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문
그동안 당신은 몇 번이나 사랑에 빠졌나요?
솔직한 대답을 원하나요?
네. 어차피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욕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런 사이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문제죠. 미래 어느 시점에 말입니다. 운명처럼.
하하하. 뭐 그렇게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도 사랑에 관하여, 세상의 하찮기 짝이 없는 도덕과 관습, 규율에 충실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많아요. 무척 많아요.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어떤 때는 길을 가다가 지나치는 여인에게 홀딱 빠질 때도 있어요. 물론 찰나와 다름없지만.
음…. 제가 질문을 잘못 드린 것 같군요.
아뇨, 제가 죄송합니다. 현문우답. 헤헤헤.
그럼, 첫사랑은 언제였나요?
사실, 첫사랑이 명백하지 않습니다. 남녀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할 때부터 몇몇 여인들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첫 경험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건 잊을 수가 없죠.
좋았나요?
그저 총각 딱지를 떼게 한 바람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페가수스를 탄 듯 황홀했죠. 틀림없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니까. 정갈하고 환한 천국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칙칙하고 어두운 골방 같은 창고여서 좀 그다지 낭만답지는 않았어요.
여러 번 한 거예요?
처음이니까. 당연하게도. 모두 다 그래요.
첫날은 원래 많이 하는 건가요?
시작은 원래 그래요. 새로움은 신비롭고….
그래서?
음…. 의기충천하게 되지요. 재치도 번득이고.
재치?
응. 어릴 때 무척 낮은 존재감으로 살았거든요. 세상의 모든 연인을 시기하면서 말입니다.
그게 재치와 무슨 상관이에요? 정말 두서없이 말을 하는 것 같군요. 크크크.
음…. 맞아요. 딱히 재치가 적합한 단어는 아닌 것 같군요. 뭐랄까??? 뭔가 적합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네요.
그러고는 또 뭐가 생각나세요?
아팠어요.
몸이? 마음이?
둘 다요. 여자가 힘들고 지치고 아픈 듯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봤어요. 경박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누워서. 멀찍이 떨어진 채로. 뭐 나도 많이 지쳤으니까. 모든 황홀함 뒤에는 쓸쓸함이 느껴지고는 하잖아요. 동시에 삶의 척박함을 그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오한이 들기 시작했고요. 사흘을 꼼짝없이 누워 있었어요.
또 기억나는 거는요?
또 다른 관계를 이루기 위한 숱한 시간 낭비가 있었죠. 하지만 기억은 중독으로 이어지죠. 오로지 향기와 피부의 마찰을 통해서만 영감을 받았거든요. 내 삶 대부분의 불행은 권태로움에서 비롯되었어요. 그래서 여자를 심하게 쫓아다녔어요. 만남이 아찔한 경이가 되던 시절이었죠.
전, 그런 관계에 관해 무지막지하게 많은 것들이 알려졌으므로 인해 좀 시큰둥한 편이에요.
사랑이란,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었던 것, 하면 안 되는 것까지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 들어 본 적 있어요?
하하하. 혹시 주위에서 당신을 속물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만약 제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나타내는 기계가 있다면 전 틀림없이 파렴치한 성애 주의자로 낙인이 찍혔을 겁니다. 아마.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인간은 다 저와 같을 거라고. 단지 얼마나 잘 숨기고 아닌척하느냐 하는 차이뿐이죠.
와, 당신의 솔직함에 경의를.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음…. 모든 사랑의 순간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거죠. 다시 돌아오지 않죠. 그러한 사실을 완전히 깨우쳐야만 진정한 사랑이 성립된다고 봅니다. 괜히 좋아하는 척, 황홀한 척할 필욘 없죠. 그건 그냥 교묘히 피해 가려는 수작일 뿐이잖아요. 진지하게 그냥 맞닥뜨려야 해요. 두려워할 게 전혀 없죠. 어차피 우린 지푸라기처럼 약한 존재니까. 세상의 이목? 아무것도 지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봐요. 그냥 저지르고 보는 거죠. 그러면 된다고 봅니다. 그것뿐입니다.
음…. 본능적으로는 당신의 제법 공격적인 생각에 반기를 들고 싶은데….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용기에는 손뼉을 쳐주고 싶네요. 아무튼, 첫 만남부터 우린 아주 오랜 연인처럼 속마음을 속삭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