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0. 알람 스누즈 지옥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월요일 아침 7시. 어김없이 지훈의 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정작 알람의 주인인 지훈은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뒤척이던 수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눈을 떴다.
"으… 장지훈… 알람 좀 꺼…"
수현이 잠꼬대처럼 중얼거렸지만, 지훈은 여전히 꿈나라 여행 중이었다. 알람 소리는 멈추지 않고 5분 간격으로 방 안을 채웠다. 마치 지옥의 교향곡처럼.
"따르르르르릉! …(스누즈)… 따르르르르릉! …(스누즈)…"
이 패턴은 벌써 세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수현은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장지훈! 너 진짜 안 일어날래?! 네 알람 소리에 내가 더 빨리 일어나겠다!"
수현이 고함을 지르자, 지훈이 그제야 부스스 눈을 떴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왜 그래, 아침부터.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네 알람 소리가 내 고막을 테러하고 있잖아! 지금 몇 번째 스누즈인지 알아? 네 폰 스누즈 버튼에 네 지문 닳아서 없어지겠다, 이 인간아!"
수현이 지훈의 폰을 낚아채 알람을 껐다. 순간 방 안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수현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아니, 알람을 맞췄으면 좀 바로 일어나든가! 왜 맨날 스누즈 지옥을 만드는 건데! 너 혹시 스누즈 버튼 누르는 게 아침 루틴이야? '굿모닝 스누즈' 뭐 이런 거냐고!"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5분만 더 자려고 했는데…"
"5분? 네 ‘5분’은 거의 무한대에 수렴하는 거 몰라? 네 5분 때문에 내 아침잠 다 망쳤잖아! 오늘 아침 컨디션 완전 최악이라고!"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그냥 알람 소리 좀 더 들은 것뿐인데. 그리고 난 원래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잠? 그건 핑계고! 넌 그냥 게으른 거야! 그리고 네 알람 소리, 무슨 사이렌 소리 같아서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이러다 내가 노이로제 걸려서 병원 신세 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수현은 팔짱을 끼고 지훈을 쏘아붙였다. 지훈은 침대에 걸터앉아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다음부터는 바로 일어날게. 아니면 알람 소리를 좀 부드러운 걸로 바꿀까? 새소리나 물소리 같은 걸로."
"새소리? 네가 새소리 알람으로 일어날 인간이었으면 진작에 일어났겠지! 넌 그냥 알람 자체를 못 듣는 척하는 거잖아! 아니면 혹시 귀에 솜이라도 박고 자냐?"
"아니거든! 듣긴 듣는데… 그게… 너무 졸려서 몸이 안 움직이는 걸 어떡해."
지훈이 억울하다는 듯 변명하자, 수현은 기가 막혔다.
"몸이 안 움직여? 그럼 내가 움직이게 해줘? '강수현표 기상 서비스' 한번 받아볼래? 아주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줄 수 있는데."
수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험악한 표정을 짓자, 지훈은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됐거든! 나 이제 진짜 일어날 거야! 봐, 일어났잖아!"
지훈은 마지못해 침대에서 내려와 기지개를 켰다. 수현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두고 보자. 내일 아침에도 스누즈 지옥 펼쳐지면, 그땐 진짜 네 폰 압수다. 아니, 그냥 네 폰을 저 멀리 던져버릴 거야. 그럼 강제로라도 일찍 일어나겠지."
"치사하다, 진짜. 폰 없이 어떻게 살아. 그리고 내일은 진짜 바로 일어난다니까."
"그 약속, 꼭 지켜라. 안 그러면 다음엔 알람 대신 내 잔소리 풀코스로 아침을 맞이하게 될 줄 알아. 그건 스누즈 기능도 없어."
수현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경고했다. 지훈은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아, 월요일 아침부터 제대로 걸렸네. 차라리 그냥 30분 일찍 일어나는 게 나을 뻔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수현의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면, 그 어떤 알람 소리보다 더 강력한 기상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이 시끄러운 아침 전쟁이 그들의 하루를 시작하는 나름의 활력소일지도 모른다고. 물론, 내일 아침 지훈이 스누즈 버튼을 누르지 않을 확률은… 글쎄, 로또 당첨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