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칼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비추다
- 김건희 여사 풍자 소설 ‘주얼리의 나라’ (남킹 저, 청년정신)
“현실은 상상력에 구애받지 않기에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소설이 현실의 가장 아픈 환부를 도려내어 우리 눈앞에 들이밀 때가 있다. 남킹 작가의 장편소설 <주얼리의 나라>가 바로 그렇다. 작가는 ‘에테르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빌려왔지만, 독자들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지독한 기시감(既視感)에 시달리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논쟁적인 인물,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적나라한 풍자이자,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안나’는 그 이름만 다를 뿐, 우리가 뉴스에서 수없이 목격해 온 ‘그분’을 완벽하게 투영한다. 유흥업소 ‘쟈스민’ 시절의 의혹부터, 돋보이고 싶어 위조했던 이력서, 주술적 조언에 따라 청와궁을 버리고 대통령실을 옮기는 과정, 그리고 양평이 아닌 ‘강상면’으로 휘어진 고속도로의 종점까지. 작가는 현실의 의혹들을 소설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욕망의 화신’ 안나를 탄생시켰다.
이 책이 가진 풍자의 힘은 디테일에서 폭발한다. 영부인이 난민촌 방문 대신 명품관을 찾아 쇼핑을 즐기는 장면이나, “총은 폼으로 들고 다녀?”라며 남편을 조종하는 대목은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소설 속 ‘푸른색 루이똥 백’ 사건은 압권이다. 최 목사가 건넨 300만 원짜리 가방을 보며 “이걸 왜 자꾸 사 오세요”라고 말하며 챙기는 안나의 모습은, 현실 속 ‘디올 백’ 논란을 가감 없이 소환하며 공직자의 윤리가 파탄 난 현장을 목격하게 한다. 작가는 이 가방을 통해 한 나라의 국격이 어떻게 사적인 욕망의 장신구로 전락했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한다.
소설 <주얼리의 나라>는 대통령 윤산군(윤석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이 아닌, 그의 아내 안나를 권력의 진짜 주인으로 묘사한다. 남편은 그저 아내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남발하는 ‘호위무사’이자, 아내의 말 한마디에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는 꼭두각시로 그려진다. 이는 ‘V1(VIP 1), V2(VIP 2)’라는 시중의 농담을 서사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낸 것이다. ‘아르떼 콘텐츠’(코바나 콘텐츠를 풍자한) 출신들이 관저를 장악하고, 슬리퍼 차림으로 국정을 논하는 장면들은 비선 실세가 지배하는 국가 시스템의 붕괴를 경고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히 조롱과 야유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후반부, 비상계엄이라는 파국을 통해 독자들에게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맹목적인 사랑꾼이 된 대통령과 탐욕에 눈먼 영부인의 조합이 국가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다. 동시에, 촛불을 들고 탱크 앞을 막아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힘은 결국 깨어있는 국민에게 있음을 역설한다.
책의 마지막, ‘주얼리의 마지막 전시회’에 덩그러니 놓인 명품 백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 ‘가짜’를 가려낼 눈을 가지고 있는가.
남킹 작가는 ‘안나’라는 거울을 통해 현실의 김건희 여사를,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해부했다. 이 소설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권력자들에게는 섬뜩한 예언서가 될 것이다. 2025년 겨울,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뉴스를 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