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을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과 정돈되지 않은 넓은 마당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지붕이었다. 지붕과 닿아있는 무성한 잎의 물푸레나무가 바람에 삐걱거렸다. 해맑은 날이었다. 밋밋한 벽에 햇살이 뜨겁게 내렸다.
실내조명은 어두웠고 직원으로 보이는 몇 명이 서성거렸다. 모두 외국인이었다. 우리는 간단한 인사치레를 나눈 뒤 어정쩡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짱짱한 목소리의 사장이 나타났다.
‘뭐하노, 빨리빨리 준비 안 하고? 스타트! 스타트!’
그녀는 생각보다 무척 작고 늙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홀에 있던 이들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얼룩말 무리 속으로 뛰어든 암사자 같았다. 그녀는 무척 화가 난 듯 보였다. 하지만 나를 알아채고는 삽시간에 표정이 누그러졌다.
“먼 길 온다고 수고했습니다.”
“아 네….”
“잠은 좀 잤습니까?”
“네, 비행기에서 좀….”
“이리 따라오이소. 쉐프 있는 데로….”
그녀를 따라 어둡고 짧은 복도를 지나자 대형 창고 같은 곳이 나타났다. 각종 식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그곳을 지나자 진한 음식 냄새가 가득한 주방이 나타났다. 나를 공항에서 픽업한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펄펄 끓는 기름에 닭을 튀기고 있었다.
“여, 인사하이소. 이번에 새로 오신 분입니더.”
그들은 힐끗 한번 나를 쳐다보더니, 기름에 튀기고 있던 닭을 조심스레 다 건진 후, 천천히 내게로 왔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요…. 김건우입니다.”
검은 주방 복과 주방 모를 쓴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악수하였다.
“남현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많아 봐야 40대 중반쯤 돼 보였다.
“나는 박치근입니다. 아무쪼록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이 뜻하는 바를 나는 금방 알아챘다. 즉, 내가 오기 전 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본 이곳의 인상에서 내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을 만한 이유를 나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또래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악수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손의 감촉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그의 삶이 대번에 그려졌다.
“이반아, 니가 홈 가이드해라.”
사장의 말은 한글과 영어가 마구 섞여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폴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인들로 구성된 직원들은 놀랍게도 사장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나의 숙소는 식당 2층이었다.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있고 복도 끝에는 공동 화장실과 욕실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 구석에는 쥐를 잡는 끈끈이가 군데군데 놓여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무척 작고 간단했다. 일인용 침대와 옷장, 책상이 전부였다.
나는 캐리어를 펼쳐놓고 기본적인 세면도구만 챙긴 채 그냥 두었다. 창으로 붉은 노을이 느껴졌다. 기대는 그다지 하지 않았지만 실망스러운 환경이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기댄 채, 나의 선택이 가져다준 의구심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곳이 설령 지옥과 같은 삶을 요구할지라도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온 것이다.
침대에 몸을 뉘었다. 여행과 시차의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가장 기묘한 하루를 마주할 준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