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커플 _ 분리수거 올림픽

by 남킹

EP 007. 분리수거 올림픽

"야, 장지훈! 너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수요일 저녁, 분리수거함 앞에서 수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퇴근 후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던 지훈은 마지못해 현관으로 향했다. 수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들고 있었다. 용기 안쪽에는 떡볶이 국물 자국이 선명했다.

"이거, 네가 어제 먹고 내놓은 거지? 내가 플라스틱에 음식물 묻히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냐! 이거 완전 재활용 불가 판정이다, 이 인간아!"

수현이 용기를 지훈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매콤한 냄새와 함께 지훈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듯했다.

"아… 그거. 대충 물로 헹궜는데, 덜 씻겼나 보네."

"대충? 네 눈에는 이게 대충 헹군 걸로 보여? 이건 거의 떡볶이 국물 샤워를 한 수준인데? 이러면 다른 깨끗한 플라스틱까지 오염시키는 거 몰라? 너 때문에 지구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수현의 목소리는 환경 운동가처럼 비장했다. 지훈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 이거 하나 때문에 지구가 어떻게 파괴돼. 그리고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 줄 텐데."

"알아서 처리? 네 안일한 생각이 바로 쓰레기 대란을 일으키는 주범이야! 이건 분리수거가 아니라 그냥 일반 쓰레기라고! 너 때문에 소중한 자원이 낭비되는 거야! 너 혹시 분리수거계의 빌런이라도 되려고 작정했냐?"

"빌런은 무슨… 그냥 좀 귀찮아서 그랬지. 다음부터 잘할게."

"다음? 네 ‘다음’은 믿을 수가 없어! 너 지난번엔 페트병 라벨도 안 떼고 버렸잖아! 비닐이랑 종이도 막 섞어서 버리고! 이건 뭐 분리수거 올림픽에 출전해서 반칙으로 실격당할 수준이야!"

수현은 분리수거함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지훈의 만행(?)으로 보이는 잘못 분류된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섞여 있었다.

"봐라, 이게 네 작품이다! 캔이랑 플라스틱이랑 종이가 한데 엉켜서 댄스파티라도 벌이는 줄 알겠다! 너 혹시 분리수거 방법을 글로만 배웠냐? 아니면 그림판으로 배웠어?"

"아, 알았어! 내가 다시 제대로 할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화낼 일이지! 이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네가 이렇게 대충 버리면, 결국 다 우리한테 돌아오는 거야! 미세 플라스틱 먹고 싶냐? 쓰레기 섬에서 살고 싶어?"

수현의 잔소리 폭격에 지훈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다. 지금 당장 다시 분리수거할게. 아주 완벽하게, 교과서적으로다가."

"흥! 말만 번지르르하게. 어디 한번 지켜보겠다."

수현은 팔짱을 끼고 지훈의 분리수거 과정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지훈은 땀을 뻘뻘 흘리며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고, 페트병 라벨을 꼼꼼히 제거하고, 종류별로 정확하게 분류했다. 마치 분리수거 능력 시험이라도 보는 수험생 같았다.

"자, 됐냐? 이 정도면 합격이지? 분리수거 장인으로 인정해 주냐?"

모든 작업을 마친 지훈이 으쓱하며 말했다. 수현은 잠시 그의 작품(?)을 살펴본 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일단 오늘은 합격.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불시점검은 계속될 테니까."

"아, 진짜 깐깐하네. 이러다 우리 집 분리수거함이 아니라 분리수거 박물관 되겠다."

"그만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이건 너랑 나, 우리 둘만의 올림픽 같은 거라고 생각해. 금메달은 깨끗한 지구고."

수현이 비장하게 말하자, 지훈은 피식 웃었다.

"올림픽? 그럼 나는 분리수거계의 우사인 볼트가 되어주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완벽 분리수거를 선보이겠다!"

"헛소리하지 말고, 손이나 깨끗이 씻어. 그리고 다음 주 분리수거 당번은 너다."

수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지훈은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결혼은 현실이라더니, 분리수거까지 이렇게 빡셀 줄이야.’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수현의 잔소리가 때로는 귀찮고 피곤하지만, 결국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이 사소한 분리수거 올림픽이 그들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티키타카일지도 모른다고. 물론,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도 분리수거함 앞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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