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예언서 #2

남킹 현대 코미디 액션 장편소설

by 남킹


2. 미지와의 조우

박칠규는 오늘 절망했다. 그가 삼 년 동안 공을 들인 여자 친구에게서 차인 것이다. 그의 나이 이제 서른아홉. 평범한 외모에 어중간한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그는, 그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짐을 분노와 고통의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녀에게 장가가기 위해 그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한마디로 몰빵을 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극한의 절약 정신으로 아껴가며, 돈을 모아, 비록 전세지만 자그마한 아파트를 구매하고, 필요한 세간살이를 모두 준비하였다. 그리고 오늘, 그는 드디어 그녀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비하여 고급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는 싸늘한 미소와 함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거부하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모든 SNS 계정을 차단했다.

이로써 그는 공식적으로 99번의 맞선을 보았고, 그중에 10회 이상 데이트에 성공한 7명의 여인에게 모두 버림받게 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살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는 첫사랑 이후, 단 한 번도 어떤 여인에게서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도 아니며, 외모가 혐오스러운 것도 아닌데다 교양이나 예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의 사랑 전선은 늘 참혹한 패전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모든 것은 내려놓았다.

그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형제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선산에 들러 돌아가신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유서를 작성한 뒤, 새벽 3시 차를 몰고 한강으로 향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그 날, 그는 마포대교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다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리의 중간 지점에 왔을 때 그는 크게 심호흡을 두 번 하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은 물결이 아귀처럼 입을 쫙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마등처럼 흐르는 그의 짧은 생을 되돌아봤다. 늘 가슴 한쪽 저편에 무겁게 자리 잡은 그의 첫사랑, 송미자. 그는 그때 느꼈다. 그가 아무리 부정하려고 애쓰고 달아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것을…. 그는 사랑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미자를 생각하며 다리의 난간에 올라 아낌없이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그리고 서글픈 그의 사랑에 작별을 고했다.

**********

그가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생소했다. 작고 단출한 흰색의 방에 흰색의 침대에 흰색 모포를 덮고 그는 누워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생각했다.

‘아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그의 옷도 흰색 잠옷이었으며 흰색 화병에 흰색 안개꽃이 흐드러지게 꽂혀 있었다. 모든 게 단색이지만 창문만을 예외였다. 길고 좁은 창문에 비친 세상은 그가 늘 보아온 평범한 하늘과 도시였다.

‘아, 천국도 현세와 그다지 다르지는 않구나’ 하고 그는 그때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푸른 하늘 아래, 새들과 기찻길, 차량이 보이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를 지켜봤다. 그러자 그는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혼란과 의문이 그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흰색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그 순간 머릿속을 휘젓던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여기가 천국인가요?” 그러자 간호사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박칠규 환자님, 여기 누우셔서 바지 내리셔요…. 주사 들어갑니다. 항생제 주사니까 좀 아플 거예요.”

**********

박칠규는 한동안 멍하니 누워 있었다. 머릿속이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섞은 놓은 것처럼 혼란스럽고 지저분했다.

‘나는 틀림없이 차디찬 강물 속으로 속절없이 뛰어들었는데…?’

‘누가 나를 구한 거지? 어떻게? 왜?’ 그의 궁금증은 점점 쌓여만 갔다. 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하게 그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가 담당 간호사를 붙잡고 겨우 얻어낸 지식으로는, 그가 누군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왔고 누군가가 나 대신 입원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병원 최고층 MVP 병실로.

그는 어안이 벙벙한 채 이틀을 병원에서 더 보낸 뒤 퇴원을 하였다. 퇴원 절차도 이미 누군가가 다 처리한 상태였다. 다만 그 누군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박칠규가 병원 문을 막 나서려고 하는데 자신을 돌봤던 그 간호사가 따라 나오더니 갈색 봉투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글쎄요. 저도 부탁받은 거라 모르겠어요. 단지 퇴원할 때 드리라고만 하셨어요. 그럼 잘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딴마음 먹지 마시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박칠규는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곳에는 명함 한 개와 오만원권 지폐가 10장 들어 있었다. 명함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이름과 주소뿐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좀 이상했다. <가브리엘>. 그리고 명함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최대한 빨리 방문 요망’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동안 막막하고 답답한 상태로 누워만 있었다. 그가 작성한 유언은, 여전히 책상에 그대로 있었다. 그의 방은 모두 정리가 된 상태라 텅 비어있었다. 당장 갈아입을 속옷도 없었다. 원룸도 일주일 뒤에는 비워두어야만 했다. 직장도 없고 당장 뭔가를 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저 반듯이 누운 채 왜 자기가 죽지 않았는지를 곱씹을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이 명함에 적힌 이 사람만이 자신의 의문을 답해주리라는 것을….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뒤, 명함에 적힌 주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는 꽤 오랜 시간 달려, 시 외곽에 있는 어느 한적한 수도원 앞에 멈추었다. 비가 처량하게 내리고 있었다.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검고 투박한 건물이 그를 두렵게 하였다. 잠시 돌아갈까 하다가 그는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건데 뭐가 두려울까 하며, 자신을 다 잡은 다음 천천히 건물의 입구로 갔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한참 뒤, 검은 사제복을 걸친 백발의 노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말없이 그를 맞은 뒤,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앞서 나갔다. 빼곡히 들어찬 수풀 사이로 좁고 구부정한 길이 끊어질 듯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간 다음 그들은 붉은 녹이 잔뜩 낀 거대한 철문 앞에 이르렀다. 노인은 힘에 부치는 듯 몇 번 헛기침하더니 천천히 대문 손잡이의 고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꽤 한참 그들은 기다렸다. 서걱거리는 음울한 바람이 비와 함께 박칠규의 속을 파고들었다. 그는 한기와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이윽고 큰 철문이 끼익하며 열렸다.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저 눈앞 저 멀리 아롱거리는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박칠규는 이제 그가 한강 물에 뛰어 내릴 때보다 더한 공포를 느끼며 억지로 그의 뒤를 따랐다. 또 그렇게 한참을 갔다. 이윽고 어둠이 눈에 익을 때쯤, 그들은 지극히 단순한 홀에 다다랐다. 중앙에는 둥근 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는 모두 여덟 명의 사제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박칠규를 보더니, 나머지 9번째, 빈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그가 조심스레 착석하자 그들은 일제히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그 사이 박칠규는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같은 복장을 하였으나 그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나이도, 얼굴 생김새도, 덩치도 모두 달랐다.

기도가 끝나자 일제히 그들은 박칠규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중에 한 사제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박칠규님.” 그 사제는 그들 중 유일하게 아시아인처럼 보였다.

“아, 네…. 어떻게 제 이름을?” 박칠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네, 우선 저희 소개를 먼저 하는 게 합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칠규님이 보시고 추측하신 데로 저희는 모두 사제입니다. 저는 요셉 신부입니다. 저는 지금 통역자로 여기 와 있습니다. 나머지 일곱 사제분은 모두 바티칸에서 오셨습니다. 파벨코란데오라는 모임의 회원이십니다.”

“혹시, 저 죄송하지만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하나님이나 신을 믿지도 않고요…. 그래서 그러는데 혹시 뭔가 착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해서 여쭈어봅니다만….”

“아, 네 박칠규님의 종교에 대해서는, 저희는 사실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선 죄송하지만, 확인이 필요해서 그런데 바지를 좀 내려주시겠습니까?”

“네? 바바바지를요?” 박칠규는 그 순간,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변태 사제가 떠올랐다. 갑자기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박함이 그를 휘감았다.

“네, 바지만 내리면 됩니다. 박칠규님. 팬티는 안 내려도 됩니다.” 박칠규는 요셉 신부의 말에 더더욱 소스라쳤다. 이게 지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쳐다보는 여덟 사제의 눈빛이 너무도 진지하였다. 그들의 엄숙한 모습은 마치 자신을 죽여서라도 바지를 벗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온 힘을 다 짜내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했다.

“정말 팬티는 안 내려도 됩니까?”

“네, 박칠규님. 죄송하지만 잠시만 내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요셉 신부는 박칠규를 안심 시키려는 듯, 최대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요청했다. 결국 박칠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혁대를 풀고 두 손을 바지춤에 꽉 잡은 후, 두려움에 떨면서 바지를 천천히 내렸다. 바지가 거의 종아리 밑으로 내려갔을 때쯤, 모든 신부가 벌떡 일어나 그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찬찬히 그의 종아리를 살폈다. 그러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서로 주고받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누군가는 심지어 그의 종아리를 만지기까지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제는 그의 침을 집게손가락에 바르더니 박칠규 종아리에 대고 문지르기까지 하였다. 박칠규는 이 경악스럽고 변태스러운 사제들의 행위에 까무러칠뻔한 충격을 받았으나 그들에게 완전히 압도당해 어쩌지를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박칠규님, 감사합니다. 이제 바지를 입으셔도 되겠습니다.” 모든 사제가 제자리로 돌아가 착석을 하자, 요셉 신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박칠규는 총알 같은 속도로 바지를 입고 제풀에 지쳐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제, 한 가지 묻겠습니다. 박칠규님. 종아리에 난 흉터는 언제 생긴 건가요?”

“흉터요?” 그제야 그는 자신의 왼쪽 종아리에 난 흉터가 생각났다.

“아, 그 흉터는…. 음…. 제가 초등학생 때 동네 형들과 불장난하다가 생긴 상처입니다. 하도 오래전이라 저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흉터를 왜 물어보시는지?” 요셉 신부는 다른 사제들과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두툼한 문서를 꺼내, 요리조리 책장을 넘기더니 한곳을 짚으며, 박칠규에서 말을 했다.

“이 책에 적힌 내용을 지금부터 제가 번역해서 읽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한 문장 한 문장 번역해 나가기 시작했다.

‘남자의 종아리에 용이 보입니다. 흐리고 작지만 분명 용입니다.’

박칠규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제 종아리에 있는 흉터하고 무슨 상관인지?” 그러자 요셉 신부는 백지에 연필로 박칠규의 흉터를 그렸다.

“어떻습니까? 박칠규님. 용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자신의 흉터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 박칠규는 이게 용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기만 하였다. 자신의 흉터가 그저 못 생겼다고만 생각했지, 용을 닮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설령 제 흉터가 용이라고 쳐도, 왜 나의 종아리가 저 책에 실려 있는 건가요? 그것도 알 수 없는 문자로?” 그러자 다시 요셉 신부는 사제들과 토론하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드디어 박칠규에서 고개를 돌려 말을 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박칠규님. 이제 모든 사제가 동의하였으므로 진실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1,000년 전 있었던 한 예언가와 신부에 얽힌 이야기를 그에게 상세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럼 제 종아리에 관한 어떤 예언이 적혀있다는 건가요?” 박칠규는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많은 의문점이 생겨났다.

“네, 그에 관한 이야기도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너무도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명이 꼭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요셉 신부의 평온함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서명요? 만약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박칠규의 질문에 신부는 당혹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음…. 그 그 그러니까…. 죄송합니다만…. 신부로서 이런 말씀을 드린다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박칠규님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박칠규의 입에서는 예상하지도 못한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하하하…. 어차피 죽으려고 했던 건데…. 억지로 살려놓고는…. 하하하….” 그러자 그동안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모든 사제가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잦아들기 시작할 때쯤, 요셉 신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박칠규를 빤히 쳐다보며 한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이상한 글씨가 가득 적혀있었다. 박칠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번역된 문서는 없는가요? 신부님.” 문서의 내용을 보던 신부는 급하게 다른 문서를 찾아서 내놓았다.

“죄송합니다. 라틴어로 된 문서를 드렸군요. 여기 한글로 번역된 문서입니다. 여기 요 밑에 날짜와 성명, 그리고 서명하시면 되겠습니다.” 그곳에는 깨알 같은 한글 문서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와! 내용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요?” 박칠규는 신부에게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박칠규님과 관련한 어떤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더라도 저희는 모든 관계를 거부할 것입니다. 즉, 저희는 당신을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만난 적도 없다는 게 요지입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박칠규는 길게 한숨을 쉬며 요셉 신부에게 물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저희는 지금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세상의 종말요?” 박칠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네, 가까운 미래에…. 기계들이….” 요셉 신부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가까운 미래에? 기계들이?” 그러자 그 순간, 박칠규는 다시 한번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그거 영화잖아요…. 아널드 형님이 주연으로 나오는 <터미네이터>…. 하하하” 그러자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사제들이 다시 술렁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러면 혹시 제 아들이 미래의 반군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 하하하….” 박칠규는 이제 빈정거림과 헛웃음을 번갈아 하며 비꼬는 투로 신부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박칠규님의 아들이…. 바로…. 그 지도자….” 요셉 신부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다.

“아, 그렇죠. 그렇죠…. 당연히 내 아들이 <존 코너> 겠죠…. 헤헤헤…. 그러면 내 여자는 <사라 코너>일 테고…. 크크크….” 박칠규는 이제 입을 삐죽거리며 아예 대 놓고 신부에게 비아냥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그러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또 다른 예언자?” 그러자 요셉 신부는 뭔가 생각났는지 가방 속을 뒤적뒤적하더니 한 뭉치의 문서를 꺼내서 박칠규에게 흔들어 보였다.

“그에 대한 예언도 있습니다. 여기에….” 그러더니 신부는 문서 일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하노니

당신이 만든 도구가 결국 당신을 해칠 것이고

당신이 만든 큰 배가 결국 당신을 물에 빠트리고

당신이 침략한 그 땅에서 저지른 죄를 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그가 만든 영화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로 해석하였습니다. 박칠규님.”

“움직이는 그림?” 박칠규는 여전히 빈정거리며 물었다.

“네, 예언자 파벨은 산업혁명 이전에 살았고 시골의 가난한 농부 출신이라 그가 꿈에서 본 대부분은 이해는커녕 표현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표현은 모호하고 불분명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가 본 것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우리가 짊어지고 갈 숙제로 남겼습니다.” 요셉 신부의 진지한 표정에 박칠규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진지해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부님. 제가 한강에 뛰어든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 몰랐습니다.” 신부의 의외 답변에 박칠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살렸나요?” 신부는 다시 문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파벨 예언자는 글만 남기신 것이 아닙니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은 그림으로 설명하였고 이를 마태오 신부가 비슷하게 그려서 문서에 남기셨습니다. 여기 이 부분을 보십시오. 이 그림이 무엇으로 보입니까? 박칠규는 문서에 눈을 가까이 대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한 것이 아리송했다. 그러자 신부가 천천히 문서를 180도 돌렸다.

”확실한 거는 알파벳은 아닙니다. 한글에 가깝죠…. 우리는 이 그림을 다음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많이 힘들었구나.’

”바로 박칠규님이 강으로 뛰어든 그 마포대교 다리에 적힌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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