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2시간을 기다린 끝에 홍콩발 제주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나의 자리는 일반석 맨 앞줄 복도 쪽이다. 언제부터인가 고정석처럼 앞줄 복도 쪽만 예약하였다. 창가 쪽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이유는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서 생긴 잦은 빈뇨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화장실 가까이, 그러면서 옆 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자리가 점점 필요해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를 굳이 들자면, <관찰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나는 흐르는 인파에 끼어들어 낯선 혼잡을 즐기듯 바라보거나, 카페나 식당 혹은 테라스에 앉아,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몇 시간이고 행인들을 쳐다보곤 하였다. 항공기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승무원들과 그들이 상대하는 승객들의 행동을 유심히 쳐다보고 오가는 말들은 경청하곤 했다. 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내 가족이 하나둘 곁을 떠나면서, 관찰의 버릇은 점점 더 늘어났고 집요해졌으며, 이제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다.
나는 내 시야 속으로 들어온 그들을 보며, 그들의 인생을 상상한다. 그들의 웃음을 지켜보며 사랑을 추측하고, 무심한 표정에서 삶의 고통을 살펴보고, 오가는 말들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짐작하곤 하였다. 그리고 추측한 그들의 인생을, 나의 기억 속에 채워 넣으며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를 지어내곤 하였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날에, 내가 상상한 인생 속에 둘러싸인 채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기내는 빈자리 하나 없이 승객들로 가득하였고, 공간은 장터에 온 듯한 소음으로 채워졌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처럼 보였다. 그들은 대부분 수수하고 가벼운 옷차림에, 기대나 흥분 혹은 즐거움을 머금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으나, 연인이나 가족, 친구처럼, 친숙한 사이에서 오가는 가벼운 톤의 대화들이 나를 미소 짓게 하였다.
내 옆에는 중년의 남자와 그의 어린 자식 둘이 나란히 앉았다. 어린이들은 기내가 익숙한 듯, 이어폰을 끼고 전면에 붙은 태블릿 PC를 손으로 꾹꾹 눌러 그들이 원하는 애니메이션에 금방 빠져 버렸다. 내 옆의 남자는 신발을 벗고, 미리 준비한 실내화를 신더니,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인데도,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았다.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비행기를 타고, 기대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공중에 떠 있었지만, 여전히 이륙과 착륙을 준비하는 시간에는 긴장을 멈출 수가 없다. 특히 이륙 때는 나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마치 물에 빠지기라도 한 듯, 좌석 손잡이를 손으로 꽉 움켜쥐곤 하였다. 아내는 언제나 그런 나의 모습을 신기해하고 따뜻한 위로를 보내곤 하였다. 결혼 전, 그러니까 그녀의 입사 후 첫 해외 출장으로,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였다. 이륙 전, 딱딱하게 굳어가는 나의 표정을 처음 확인한 그녀는, 작고 깡마른 손을 나의 어깨에 살포시 얹고는, 마치 어린 아들을 쳐다보는 어머니 같은 눈길을 보내 주었다.
나는 그 순간, 그녀의 작은 품속에 푹 파묻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녀의 작은 손짓 하나만으로, 내 속을 채우던 불안이 사라지며 미처 경험하지 못한 안도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고향을 떠난 후, 내가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지를. 마치 한파 속에 부드럽고 두툼한 외투를 건네받은 듯하였다. 나는 영업전문가로서, 치열한 세상에서 처절하게 뛰면서 살았다. 나는 스스로 냉소적이며 속물적인 인간으로 나를 포장하고, 그런 기만적 확신 속에, 세상을 무의미하게 바라보곤 하였다.
나는 주고받는 계산속의 나에게 길들었고, 현대인이라면 이미 흔한 냉랭함을 넘어 경쟁자의 고통을 은근히 기대하는 일종의 사디즘적인 단계로 진행하고 있음을, 가끔 놀라듯, 자신을 바라보곤 하였다. 홀로 자신의 양심을 후벼 파는 그런 단계 말이다. 어쩌면 자신을 냉혈한으로 만드는 절망적인 냉담함 속에 묻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녀의 손에서 전해진 따스함에, 그 다정함의 창을 통해 그 너머의 사랑을 보았다.
Lyrics
Ce soir nous sommes Septembre
Et j'ai fermé ma chambre
Le soleil n'y entrera plus
Tu ne m'aimes plus
Là haut un oiseau passe
Comme une dédicace
Dans le ciel...
Je t'aimais tant Hélènre
Il faut se quitter
Les avions partiront sans nous
Je ne sais plus t'aimer Hélène
Avant dans la maison
J'aimais comme nous vivions
Comme dans un dessin d'enfant
Tu ne m'aimes plus
Je regarde le soir
Tomber dans les miroirs
C'est ma vie
C'est mieux ainsi Hélène
C'était l'amour sans amitié
Il va falloir changer de mémoire
Je ne t'écrirai plus Hélène
L'histoire n'est plus à suivre
Et j'ai fermé le livre
Le soleil n'y entrera plus
Tu ne m'aimes 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