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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소설가의 시

by 남킹

나는 무명의 소설가

밝은 방 안, 창문 너머 햇살이

조용히 내 원고지 위에 내려앉는다.

나는 오늘도 거기에 세계를 새긴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종이 대신 스크린이, 이야기 대신 속도가

모든 것을 삼킨다.

날이 갈수록, 이 길은 더욱 험하다.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하루 종일 서 있다.

무거운 상자를 옮기고

가득 찬 바구니를 계산하며

허리와 어깨가 늘 아프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내 고집스런 꿈이 그녀의 고단함을

더 길게 늘어뜨린 건 아닐까.

그녀가 지친 숨결을 내게 들키지 않으려

웃어주는 순간, 마음이 저민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쓴다.

서투르고 가난한 내 문장들이

언젠가는 그녀의 손을 잡고

푸른 언덕 위로 우리를 이끌어 주길 바라며.

그러니

내 사랑이여

조금만 더 기다려 주오.

이 무명의 날들을 지나

우리 둘만의 이야기가 꽃피울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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