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문
비행기는 이른 아침에 홍콩에 도착했다. 둥근 창으로 무거운 하늘이 보였다. 구름이 산 정상을 모두 덮은 채 게으르게 움직였다. 언제든 우르릉하며 비가 쏟아질 기세였다. 산 아래는 흰색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솟아 있었다. 높은 산과 아파트. 서울과 많이 닮았다. 완만한 산과 낮은 집들로 대부분 채워진, 유럽을 떠났다는 느낌이 이제 확연히 다가왔다.
트랩에 내려서자 매캐한 경유 냄새가 습하고 무더운 공기에 묻어왔다. 홍콩은 처음이었다. 유럽대륙 구석구석, 아메리카, 심지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도 방문하였지만 정작 내 나라 근처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환승을 위해 잠시 3시간 정도 머무는 것이니, 엄밀히 방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홍콩, 아니 중국은 늘 한번은 방문하고 싶었다. 중국 음식을 유난히 좋아했던 것도 한몫했을 터이다. 유년 시절, 생일날 같은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었던 짜장면. 그 오묘한 맛의 검은 음식. 잠자리에 들 때면, 짜장면을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을 되뇌곤 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짜장면은 간짜장으로, 다시 삼선짜장으로, 결국에는 탕수육으로 바뀌었지만, 중화요리에 대한 식탐만큼은 식을 줄 몰랐다.
그 탓일까? 어느 날 극심한 복통으로 찾은 병원에서 쓸개염을 진단받고 결국 절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에 대한 탐욕은 변하지 않았다. 독일에 처음 도착한 날, 그날 저녁도 한국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었으니 말이다. 10유로나 하는 턱없이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정작 중국으로 이끄는 힘은 중국 화폐 20위안에 그려진 <구이린> 때문이었다. 결혼 2년 후, 우리는 뒤늦게 두바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주말을 끼어 겨우 5일 정도 여유가 있었던 우리는, 아직 가보지 않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여행 사흘째 되던 날, 사막 투어에 지친 나는 본능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찾았다.
우리는 아랍 전통 복장을 한 호텔리어의 안내에 따라 격자무늬가 선명한 대리석 바닥을 따라 걸었다. 따각따각 명랑한 소리가 발밑에서 울렸다. 창 너머에는 무성한 열대 덤불이 보였다. 이 도시는 마치 사치 속에 푹 빠진 듯하였다. 천장은 온통 반짝이는 유리였다. 그 광채 속에 얼빠진 모습으로 헤 웃고 있는 내가 담겼다.
호텔과 연결된 중국 식당은 크고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중국 박물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화려함과 사치, 향락이 나의 밖에, 주위에, 앞에 머물렀다. 수려한 문양이 새겨진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로 멋을 낸 안내원이 창가에 있는 식탁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주문 후 아내는 나의 손을 꼭 잡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미소를 보냈다. 초록색 입욕제를 푼 목욕물에서 나던 향기가 흘렀다.
반짝이는 연녹색 식기와 그 속을 채운 탐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졌다. 공간을 지배하는 음식 냄새는 꿈처럼 몽롱했다. 틀림없이 조금 전 기억은 황량한 사막이었다. 밀가루만큼 부드러운 모래가 이글거리는 태양과 바람에 부서져 끈적거리는 피부에 달라붙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새로움에 대한 탄성은 금세 유쾌하지 않은 생소함에 자리를 내줬다. 차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온통 모래만 있는 곳. 마치 아무 데도 아닌 것이 끝없이 펼쳐져, 무와 유, 가능성과 의아함, 비밀과 모순이 혼재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식탁의 오른쪽 벽면을 넓게 차지한, 수묵화 같은 사진에 정신이 쏠렸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모습이었다.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 절벽과 기괴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들. 전면에 굽이굽이 흐르는 듯 멈춘 듯한 강에는, 낮게 뜨인 운무로 인해 한없이 신비로웠다. 그리고 길고 좁은 쪽배에 창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채 외로이 노를 젓는 어부. 온전히 자연 속에 묻힌 듯한 모습에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것은 사진 옆에 새겨진 한자였다. 鷄林 계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명이었다.
“오 멋진 곳이네요. 우리 다음에 저기 한번 가요.” 아내가 나의 시선이 멈춘 곳을 훔쳐보며 말했다.
“그러게, 어릴 때 멋있는 곳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
“아 그, 옆집에 중국 식당 한다는 사람?”
“응, 계림 출신이라고 맨날 자랑하곤 했거든.”
“자랑할 만했네요.” 아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Lyrics
Quiero la luna que ilumina
tu silueta al caminar,
con paso de bailarina
tú la sigues sin mirar.
Quiero que vengas cariñosa
y me abraces al llegar,
cuando te sientes tan dichosa
y te ríes al besar.
Quiero la calma de la tarde
cuando ya empieza a anochecer,
es el crepúsculo que arde
como arde mi querer.
Quiero que tu mano me guíe
si estoy en la obscuridad
y mi corazón sonríe,
lleno de felicidad.
Quiero tus ojos color de bruma
que, a veces, veo en mi soñar;
son como un manto de dulzura
que me viene a desper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