worlds)

by 남킹

제1장: 두 세계의 충돌

스라기락나, 락나아 행성의 셋째 달이 핏빛으로 물든 석류석처럼 밤하늘의 장막 위로 떠올랐을 때, 길라안은 고대의 의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견고한 갈색 피부 위에는 수천 년 동안 그의 조상들이 대지의 숨결처럼 신성하게 여겨온 붉은 점토가 섬세하게 발려 있었다. 마지막 상징, 부족의 힘과 인내를 나타내는 나선형 무늬를 자신의 어깨에 손가락으로 그려 넣으며, 그는 잠시 숨을 멈추고 락나아의 익숙한 지평선을 응시했다. 거대한 형광성 수목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낮은 언덕들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장관 너머로는 거대한 트윈 수정 봉우리가 달빛을 머금고 깨질 듯 차갑게 반짝이며 서 있었다. 그것은 그의 부족, 숲의 아이들이 태초부터 알고 기억해 온 풍경,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세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달랐다. 오늘 밤, 하늘은 더 이상 조상들의 고요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하늘은 분노한 신의 상처처럼 불타고 있었다.

"그들이 다시 왔어." 길라안의 곁에 선 누이, 테라니가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와 깊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그들의 부족이 대대로 사용해 온,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의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돌 창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로."

밤하늘은 별들의 자리를 빼앗은 침입자들, 크세나리아 우주선들이 대기를 가르며 남긴 불꽃의 흉터로 얼룩져 있었다. 길라안은 저 흉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더 많은 정착민들. 더 많은 탐욕스러운 광산들. 더 많은 파괴. 그들의 영혼과도 같은 신성한 땅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더 깊은 침범.

"우리는 조상들의 의식을 멈추지 않는다." 길라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숲의 깊은 침묵처럼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흔들림 없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길, 우리의 전통을 굳건히 지킨다면, 락나아의 영혼께서 우리를 어둠 속에서 인도하실 것이다."

테라니는 의심과 체념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하늘을 뒤덮은 불길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들의 불타는 막대기와 천둥 같은 기계들 앞에서, 영혼이 우리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다는 거야, 오라버니? 우리의 기도는 그들의 강철 갑옷을 꿰뚫지 못해."

길라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질문은 그의 심장에도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굳게 입을 다물고, 다시 한번 어깨에 새겨진 나선의 무늬를 매만졌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자, 그의 백성들이 지켜온 모든 것의 증표였다.

한편, 검푸른 우주의 심연을 가로지르는 크세나리아 함대의 기함, '바라자의 의지'의 거대한 함교 안. 그레빅스 공주는 강화된 관측 창 너머로 서서히 다가오는 행성, 락나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락나아는 생명의 푸른빛과 신록의 초록빛이 어우러진 눈부신 보석처럼, 끝없는 어둠 속에서 고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고향, 죽어가는 붉은 모성 크세나리아의 메마르고 황량한 풍경과는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였다. 그 생명력 넘치는 광채는 그녀의 가슴에 설명할 수 없는 동경과 함께 미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착륙 준비 완료까지 5분 남았습니다, 공주 전하." 선장 드렉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기계적인 효율성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공주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어려 있었다.

그레빅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먼 곳, 저 푸른 행성의 표면에 가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락나아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들의 깊고 신비로운 영적 교감, 자연과의 경이로운 조화, 그리고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세대를 이어온 복잡하고 정교한 구전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 크세나리아의 지배 계급, 그녀의 어머니를 포함한 엘리트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미개한 토착민들의 원시적인 미신이라 일축하며 비웃었지만, 그레빅스는 언제나 그 이야기들 속에 무시할 수 없는 깊은 진실, 혹은 적어도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숨겨져 있다고 느껴왔다.

"모선(母船)의 여왕 폐하께서 전하의 보고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드렉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 톤이 약간 낮아졌다. "폐하께서는 새로운 정착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매우…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그레빅스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어머니, 바라자 여왕. 그녀의 강철 같은 의지는 오직 크세나리아 제국의 영토 확장과 자원 확보라는 대규모 식민지화 계획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새로운 자원, 새로운 땅, 크세나리아인들을 위한 새로운 시작.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누가 희생되고, 어떤 문화가 짓밟히는지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진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모든 파괴는 불가피한 부수적 피해일 뿐이었다.

"락나아 원주민들과의 평화적 협상에 관한 나의 제안은 어떻게 되었소, 선장?" 그레빅스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희미한 기대와 더 큰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드렉스는 불편한 듯 몸을 살짝 움직였다. 그는 공주의 이상주의적인 면모를 존경했지만, 현실의 냉혹함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여왕 폐하께서는… 그러한 노력들은 시간 낭비이며 불필요한 감상이라고 여기신다고 전하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락나아인들은 그저… 제국의 위대한 진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장애물일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레빅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녀의 은빛 피부 아래로 분노의 혈류가 빠르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크고 깊은 보라색 눈동자가 차가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들은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들이오, 선장. 그들은 장애물이 아니란 말이오. 그들은 이 행성의 주인이었소!"

함선이 락나아의 짙푸른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부드러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찰열로 인해 창밖이 희미하게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그레빅스는 결심을 굳혔다.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어떤 명령을 내렸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락나아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만약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이 무의미하고 잔인한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저 아름다운 행성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제2장: 첫 만남

깊은 밤, 락나아 마을의 심장부. 길라안은 그를 원형으로 둘러싼 부족 장로들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의식은 이미 달이 중천에 떠오르기 시작한 지 오래,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려 붉은 점토 문양과 뒤섞였다. 영혼을 울리는 듯한 리드미컬한 북소리가 밤의 정적을 가득 채웠고, 신성한 향신료와 약초를 태우는 매캐하면서도 향긋한 연기가 그들 주위를 신비롭게 감돌았다.

"오, 위대하신 스라기락나의 영혼이시여! 우리의 지혜로운 조상들이시여!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시고, 나아갈 길을 밝혀주소서!" 수석 장로인 카라딘이 낮고 엄숙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는 세월의 지혜와 함께 현재의 위기에 대한 깊은 고뇌가 새겨져 있었다. "저희의 땅을 탐하는 적들에 맞설 지혜와 용기를 내려주소서."

길라안은 두 눈을 감고, 그의 정신을 조심스럽게 해방시켰다. 락나아인들이 대대로 연마해 온 고대 명상 기술은 단순한 정신 수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의식을 행성의 맥박과 동조시키는 통로였고, 때로는 시공간을 초월한 통찰력과 미래를 엿보는 예언적 꿈을 선사하기도 했다. 외부인들이 미신이라 치부하는 그들의 강력한 영적 연결은, 세대를 거쳐 갈고 닦아온 실재하는 능력이자 그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그 순간, 마치 차가운 불꽃 같은 강렬한 감각이 그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그는 현실과 다른 차원의 영상들을 보았다. 거대한 금속 괴물, 크세나리아의 착륙선이 그들의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 속에 내려앉는 모습. 은빛 피부와 놀랍도록 깊은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이방인 여성의 모습.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나 적의가 아닌, 진지한 호기심과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믿을 수 없는 환상을 보았다 –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 락나아와 크세나리아가 파괴적인 충돌이 아닌, 서로를 마주보며 손을 내미는 모습. 화해와 공존, 그리고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이 희미하게 빛나는 길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올 것이다." 길라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더 깊고, 더 울림이 있었으며, 마치 다른 존재가 그의 입을 빌려 말하는 듯했다. "평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 자. 우리는… 그녀를 만나야 한다."

장로들은 숨을 삼켰다. 놀라움과 깊은 불신이 뒤섞인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서 북소리만이 불안하게 이어졌다.

"지금… 그들과 대화를 하자는 말이냐, 길라안?" 카라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오래된 얼굴에는 깊은 걱정과 회의감이 어렸다. "크세나리아인들은 우리의 신성한 땅을 강탈하고, 생명의 숲을 불태우며 파괴하고, 우리의 강과 샘을 더럽히고,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벌레처럼 무시해왔다. 그런데 그들과 마주 앉으라고?"

"하지만 모든 크세나리아인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길라안이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의 눈빛은 환상에서 본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제가 본 이 여성은… 다릅니다. 그녀의 마음에는 듣고자 하는 의지와 이해하고자 하는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활한 함정일 수 있다!" 다른 장로가 날카롭게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수십 년간 쌓인 크세나리아인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그들의 방식이다. 평화를 말하며 다가와 우리의 심장을 찌르는 것!"

길라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장로들 한 명 한 명에게 머물렀다. "락나아의 영혼께서 직접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꿈이 아닙니다. 예언입니다. 우리는 최소한 그녀의 말을 들어봐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장로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의견 충돌이 벌어졌다.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길라안의 비전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뒤섞여 격론이 오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길라안의 지혜와 그의 영적 통찰력을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락나아인들에게 있어, 진정한 예언적 꿈은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 없는 신성한 메시지였다. 길라안에게는 이방인과의 만남을 준비할 권한이 주어졌다.

한편, 불시착한 듯 숲의 일부를 흉터처럼 파헤치고 들어선 크세나리아 전초기지 내부. 그레빅스는 그녀의 개인 막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장교와 은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공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전하, 제정신이 아니십니다!" 테르노프 대위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공주에 대한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 "락나아 원주민들의 마을에 호위도 없이 혼자 가시겠다니요? 그들은 예측 불가능한 야만인들입니다! 그들이 전하께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야만인이 아니야, 테르노프." 그레빅스가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강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단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야. 우리가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지."

"하지만 바라자 여왕 폐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테르노프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여왕의 분노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머니는 알지 못할 거야." 그레빅스가 그의 말을 다시 한번 차단했다. 그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행성 표면의 생태학적 탐사를 위해 나간다고 보고할 것이다. 소형 탐사정을 이용하고 통신은 최소화할 거야. 아무도 내가 락나아인들과 접촉하려 한다는 것을 알 필요는 없어."

테르노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그레빅스 공주의 이상주의적이면서도 용기 있는 면모에 깊은 충성심을 느껴왔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최소한 저라도 호위로 데려가 주십시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레빅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무장한 호위병과 함께 나타난다면 우리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게 될 거야. 불신과 두려움만 키울 뿐이지. 나는 혼자, 비무장으로, 평화의 사절로서 갈 거야.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그날 오후, 태양이 서쪽 하늘로 기울며 숲에 길고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 그레빅스는 소형 개인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기지의 경계를 몰래 벗어났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답답한 크세나리아 군사 제복 대신, 활동하기 편하고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단순한 탐사용 의복을 입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양측 언어를 실시간으로 변환해 줄 소형 번역 장치가 달려 있었고, 그녀의 어깨에 멘 작은 가방 안에는 락나아인들을 위한 성의의 표시로 준비한 선물 – 크세나리아의 발달된 의학 기술로 만든 고급 의약품 키트와 장기간 보존 가능한 영양가 높은 비상식량 – 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길라안의 환상이 예언한 대로, 락나아인들의 마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깊은 숲 속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심장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어쩌면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을 만남에 대한 불안한 기대감으로 세차게 뛰고 있었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낯선 식물들의 향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생명체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감각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제3장: 두 세계 사이에서

북쪽 숲의 경계, 거대한 양치류 식물들이 그림자를 드리운 공터에서, 길라안과 다섯 명의 노련한 락나아 전사들이 숨을 죽인 채 크세나리아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손때 묻은 창과 활을 지니고 있었지만, 길라안의 엄격한 지시에 따라 무기를 드러내거나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긴장감이 숲의 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녀가 옵니다." 나무 위에서 망을 보던 정찰병 중 한 명이 잽싸게 내려오며 낮게 속삭였다. "약속된 대로, 혼자입니다."

길라안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혼께서 보여주신 환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무기는?" 그가 짧게 물었다.

"눈에 보이는 무장은 없습니다." 정찰병이 신속하게 대답했다. "어깨에 작은 가방 하나만 메고 있을 뿐입니다."

잠시 후, 숲의 정적을 깨고 낮고 부드러운 기계음, 호버크래프트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나뭇가지 사이로 은빛으로 빛나는 그레빅스의 작은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은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앉았고, 그레빅스가 문을 열고 내렸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경계심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는 락나아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은빛 피부는 기울어가는 오후의 햇살 아래 부드럽게 빛났고, 그녀의 크고 깊은 보라색 눈동자는 마치 숲의 신비를 탐색하듯 반짝였다.

길라안은 그녀를 즉시 알아보았다 – 그의 환상 속에서 평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그는 천천히 나무 그늘에서 벗어나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내 이름은 그레빅스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허리춤의 작은 번역 장치가 그녀의 말을 또렷한 락나아의 언어로 변환시켰다. "나는 평화를 원하며 이곳에 왔다."

길라안은 가슴에 손을 얹는 락나아식 예의를 표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경계심 대신 깊은 숙고의 빛이 감돌았다. "내 이름은 길라안이다. 락나아의 영혼께서 당신의 방문을 미리 우리에게 알리셨다."

그레빅스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녀는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할 뻔했다. "당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우리는 당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길라안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신이 아닌, 깊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위대한 조상들께서 영혼의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그레빅스는 경외감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세나리아 과학자들은 락나아인들의 소위 '영적 능력'을 오랫동안 원시적인 믿음이나 집단 환각으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정확성을 가진 예측은 단순한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거대한 진실의 문턱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당신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 그녀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리의 기술과 당신들의 지혜가 충돌하는 대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더 이상의 전쟁과 파괴 없이."

그녀의 말이 끝나자, 길라안 뒤에 서 있던 락나아 전사들 사이에서 불신의 술렁임이 일었다. 그들 중 가장 혈기 왕성하고 크세나리아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깊은 마로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당신네 사람들은 우리의 신성한 숲을 베어 넘기고, 우리의 생명줄인 강을 더럽히고, 우리 조상들의 안식처인 대지를 파헤쳐 왔다!"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손은 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와서 평화를 말하다니, 그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길라안은 재빨리 손을 들어 마로를 제지했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지만, 그레빅스를 향한 시선에는 여전히 탐색적인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듣겠다. 이곳이 아닌, 우리의 마을에서, 우리의 장로들 앞에서."

그레빅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어깨에 멘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선물을 꺼내 길라안에게 정중하게 내밀었다. "이것은 우리 세계의 의약품과 식량이다. 작은 성의지만, 우호의 표시로 받아주길 바란다."

길라안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는 내용물을 살피는 대신, 그레빅스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따르라, 크세나리아의 그레빅스. 우리의 장로들께서 당신을 만나기를 원하신다."

그들은 함께 숲길을 따라 락나아 마을을 향해 걸었다. 길라안과 전사들이 앞장서고, 그레빅스가 그 뒤를 따랐다. 이것은 락나아의 길고 긴 역사 속에서 전례가 없는 순간이었다 – 크세나리아인이 직접적인 위협이나 강압 없이, 그들의 초대를 받아 마을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길라안의 마음속에는 희미한 희망과 함께 깊은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환상이 평화의 길을 약속했지만, 현실의 미래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레빅스 역시 복잡한 감정들에 휩싸여 있었다. 그녀는 크세나리아 제국의 끝없는 확장주의적 정책과 그 이면에 숨겨진 탐욕, 그리고 필연적으로 따르는 파괴에 대해 항상 깊은 회의감을 품어왔다. 그녀의 어머니, 바라자 여왕의 지도 아래 크세나리아인들은 은하계 곳곳의 수많은 행성을 식민지화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유한 원주민 문화들이 무참히 파괴되거나 동화되어 사라져갔다. 그녀는 락나아가 그와 같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 만남이 그 운명을 바꿀 작은 씨앗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그레빅스는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마주한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락나아인들의 집들은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거대한 나무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지어져 있었다. 어떤 집들은 거대한 나뭇가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둥지처럼 얹혀 있었고, 다른 집들은 나무의 거대한 뿌리 사이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인공적인 직선이나 각진 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건축물은 유기적인 곡선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이루어져 단순하면서도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했으며, 주변 환경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공기 중에는 흙과 풀,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가 감돌았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한 수정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부드러운 빛을 사방으로 발산하며,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달빛을 반사하고 굴절시켜 주변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인가요?" 그레빅스가 자신도 모르게 경외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크세나리아의 어떤 첨단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앞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영혼의 중심이다." 길라안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부심과 경건함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위대한 조상들의 영혼과 교감하고, 락나아의 숨결, 행성의 영혼에 우리의 기도를 올린다."

그들은 수정 구조물 아래 너른 공터에 모여 있는 장로들의 원으로 이끌렸다. 장로들은 모두 깊은 주름과 지혜로운 눈빛을 가진 노인들이었으며, 그들의 존재감은 조용하지만 강력했다. 수석 장로 카라딘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연민을 담고 있었다.

"크세나리아의 딸이여, 우리 락나아의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부드럽고 위엄이 있었다. 번역 장치가 그의 말을 그레빅스의 언어로 전달했다. "길라안은 그대가 평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왔다고 우리에게 전했다. 이것이 진실인가?"

그레빅스는 크세나리아식 예법 대신, 깊은 존경의 표시로 천천히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장로님. 제 어머니와 우리 크세나리아의 지도자들은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행성을 단지 정복해야 할 땅과 채굴해야 할 자원의 원천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는 우리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의 동족들에게 우리의 숲을 불태우는 것을 멈추라고 명령할 수 있는가?" 날카로운 눈빛의 다른 장로가 질문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고통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우리의 강과 샘을 더럽히는 탐욕스러운 기계들을 멈추게 할 수 있는가?"

그레빅스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처지는 듯했다.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 어머니께서는… 여왕께서는 제국의 확장 외에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여왕 폐하께 락나아인들이 가진 심오한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이 행성과의 경이로운 연결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분께서도 귀를 기울이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만약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의 여왕이, 끝까지 듣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카라딘이 조용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눈빛은 그레빅스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레빅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자신의 무력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는 평화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회의는 달이 하늘 높이 떠오를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레빅스는 크세나리아인들의 상황과 그들의 기술, 그리고 자신이 가진 제한적인 영향력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고, 락나아의 장로들은 그들의 오랜 역사와 깊은 영적 신념, 그리고 크세나리아인들의 침략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대화는 때때로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가득 찼지만, 양쪽 모두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

마침내, 카라딘 장로가 회의의 끝을 알렸다. "우리는 그대의 제안을 깊이 숙고하고 논의할 것이다, 크세나리아의 공주 그레빅스. 그동안, 그대는 우리의 손님으로서 환영받을 것이다. 우리의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을 것이며,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다."

그레빅스는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녀는 길라안을 바라보았고, 그의 깊은 눈 속에서 희미하게 타오르는 희망의 불꽃을 보았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들은 함께 이 끔찍한 갈등을 넘어설 평화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협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크세나리아 기지에서는, 충성심과 불안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테르노프 대위가 결국 규정에 따라 그레빅스 공주의 무단이탈과 실종 사실을 바라자 여왕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여왕은 격노했고, 그녀의 분노는 차갑고 잔인한 명령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즉시 대규모 수색 및 구조(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는) 부대를 편성하여, '길 잃은' 딸을 찾아내고 그녀와 함께 있을지도 모르는 '야만인 포로'들을 섬멸하라고 명령했다.

전쟁의 먹구름이, 이제 막 희미한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한 락나아의 평화로운 하늘 위로 무겁게 드리우고 있었다.

제4장: 비밀과 예언

그날 밤, 락나아 마을에서는 예상치 못한 손님, 그레빅스를 위한 작은 축제가 열렸다. 많은 락나아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크세나리아인 전체에 대한 깊은 불신과 의심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들의 오랜 전통과 환대의 문화는 비록 적일지라도 평화의 의사를 보이며 찾아온 손님에게 음식과 음악,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를 제공하도록 가르쳤다.

마을 중앙 광장, 영혼의 중심 수정 아래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그레빅스는 락나아인들이 펼치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음악과 춤을 매료된 듯 감상했다. 그들의 노래는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그들의 장대한 역사와 신화, 조상들의 지혜를 이야기했고, 그들의 춤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흐르는 강물, 숲 속 동물들의 움직임 등 자연의 생명력 넘치는 율동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크세나리아의 궁정에서 경험했던, 엄격하고 절제된 형식미를 중시하는 차갑고 인공적인 예술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락나아의 예술은 살아 숨 쉬는 듯했고, 대지 그 자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당신들의 문화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불꽃을 응시하고 있던 길라안에게 속삭였다.

길라안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함께 어딘가 모를 슬픔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구전으로 보존합니다. 우리는 돌이나 종이에 글자를 새기지 않지만, 우리의 역사는 매 순간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쉽니다. 이 숲의 모든 나무, 모든 돌멩이, 모든 시냇물 속에 우리의 기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거대한 도서관과 데이터 저장소에 보관합니다." 그레빅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기록들이… 너무 차갑고 생명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과거는 박제된 유물처럼 느껴지고, 현재와 연결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락나아의 전통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레빅스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기적적으로 느껴지는지를 생각했다 – 죽어가는 행성에서 온 침략자의 공주와, 그 침략에 맞서 싸우는 원주민 전사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길라안." 그녀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당신은 어떻게… 내가 올 것을 미리 알았나요? 당신은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숲의 경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길라안은 시선을 들어 밤하늘의 세 개의 달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먼 과거, 혹은 아득한 미래를 응시하는 듯 깊고 고요했다. "우리 락나아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현실 너머의 흐름, 존재의 근원적인 맥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락나아의 영혼, 이 행성 자체가 살아있는 의식이며, 때때로 우리에게 미래의 파편이나 중요한 사건의 예감을 비전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의 사람들이 파괴가 아닌 다른 길 위에서 함께 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주 희미했지만, 분명한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레빅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정말인가요? 그런… 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인가요? 크세나리아에서는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여기는데…"

"우리는 그것을 '능력'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길라안이 부드럽게 정정했다. "그것은 단지 우리의 존재 방식,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 이 행성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깊이 연결된 일부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통해 대지와 이야기하듯, 우리는 영혼을 통해 락나아와 이야기합니다."

그레빅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크세나리아의 최고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락나아 행성에서 방출되는 특이하고 강력한 에너지 패턴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그것을 단순한 지질학적 현상이나 이해할 수 없는 변칙성으로만 치부했을 뿐, 그 에너지가 원주민들의 의식이나 생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원시적인 미신으로 치부하며 무시했을 뿐이다.

"길라안," 그녀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우리 사람들의 광산 채굴과 대규모 산업 활동이… 당신들의 그 비전이나, 행성과의 영적 연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길라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사라지고, 깊은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대지를 파헤치고 신성한 수정을 캐낼 때마다, 우리는 마치 우리 자신의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숲이 불탈 때마다 우리의 영혼도 함께 타들어 갑니다. 당신들의 기계가 내뿜는 소음과 진동은… 영혼들의 노랫소리를 방해하고, 우리의 연결을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레빅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더 이상 철학적인 문제나 문화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길라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약 락나아인들이 진정으로 이 행성과 생리적,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크세나리아인들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 활동은 단순히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이 행성의 원주민들에게 직접적이고 끔찍한 고통을 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의도치 않았더라도 명백한 폭력이었다.

"제가…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녀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염려와 죄책감이 묻어 나왔다. "무엇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길라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은 타오르는 모닥불 빛을 반사하며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 해가 뜨면, 나는 당신을 이곳 마을의 중심보다 더 깊고 강력한 곳, 첫 번째 영혼의 중심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의 눈으로, 당신 자신의 영혼으로 진실을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말이나 설명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것을."

다음 날 이른 아침,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시선을 뒤로하고 깊은 숲 속으로 향했다. 그레빅스는 묵묵히 앞서 나가는 길라안의 뒤를 따랐다. 때로는 희미하게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고, 때로는 길이 전혀 없는 빽빽한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야 했다. 낯선 식물들이 그녀의 옷에 스치고, 발밑에서는 축축한 흙과 썩은 낙엽 냄새가 올라왔다.

"발밑을 조심하세요." 길라안이 땅이 점점 질퍽해지며 발이 빠지는 습지 지역에 들어서자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곳은 아름답지만, 방심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길을 잃거나 늪에 빠질 수도 있지요."

그들은 몇 시간 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레빅스는 걷는 동안 주변의 경관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한 형광빛 나무들, 밤이 아닌데도 스스로 은은한 빛을 내는 기묘한 형태의 꽃들, 그리고 그녀가 크세나리아의 어떤 기록에서도 본 적 없는, 다채롭고 신비로운 생김새의 작은 생물들이 끊임없이 그녀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곳은 단순한 행성이 아니었다.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 그 자체였다.

"당신의 행성은… 정말로 경이롭습니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크세나리아의 삭막하고 인공적인 환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풍요로움과 생명력이었다.

길라안은 뒤를 돌아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락나아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 위대한 생명의 일부로서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 우리는 지배자가 아니라, 이 대지의 자녀들입니다."

마침내, 그들은 나무들이 원형으로 둘러싸인,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원형 극장 같은 작은 분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 중앙에는, 그녀가 마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장엄한 수정 구조물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수정 기둥이 아니었다. 수많은 각을 가진 거대한 크리스탈 클러스터였으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부에서부터 부드럽고 강력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행성의 세 개의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고, 그 달빛들이 수정의 표면에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눈부신 무지갯빛 스펙트럼을 허공에 그려내며 황홀한 빛의 춤을 추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평온함과 함께 강력한 에너지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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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들은 나무들이 원형으로 둘러싸인,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원형 극장 같은 작은 분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 중앙에는, 그녀가 마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장엄한 수정 구조물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수정 기둥이 아니었다. 수많은 각을 가진 거대한 크리스탈 클러스터였으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부에서부터 부드럽고 강력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행성의 세 개의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고, 그 달빛들이 수정의 표면에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눈부신 무지갯빛 스펙트럼을 허공에 그려내며 황홀한 빛의 춤을 추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평온함과 함께 강력한 에너지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곳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성지였다.

"이곳이 첫 번째 영혼의 중심입니다." 길라안이 경외감이 깃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신성한 존재 앞에 선 듯 깊은 경건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 락나아의 첫 조상들이 처음으로 락나아, 이 행성의 영혼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교감했던 곳입니다."

그레빅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숨 막힐 듯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정 구조물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크세나리아의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는, 살아있는 빛과 에너지의 향연이었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건가요? 아니면…?"

길라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일부는 자연의 힘으로, 그리고 일부는 수천 세대에 걸친 우리 조상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함께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우리 종족의 역사와 영혼이 깃든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이자, 행성과의 연결 통로입니다."

그는 그레빅스를 수정 구조물의 거대한 기반부로 조심스럽게 인도했다. 수정 표면은 만져보지 않아도 차갑고 매끄러울 것 같았지만, 동시에 미세하게 진동하며 살아있는 듯한 온기를 발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정 앞에 이르자, 길라안은 먼저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고, 그녀에게도 조용히 손짓으로 같은 행동을 하도록 권했다.

"이제… 당신의 손을 수정 표면에 부드럽게 대보세요."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과 함께 깊은 믿음이 담겨 있었다. "마음을 열고, 판단하지 말고, 그저 느껴보십시오."

그레빅스는 잠시 망설였다. 크세나리아 과학 교육은 이런 종류의 경험을 미신이나 환각으로 치부하도록 가르쳤다. 하지만 길라안의 진실된 눈빛과 이곳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그녀의 이성적인 회의감을 압도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천천히 그의 지시를 따랐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차갑고 매끄러운 수정 표면에 닿는 바로 그 순간, 예상치 못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그녀의 온몸을 통해 번개처럼 흘렀다. 온몸의 신경 세포가 일제히 깨어나 격렬하게 진동하는 듯했고, 눈앞이 순간적으로 눈부신 백색광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되어 상승하는 듯한 기묘하고도 강렬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리고, 비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간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락나아의 장구한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태초의 바다에서 첫 생명이 움트고, 녹색 식물들이 대지를 뒤덮고, 마침내 첫 번째 락나아인들이 대지 위에 두 발로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을. 그녀는 그들이 어떻게 수만 년에 걸쳐 이 행성의 복잡한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며, 단순한 거주자가 아닌 행성의 일부로서 깊고 경이로운 공생 관계를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았다. 그녀는 락나아인들이 어떻게 행성 자체의 생명력, 그 영혼의 에너지로부터 힘과 지혜를 얻고, 그 대가로 행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는 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일방적인 착취가 아닌, 완벽한 조화와 상호 존중의 관계였다.

그리고 그녀는 크세나리아인들의 도착을 보았다.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탐험가들, 그리고 곧이어 탐욕스러운 정복자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들의 거대하고 추악한 광산 기계들이 대지의 살갗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들이 신성한 숲을 질식시키며, 차갑고 생명력 없는 도시들이 행성의 표면을 상처처럼 뒤덮는 모습을. 그녀는 크세나리아의 활동이 행성의 섬세한 에너지 흐름을 교란시키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혈관을 막거나 신경을 끊는 것처럼, 땅의 영혼을 서서히 고갈시키고 병들게 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목격했다. 락나아인들의 슬픔과 고통이 그녀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두 갈래로 나뉘는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는 어둡고 절망적이었다. 크세나리아인들이 탐욕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락나아를 파괴하고 착취하여, 결국 행성 전체가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며 락나아인들 역시 그들의 터전과 함께 스러져가는 끔찍한 미래였다. 다른 하나는 희미하지만 강렬한 희망의 빛을 품고 있었다. 두 종족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크세나리아의 기술과 락나아의 지혜가 조화롭게 결합되어 행성을 치유하고 함께 번영하는 미래였다. 푸른 행성은 다시 건강하게 빛나고, 두 종족의 아이들이 함께 웃으며 숲을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강렬한 현기증과 함께 그녀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차가운 수정 바닥에 주저앉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 당신도 보셨습니까? 락나아의 눈물을, 그리고 희망의 씨앗을?" 길라안이 그녀의 곁에 조용히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이해가 담겨 있었다.

그레빅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너무나 강렬하고 압도적인 경험에 아직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본 것은 단순한 환각이나 상상이 아니었다 – 그것은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진실되게 느껴졌다. 마치 그녀 자신의 잊혀진 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것 같았다.

"락나아는… 단순한 암석과 물의 덩어리가 아닙니다." 길라안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락나아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의식을 가진 영혼입니다. 그리고 지금… 깊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당신들, 크세나리아 사람들의 끝없는 탐욕과 무분별한 파괴 때문에."

"나는…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레빅스가 마침내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이곳을 단지 자원이 풍부하고 정착하기 좋은 미개척 행성으로만 여겼어요. 우리는 그것이… 이렇게 살아 숨 쉬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의식을 가졌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녀의 목소리 끝이 죄책감으로 떨렸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알게 되었습니다." 길라안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당신은 이 진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레빅스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혼란스럽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슬픔과 함께 강철 같은 결의가 서려 있었다. "나는… 나는 내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해요. 여왕 폐하께서도 이 진실을 아셔야만 해요. 어쩌면… 어쩌면 그분께서도 이곳에 와서 직접 보신다면…"

길라안은 그녀의 말에 슬프고도 지혜로운 미소를 지었다.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레빅스. 어떤 이들은 눈앞에 진실이 펼쳐져도 스스로 보기를 거부합니다. 마음의 눈을 닫아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레빅스는 그의 말이 사실일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어머니, 바라자 여왕은 오랫동안 권력과 제국의 영광이라는 목표 외에는 모든 것을 외면해 온 냉혹하고 현실적인 통치자였다. 그녀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도해야만 했다. 그것이 락나아와 그녀 자신의 양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었다.

"만약 내가… 만약 내가 어머니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레빅스가 희망을 담아 말했다. "우리는 분명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공존의 길을…"

그 순간, 길라안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당신이 본 비전 속에서… 혹시 다른 것은 보지 않았습니까? 미래의 길 외에… 다른 무언가를?"

그레빅스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이죠? 다른 것이라니요?"

"위험 말입니다," 길라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바로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지금 당장 닥쳐오고 있는… 임박한 위험을."

그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땅을 뒤흔드는 듯한 낮고 육중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가까워졌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숲의 캐노피 위로, 여러 대의 날렵하고 위협적인 형태의 크세나리아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그들의 목적지는 명백해 보였다.

"그들이… 그들이 나를 찾으러 왔어요!" 그레빅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약속한 시간까지 기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당신이 우리 락나아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 또한 의심하고 있을 겁니다." 길라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의 손은 어느새 허리에 찬 단검의 손잡이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그레빅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나는 지금 당장 기지로 돌아가야 해요. 어머니를 만나서 이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을 막아야 해요."

"그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레빅스." 길라안이 즉시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만약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 특히 이곳 영혼의 중심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도해야만 해요!" 그레빅스가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을 넘어선 결의로 불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 전투기들은 곧 당신들의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 거예요. 내가 본 끔찍한 미래가 현실이 될 거예요!"

길라안은 잠시 침묵 속에서 그녀의 불타는 듯한 눈을 응시했다. 그는 그녀의 말에서 진심과 용기를 보았다. 그는 잠시 고민한 후, 마침내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당신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 가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기지로 가겠습니다."

"안 돼요, 길라안!" 그레빅스가 즉시 반대했다. "그들은 당신을 보자마자 적으로 간주하고 포로로 잡을 거예요, 아니면 그 자리에서…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나는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길라안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예언자의 확신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락나아의 영혼께서 나에게 이미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함께 가야만 합니다. 이것이 운명입니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존재 – 하나는 별들 사이를 누비는 제국의 공주, 다른 하나는 대지의 숨결과 함께 살아가는 숲의 전사. 하지만 이제 그들은 락나아의 운명과 평화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레빅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함께," 그녀가 짧지만 힘주어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분지를 벗어나, 왔던 길을 되짚어 그레빅스의 호버크래프트가 숨겨진 곳으로 향했다. 시간이 생명이었다. 하늘에서는 더 많은 크세나리아 함선들이 불길한 그림자처럼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들의 강력한 엔진 소리가 평화로운 숲의 공기를 불안하게 뒤흔들고 있었다.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제5장: 충돌의 폭풍

크세나리아 전초기지는 순식간에 전투 준비 태세로 돌입했다. 무겁게 무장한 군인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각자의 위치로 향했고,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을 내는 전투기들이 착륙장에서 굉음을 내며 이륙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다. 공기는 긴장감과 함께 임박한 전투의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레빅스와 길라안이 호버크래프트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즉시 총구를 겨눈 중무장 경비병들에게 둘러싸였다.

"공주 전하!" 테르노프 대위가 황급히 달려 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공주 옆에 당당하게 서 있는, 이국적인 붉은 점토 문양을 한 락나아 전사에게 향하자, 그의 표정은 즉시 차갑고 경계심 가득하게 굳어졌다. "이… 이 야만인은 누구십니까? 어떻게 감히 기지 안으로…!"

"그는 내 친구다, 테르노프." 그레빅스가 그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주로서의 권위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야만인이 아니야. 그의 이름은 길라안이고, 그는 락나아 부족의 존경받는 전사이자, 평화를 위해 나와 함께 온 사절이다."

테르노프는 불쾌함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공주의 명령에 따랐다. "…알겠습니다. 전하의 어머니, 여왕 폐하께서 전하를 애타게 찾고 계십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매우 노여워하고 계십니다."

"나를 즉시 어머니께 안내하라." 그레빅스가 명령했다. 그녀는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지금 당장."

테르노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길라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자는 어찌할까요?"

"그도 나와 함께 간다." 그레빅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주장했다. "그는 공식적인 평화 협상을 위해 이곳에 온 락나아 대표단의 일원이다."

주변의 군인들은 서로 불안한 시선을 교환했지만, 감히 공주의 직접적인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마지못해 길을 열었고, 몇몇 경비병들이 바짝 붙어 감시하는 가운데 그레빅스와 길라안을 기지 중앙의 지휘 통제 센터로 안내했다.

지휘 센터의 가장 높은 단상 위에는, 바라자 여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빛나는 검은색 강화 전투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녀의 은빛 피부는 억눌린 분노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더 창백하고 차갑게 보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보라색 눈은 딸인 그레빅스를 보자 아주 잠깐 안도감으로 부드러워지는 듯했으나, 곧바로 그녀 옆에 선 길라안에게 시선이 고정되자 다시 얼음처럼 차갑고 냉혹하게 변했다.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작태냐, 그레빅스?"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네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이 어미의 속을 까맣게 태운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감히 이런 더러운 야만인을 신성한 우리 크세나리아 기지의 심장부로 끌고 들어와?"

"어머니," 그레빅스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두려웠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저는 락나아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여태껏 생각했던 것처럼 미개하고 원시적인 존재들이 아니에요.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깊은 지혜와 지식, 그리고 이 행성 자체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영적 연결을 가지고 있어요."

바라자 여왕은 코웃음을 쳤다. 그 소리는 마치 금속이 긁히는 소리처럼 차갑고 불쾌했다. "가소로운 미신과 원시적인 주술 놀음에 불과하다. 네가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게로구나."

"아닙니다, 어머니!" 그레빅스가 평소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것은 진짜예요! 저는 제 눈으로, 제 영혼으로 직접 경험했어요! 영혼의 중심에서… 락나아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이고, 락나아인들은 그 생명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의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산업 활동은 그들에게, 그리고 이 행성 전체에 끔찍한 해악을 끼치고 있어요!"

바라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혹은 측은하다는 듯 딸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너는 지금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레빅스. 네가 너무 오랫동안 저 야만인들과 함께 있어서 그들의 망상에 전염된 게로구나. 행성은 그저 행성일 뿐이다. 암석과 토양, 그리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집합체일 뿐이란 말이다! 그리고 이 락나아인들은 우리가 베푸는 문명과 진보의 혜택을 감사히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리석게도 저항하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진보'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길라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그 안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종족의 자존심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달린 작은 번역 장치가 그의 말을 정확한 크세나리아어로 변환하여 지휘 센터 전체에 울려 퍼지게 했다. "우리는 수천, 수만 년 동안 이 대지와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당신들, 별에서 온 침략자들이 우리의 하늘을 더럽히고 우리의 균형을 무참히 파괴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바라자 여왕의 시선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길라안에게 향했다. 그녀의 눈썹이 경멸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네까짓 미개한 야만인이 감히 이 크세나리아의 여왕 앞에서 입을 놀리느냐?"

"어머니, 제발 들어주세요!" 그레빅스가 절박하게 간청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길라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파괴가 아닌 공존의 길을요! 락나아인들이 가진 행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영적인 지식, 그리고 우리의 발달된 과학 기술을 결합한다면… 우리 크세나리아에게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 해를 끼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요!"

바라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마치 처음 보는 존재를 관찰하듯, 딸의 얼굴을 뚫어지게 연구하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이 락나아 야만인들이 대체 네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레빅스? 그들이 너를 세뇌라도 한 게냐? 아니면 무슨 약이라도 먹인 것이냐? 어떻게 내 딸이 이렇게 그들의 어리석고 유치한 미신 따위를 철석같이 믿게 되었단 말인가?"

"그들은 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레빅스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저에게… 외면하고 있던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주었을 뿐이에요. 제발, 어머니. 단 한 번만이라도… 편견 없이 들어주세요. 제발요."

바라자는 마침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표정에 아주 희미한 변화가 스치는 듯했다. "…좋다. 그렇다면 나도 네가 말하는 그 '진실'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구나. 이 야만인이 지껄이는 허튼소리가 대체 무엇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그레빅스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환한 희망의 빛이 번졌다. 그녀는 어머니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세요, 어머니? 그럼… 당신도 저와 함께 영혼의 중심에 가보실 건가요? 직접 느껴보시면…"

바라자 여왕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조금의 따뜻함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아니, 어리석은 내 딸아. 나는 그런 시간 낭비보다는 좀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경비병들에게 차갑게 손짓했다. "이 락나아 야만인을 즉시 과학 부서로 끌고 가라. 우리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그의 소위 '영적 연결'이라는 것이 과연 실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생물학적 변이인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게 하라. 필요하다면… 해부해도 좋다."

"안 돼요!" 그레빅스가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그녀는 어머니의 잔인함에 경악했다. 건장한 경비병들이 즉시 길라안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어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이건 잘못된 일이에요! 약속하셨잖아요!"

길라안은 그러나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침착하게 그레빅스를 돌아보았고, 그의 깊은 눈 속에는 놀랍게도 두려움이나 분노 대신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깊은 이해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레빅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것 또한… 일어나야만 했던 일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레빅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락나아의 영혼께서 나에게 이미 보여주셨습니다," 그가 끌려가면서도 조용히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았다. "때로는…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희생이 필요한 법입니다."

경비병들이 그를 거칠게 끌고 나갔고, 지휘 센터의 육중한 문이 그의 뒤에서 닫혔다. 그레빅스는 절망과 무력감에 휩싸여 그녀의 어머니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어머니, 제발… 당신은 지금 이 아름다운 행성과 그 위에 살아가는 고귀한 주민들을 파괴하고 있는 거예요. 만약 계속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신다면… 결국 우리 크세나리아 역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우리 모두가 함께 고통받게 될 거라고요!"

바라자는 경멸과 연민이 뒤섞인 눈빛으로 딸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아직도 너무 순진하구나, 그레빅스. 이 넓고 차가운 우주는 네가 꿈꾸는 것처럼 동화 같은 곳이 아니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강자의 발밑에 짓밟히거나 사라질 뿐이다. 우리 크세나리아는 강하다. 우리는 살아남아야만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레빅스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의 신념은 너무나 확고했고, 그 어떤 말로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은 틀렸어요, 어머니. 당신의 방식은 결국 파멸을 가져올 뿐이에요. 그리고 저는… 제가 반드시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바라자는 차갑게 웃었다. "오냐, 네가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아주 기대가 되는구나. 하지만 지금으로선, 넌 네 방에 얌전히 머물러 있도록 해라. 네가 그 야만인들의 망상에서 벗어나 다시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두 명의 경비병이 다가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그레빅스를 그녀의 개인 숙소로 호위했다.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서 문이 잠기는 차가운 금속성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사실상 감옥에 갇힌 것이었다 – 그것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 의해서.

그녀는 숙소의 창문으로 비틀거리며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기지 광장에서는 더 많은 크세나리아 군인들이 중화기와 전투 장비를 전투 수송선에 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조직적이었다. 그들은 명백히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 락나아인들의 마을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전면 공격을.

그녀는 과학 부서로 끌려간 길라안을 생각했다. 그는 지금 그 차가운 실험실에서 어떤 끔찍하고 모욕적인 실험을 당하고 있을까? 그녀는 또한 숲 속 마을의 무고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테라니, 카라딘 장로,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락나아인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끔찍한 위험이 이렇게나 임박했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까?

"나는… 나는 무엇이든 해야만 해." 그녀가 절망 속에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 그녀의 방 문이 거의 소리 없이 조용히 열렸다. 뜻밖에도 테르노프 대위가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매우 심각하고 고뇌에 차 있었다.

"테르노프?" 그레빅스가 놀라움과 경계심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어머니의 명령을 어기고?"

"전하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공주님." 그가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문을 다시 조용히 닫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제가 전하의 부재를 여왕 폐하께 보고했던 것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군인으로서, 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해한다, 테르노프." 그레빅스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왜… 왜 지금 나를 도우려는 거지? 너도 위험해질 수 있어."

테르노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갈등의 흔적이 역력했다. "제가… 제가 잠시 과학 부서에 들렀다가 당신의 그 락나아인 친구가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조사가 아니었습니다. 고문이었습니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저는 더 이상 그것을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하께서 여왕 폐하 앞에서 하셨던 말씀을 들었습니다. 만약 락나아가 정말로 살아있는 존재라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일은… 끔찍한 범죄입니다."

그레빅스의 눈에 희미한 안도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고맙다, 테르노프. 진심으로 고맙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내 어머니는 이미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 시간도 거의 없어."

"저는 일단 전하를 이곳에서 안전하게 빼내고, 가능하다면 그 락나아인을 구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테르노프가 신속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다시 군인다운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왕 폐하의 군대를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레빅스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했다. 그녀는 영혼의 중심에서 보았던 강렬한 비전, 행성 전체와 연결된 듯한 그 놀라운 감각, 길라안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그리고 두 갈래의 미래를 떠올렸다. 갑자기, 불가능해 보였던 하나의 가능성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엄청난 도박이었지만, 유일한 희망일지도 몰랐다.

"나는… 나는 알 것 같아."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새로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지만 시간이 없어. 우리는 서둘러야 해. 저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제6장: 두 세계가 만나다

크세나리아 과학 부서의 가장 깊숙한 곳, 차갑고 살균된 공기가 감도는 실험실 안. 길라안은 단단한 금속 검사 테이블 위에 온몸이 구속 장치로 묶여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크세나리아 과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의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그의 피부와 혈액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그의 머리에 복잡한 센서를 부착하여 그의 뇌 활동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오존 냄새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정말로 놀랍군요, 벡스 박사님." 젊은 보조 연구원이 모니터에 나타난 복잡한 그래프를 보며 감탄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상체의 뇌파 패턴은 우리가 지금까지 기록하거나 분석했던 그 어떤 종족의 것과도 완전히 다릅니다. 마치… 마치 여러 개의 의식이 동시에 공명하는 것 같아요."

"그뿐만이 아닐세." 수석 과학자인 벡스가 현미경 렌즈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흥분과 함께 깊은 지적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DNA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이 행성의 주요 토착 식물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전적 마커와 거의 동일한 염기 서열 요소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네. 이건… 기존의 진화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야."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박사님?" 다른 과학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설이지만," 벡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락나아 원주민들이 수십만 년, 혹은 그 이상의 진화 과정에서 이 행성의 식물 생명체와 유전적 물질을 지속적으로 교환해왔거나, 혹은 어떤 형태로든 공생적 융합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이것은 이론적으로 그들에게 행성 전체의 생태계와 일종의 깊은 공감적, 혹은 텔레파시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학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되지."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소위 '영적 연결'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고도로 발달된 생물학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벡스는 흥분으로 살짝 떨리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네. 이것은 어쩌면 우리 크세나리아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는 엄청난 발견이 될 수 있어. 하지만 확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와 더… 침습적인 테스트가 필요하겠지."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테이블 위에 묶인 길라안을 내려다보았다.

길라안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외부의 고통과 모욕 속에서 내면의 깊은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차가운 기계들과 호기심 어린 시선들 속에서, 오직 락나아의 영혼과의 연결에만 집중했다. 그는 영혼께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음을 느꼈고, 또한 이 고통과 굴욕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본 비전 속에서, 두 종족 간의 진정한 이해와 평화로 가는 길 위에 놓인 피할 수 없는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기꺼이 그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실험실 전체에 날카로운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갑자기 실험실의 강화된 문이 강제로 열렸고, 그레빅스와 그녀를 엄호하는 테르노프 대위가 블래스터를 겨눈 채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 테르노프가 위협적으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훈련된 군인의 단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은 갑작스러운 침입과 무력 위협에 놀라 황급히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그레빅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길라안이 묶여 있는 검사 테이블로 달려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의 몸을 옥죄고 있던 복잡한 구속 장치들을 풀어냈다.

"길라안, 괜찮아요?" 그녀가 그의 팔을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길라안은 고통 속에서도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그레빅스. 당신 덕분에. 하지만… 우리는 서둘러야 합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이미 모든 부대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레빅스가 놀라서 물었다.

"그들의 통신을 들었습니다," 그가 짧게 대답했다. "과학자들이 내 뇌 활동을 분석하면서, 나도 역으로 그들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해가 뜨기 전에 당신의 마을을 완전히 지도에서 지워버릴 계획입니다."

그레빅스는 실험실 벽에 걸린 시간 표시 장치를 보았다. 락나아의 첫 번째 태양이 동쪽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기까지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한 시간, 아니 그보다 더 적은 시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공주님?" 테르노프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의 블래스터는 여전히 겁에 질린 과학자들을 향해 있었다.

그레빅스는 아주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결심을 굳힌 듯 눈을 떴다. "우리는 영혼의 중심으로 가야 해요 – 우리가 갔던 첫 번째 중심이 아니라, 이 행성에서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곳,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심장의 수정'으로 가야 해요. 길라안, 당신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나요?"

길라안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장의 수정… 그곳은 우리 락나아에게도 가장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이 행성의 정반대편, 아무도 가본 적 없는 폭풍의 바다 너머에 있습니다. 지금 남은 시간 안에 우리가 거기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 개인 수송선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레빅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절박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크세나리아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가장 빠른 함선이에요. 하지만 그러려면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테르노프가 앞장서서 블래스터로 위협하며 길을 열었고, 그레빅스는 길라안을 부축하며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과학 부서를 빠져나와, 경보가 울리고 혼란에 빠진 기지 내부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통과했다. 테르노프는 그의 높은 보안 등급과 권한을 이용하여 몇 개의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했고, 마침내 그들은 그레빅스의 날렵하고 강력해 보이는 개인 함선이 계류되어 있는 격납고 근처에 도착했다.

"테르노프, 당신은 여기에 남아서 어떻게든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줘야 해요," 그레빅스가 함선 입구에서 멈춰 서서 그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함께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최대한 혼란을 일으켜서 저들의 이륙을 늦춰줘요."

테르노프의 얼굴에 걱정과 아쉬움이 어렸다. "저는… 전하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공주님. 전하를 지켜드려야 합니다."

"아니, 나는 네가 이곳에 남아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 그녀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만약… 만약 나의 이 계획이 실패한다면, 당신은 저들의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될지도 몰라.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줘."

테르노프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주의 결정을 존중했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공주님."

그레빅스는 그에게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도 부디 무사하길 바라, 나의 충성스러운 친구."

그레빅스는 길라안을 부축하여 함선에 올라탔다. 함선의 해치가 닫히고 내부 조명이 켜지자마자, 그녀는 조종석으로 달려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함선을 이륙시켰다. 함선은 강력한 엔진음을 내며 순식간에 격납고를 벗어나 어두워져 가는 락나아의 하늘로 솟아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기지 전체가 발칵 뒤집힌 듯 혼란스러웠고, 수많은 크세나리아 전투기들과 거대한 병력 수송선들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도열하며 불길한 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공격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꽉 잡아요, 길라안!" 그레빅스가 외쳤다. 그녀는 함선의 추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행성 표면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날아갔다. "우리는 정말로 서둘러야 해요!"

그들의 작은 함선은 마치 은빛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로질러 행성의 표면 위를 날아갔다. 아래로는 거대한 형광빛 숲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때로는 광활한 초원과 깊은 협곡들이 스쳐 지나갔다. 길라안은 조종석 옆자리에서 창밖을 응시하며, 때때로 그레빅스에게 고대의 별자리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함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갔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여전히 아득하게 멀리 느껴졌다.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그리고 크세나리아의 파괴적인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그들은 과연 시간 안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저기… 저 폭풍의 눈 너머입니다," 길라안이 마침내 손가락으로 전방의 거대한 대기 소용돌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외감과 함께 깊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전설 속 심장의 수정이 잠들어 있는 곳…"

그들의 함선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난기류 속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두 세계의 운명이,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의 것들이, 이제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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