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품

by 남킹


미리암과 레지가 갇힌 차는 마치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 문명의 혈관에서 멀어져 생기를 잃은 지류로 흘러들고 있었다. 출발점이었던 도시의 심장은 이제 희미한 기억 속 잔상일 뿐, 눈앞에는 산업 시대의 잔해들이 거대한 묘비처럼 늘어선 풍경이 펼쳐졌다. 낡고 갈라진 아스팔트 위를 육중한 차체가 지날 때마다, 도로는 마치 고통스러운 신음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불과 몇 시간 전, 삶의 궤도를 송두리째 뒤흔든 납치의 충격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두 여성의 몸은 이 끊임없는 흔들림 속에서 더욱 깊은 피로의 나락으로 잠겨갔다.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섰고, 근육은 보이지 않는 무게에 짓눌린 듯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시간은 점액질처럼 느리고 끈적이게 흘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단조로운 절망의 파노라마였다. 잿빛 하늘은 캔버스 위에 두껍게 덧칠된 유화 물감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그들의 암담한 미래를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 같았다. 먼지와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앉은 낡은 건물들, 속이 텅 빈 눈동자처럼 검게 뚫린 깨진 창문들, 녹슨 철골 구조물을 앙상하게 드러낸 채 버려진 공장들이 쉼 없이 차창 너머로 흘러갔다. 이곳은 도시의 끝자락, 문명의 배설강이자 잊혀진 땅이었다.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누구의 발길 속에서도 소외된, 완전한 고립의 공간이었다.

그들 맞은편, 뒷좌석에 몸을 구겨 넣은 네가래라는 남자는 이 모든 상황이 지극히 일상적이라는 듯,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누렇게 변색되고 여기저기 이가 빠진 치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거친 노동과 오랜 세월 햇볕에 그을린 흔적으로 가득했다. 깊게 파인 주름은 마치 마른 강바닥의 균열처럼 이마와 뺨, 눈가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특히 왼쪽 눈썹 위에서 시작되어 광대뼈까지 사선으로 길게 이어진 흉터는 그의 인상에 험악함을 더했다. 그 흉터는 마치 과거의 폭력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보였다. 그의 눈빛은 먹잇감을 앞에 둔 굶주린 맹수의 그것처럼, 섬뜩한 기대를 담고 번득였다. 그 눈빛 속에는 인간적인 감정 대신 오직 상황을 즐기는 듯한 냉혹함만이 감돌았다.

"이런 경험, 처음인가 보지?" 네가래가 미리암을 향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오랜 흡연과 독한 술로 인해 쇠가 긁히는 듯 거칠고 탁했다. "처음 잡혀 온 것들은 다 똑같아. 처음엔 죽는다고 벌벌 떨다가, 좀 지나면 살려달라고 빌거나 돈으로 협상을 하려고 들지. 그러다 마지막엔..." 그는 잔인한 유머를 참지 못하고 잠시 말을 멈추며 킬킬거렸다. "마지막엔 전부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되더군. 인형처럼 말이야."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레지는 속이 뒤틀리는 듯한 강렬한 역겨움을 느꼈다. 메스꺼움이 뜨거운 덩어리가 되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침을 삼키며 그것을 억눌렀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듯 미세한 떨림이 전신을 휘감았고, 머릿속은 현기증으로 빙빙 도는 듯했다. 이 어지럼증과 구토감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레지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순간,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포식자 앞에서 상처를 내보이는 것과 같다는 동물적인 직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차 안을 가득 메운 것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폭력의 잠재된 기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긴장감이었다. 이 숨 막히는 공기는 그녀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호소를 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 옆에 앉은 미리암은 이미 공포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얼굴은 생기를 완전히 잃었고, 가녀린 몸은 제어할 수 없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동공은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매고 있었으며, 파랗게 질린 입술은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처럼 보였다.

"미리암," 레지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자. 꼭."

미리암은 아주 느리게, 마치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 레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우물처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지의 위로는 그 어떤 위안도 되지 못한 채 공허하게 흩어졌다. 미리암의 눈은 이미 모든 희망을 포기한 자의 그것이었다.

차 안의 공기는 역겨운 혼합물이었다. 매캐한 담배 연기 냄새, 납치범들의 땀에 전 악취, 그리고 오래되고 축축한 가죽 시트에서 피어오르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숨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앞좌석에는 안타드스라고 불리는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셋 중에서 가장 젊어 보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위압적이고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거의 말이 없었고, 움직임 또한 극도로 절제되어 있었다. 마치 돌처럼 굳어 있는 듯했지만, 가끔씩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두 여자를 힐끗 관찰하는 그의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느껴졌다. 그 시선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아 더욱 공포스러웠다.

그들의 차가 덜컹거리며 낡은 건널목 앞에서 급정거했다. 폐쇄된 지 오래된 듯한 기찻길이 황량한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녹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차단기가 힘없이 내려와 있었다. 철로 위에는 세월의 흔적인 붉은 녹이 마치 오래되어 아물지 않은 상처의 핏자국처럼 얼룩덜룩 번져 있었다. 주변 어디에도 기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먼 곳에서 희미하게, 마치 다른 세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적 소리가 바람을 타고 실려왔다. 그 소리는 현실감을 더욱 잃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닫힌 뒷문 유리창을 누군가 톡톡 두드렸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남자였다. 아마도 이렇게 외지고 버려진 장소에, 낯선 번호판을 단 검은 세단이 멈춰 서 있는 것이 의아했을 것이다. 그의 표정에는 순수한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무엘은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내렸다. 그의 얼굴은 짜증과 위협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탄 남자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뭘 쳐다봐, 이 병신 같은 새끼야! 눈깔 안 뽑고 싶으면 당장 꺼져!" 그의 목소리는 증오로 가득 차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탄 남자는 순간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는 잠시 차 안을, 특히 뒷좌석을 유심히 들여다보려 했다. 그 찰나의 순간, 레지는 자신의 남은 생이 이 짧은 순간에 걸려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도와주세요! 저희 납치당했어요!" 그러나 목구멍은 얼어붙었고, 사무엘이 슬쩍 들어 보인, 그의 허리춤에 꽂힌 검은 권총의 손잡이가 그녀의 입을 강제로 봉쇄했다. 보이지 않는 재갈이 물린 듯,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제발... 제발 우리를 봐줘요..." 그녀는 마음속으로 필사적인 절규를 터뜨렸지만, 그것은 그녀의 심장 속에서만 메아리칠 뿐이었다.

자전거를 탄 남자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의 눈빛에 스치는 짧은 의혹과 동정심. 하지만 사무엘의 노골적이고 살기등등한 위협적인 태도와 차 안에서 풍겨 나오는 불길한 기운에 결국 겁을 먹고 말았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져 황량한 풍경 속으로 점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마지막 구명줄이 눈앞에서 끊어지는 것을 보는 듯한 절망감이 레지를 덮쳤다.

만약 그 남자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만약 그가 차에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라면, 어쩌면 이 끔찍한 여정은 납치 미수라는, 그나마 덜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미리암과 레지는 공포에 떨었을지언정, 결국엔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명의 추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몇 번의 위태로운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그들의 삶은 점점 더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삶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 혹은 외면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다른 방향, 파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완전히 꺼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낡은 차단기가 삐걱거리며 느릿느릿 올라갔다. 사무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칠게 기어를 넣고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텅 빈 도로 위로 엔진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그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가운 빗방울들이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며 단속적이고 경쾌한, 그러나 불길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툭, 투둑, 타닥... 그 소리는 마치 다가올 비극을 예고하는 죽음의 북소리처럼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차 안의 침묵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빗방울이 지붕과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실내는 절대적인 정적에 잠겨 있었다는 의미였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심지어 숨소리조차 서로에게 들릴까 봐 억제하는 듯한,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었다.

미리암은 미동도 없이 창밖의 황량한 풍경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뺨 위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흐느끼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 없는 비명, 침묵으로 응축된 고통이었다. 레지는 그런 미리암의 차갑고 떨리는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 작은 온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필사적으로, 머릿속이 터져라 고민하고 있었지만, 탈출의 가능성은 짙어지는 어둠처럼 점점 더 희미해져 갈 뿐이었다.

다시 속도를 내 달리는 도로 위로 펼쳐진 풍경은 점점 더 인적이 드물고 야생적으로 변해갔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친 들판과 음습한 숲이 끝없이 이어졌고, 간간이 나타나는 폐허가 된 낡은 농가나 버려진 창고 건물만이 그들의 음울한 여정을 말없이 지켜보는 유일한 증인이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향해, 혹은 잊혀진 신화 속 지하 세계로 향하는 듯한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차가 다시 출발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뒷좌석에서 내내 침묵하던 레지가 무언가 결심한 듯 꿈틀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외쳤다. 그 한마디는 앞좌석의 네가래와 조수석의 안타드스에게 각각 빈정거림과 희미한 미소를 동시에 선사했다.

"우리 집은... 우리 집은 아주 부자예요! 그러니까 제발, 우리를 해치지만 말아 주세요! 원하는 만큼 돈을 드릴 수 있어요! 당신들은 상상도 못 할 만큼 큰돈을 벌게 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공포와 절박함으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을 붙잡으려는 처절한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그것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본능적인 외침이었다.

네가래는 천천히, 마치 먹잇감을 희롱하는 포식자처럼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레지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입에서 풍겨 나오는 역한 술 냄새와 썩은 니코틴, 그리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치아의 부패한 악취가 레지의 얼굴에 확 끼쳐왔다.

"돈?" 그가 코웃음을 치며 비웃듯 말했다. 그의 눈에는 경멸과 조소가 가득했다. "아가씨, 지금 우리가 가는 곳에서 돈 따위는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야. 너희들은... 너희들은 그런 종이 쪼가리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들이라고."

그때 운전석의 사무엘이 가장 크게, 마치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 같은 웃음소리는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우며 불쾌하게 메아리쳤다. 그것은 인간의 유쾌한 웃음이라기보다는,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악마의 조롱처럼 들렸다. 오싹한 한기가 전율처럼 레지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너희 둘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 양반보다 이 도시에, 아니 이 나라에 돈 많은 사람은 없을걸? 멍청한 것 같으니! 뭘 원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돈 타령은! 주제 파악 못 하겠으면 그냥 잠자코 인형처럼 가만히 있어!"

사무엘의 격앙된 말 속에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들이 납치된 것은 단순한 금전적 요구, 몸값을 노린 유괴가 아니었다. 그 뒤에는 훨씬 더 어둡고, 추악하며, 끔찍한 목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레지는 그 순간, 자신들이 어떤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는지 어렴풋이나마 깨닫기 시작했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돈보다 더 잔인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끔찍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직감. 거대한 공포가 차가운 안개처럼 그녀의 온몸을 휘감고 정신을 옥죄기 시작했다.

차는 아까의 낡은 기찻길을 완전히 넘어, 이제는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 쭉 뻗은 도로 위를 질주했다. 빗소리는 차 안의 침묵을 배경으로 더욱 크고 요란하게 증폭되었다. 바깥은 이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간헐적으로 번개가 밤하늘을 길게 가르는 순간에만, 찰나적으로 주변의 일그러진 풍경 – 기괴한 형상의 나무들, 스산한 들판 – 이 섬광처럼 드러났다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지옥으로 향하는 길을 순간순간 비춰주는 불길한 조명탄 같았다.

그때까지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던 미리암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작은 파도처럼 미세하게 들썩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억눌렸던 공포와 절망이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다.

"울지 마," 그때까지 한마디도 없던 안타드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의 색깔이 완전히 배제된, 차갑고 메마른 톤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비난이나 조롱도 담겨 있지 않았다. "네가 울수록 저놈들은 더 즐거워할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감정했지만, 그 표면 아래 아주 미세하게, 거의 감지하기 힘든 수준의 동정심 혹은 연민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혹은, 비슷한 처지에 대한 체념일지도 몰랐다. 레지는 그 찰나의 균열, 그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고 필사적으로 파고들었다.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신도... 당신도 이런 일이 싫은 거죠? 그렇죠? 제발...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 뭐든 할게요," 레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애원했다.

안타드스는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아주 잠깐,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워 속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한 채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의 눈빛에는 어떤 저항이나 의지 대신,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깊은 체념만이 가득했다. 그 역시 이 거대한 악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또 다른 형태의 '부속품'처럼 보였다.

네가래가 다시 음습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에 조롱기 대신 기묘한 종류의 냉정한 사실 전달 같은 느낌이 묻어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알려주지.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너희들은 죽지는 않을 테니까. 적어도 당장은. 너희들은 아주 비싼 값에 팔려 갈 거야. 누군가의 노리개로, 장난감으로. 그래, 그냥 부속품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어쩌면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 알아듣겠어? 결국 이 더러운 세상은 돈 많고 힘 있는, 그리고 더럽게 사악한 놈들의 것이니까. 우리는 그저 그들이 가지고 노는 장기판 위의 졸일 뿐이야."

그의 말은, 특히 마지막 '부속품'이라는 단어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두 사람을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부속품'. 그 단어는 인간의 존엄성, 개성, 영혼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모독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필요에 따라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감정 없는 도구로, 혹은 일회용 장난감으로 취급될 것이라는 끔찍한 선고였다. 그 단어는 레지와 미리암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듯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그때,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거칠게 우회전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접어든 것이다. 빗물에 젖어 진창이 된 흙길 위를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며 나아갔다. 저 멀리, 짙은 어둠과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저택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 건물은 육중하고 위압적인 3층짜리 석조 저택이었다. 주변은 높은 담장이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정면에는 육중한 철제 대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곳은 외부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된, 그들만의 왕국처럼 보였다.

사무엘이 차를 담장 앞, 철문 바로 앞에 세우고 짧게 경적을 두 번 울렸다. 비에 젖은 밤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 뒤, 무거운 쇠 마찰음을 내며 철문이 아주 천천히, 마치 거대한 짐승이 입을 벌리듯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레지와 미리암은 이제 자신들의 앞에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분명했다. 이 철문 너머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쩌면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더 이상 무력한 '부속품'이 아닌, 생각하고 저항하고 싸우는 '인간'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차가 저택의 어두컴컴한 입구 안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가며, 두 사람의 길고 끔찍한, 새로운 지옥의 서막이 올랐다. 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는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단절시키는 최종적인 선고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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