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순교

by 남킹

카트린의 영혼이 남긴, 흙과 피와 배신의 악취는 경당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것은 지식인의 고뇌나 귀족의 회한과는 다른, 대지의 저주와도 같은 끈질기고 원초적인 고통이었다. 앙투안은 이제 인간의 비극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의 모든 서가를 헤맨 기분이었다. 그는 오만의 서, 이상의 서, 순수의 서, 명예의 서, 신앙의 서, 그리고 생존의 서를 차례로 읽었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새로운 형태의 고통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는 이 밤이, 인간 영혼의 모든 변주곡을 남김없이 연주하고서야 끝날 것임을 예감했다.

그의 지친 의식이 무감각의 늪으로 빠져들려던 찰나, 일곱 번째 영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등장은 이전의 그 어떤 존재보다도 기이하고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갖추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훌륭한 조각가가 정성껏 빚었으나, 누군가 악의를 품고 산산조각 낸 뒤 서투른 솜씨로 다시 붙여놓은 대리석 조각상과도 같았다.

그녀의 형체는 언뜻 보기에 평범한 부르주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정한 푸른색 드레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온화해 보이는 얼굴 윤곽.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그 평온함의 가면 아래 감춰진 끔찍한 균열들이 드러났다. 그녀의 목은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고, 마치 목뼈가 부러졌다가 잘못 붙은 듯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입술의 한쪽 끝은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으며, 두 손은 기도하듯 가지런히 모았으나, 그 손가락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게 서로를 붙들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 전체가 하나의 거짓말, 끔찍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정교하게 조립된 위선적인 구조물이었다. 그녀는 살아있는 옥시모론(oxymoron), 즉 ‘평온한 절망’, ‘고요한 비명’ 그 자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앙투안의 정신에 닿았을 때,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소리의 부재, 즉 모든 감정이 제거된 후 남은 진공의 상태와도 같았다. 그 목소리는 기계적으로 조율된 자동인형의 음성처럼 단조롭고 평탄했으며, 그 안에는 그 어떤 슬픔이나 분노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무감정성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고통의 증거였다.

『사제여.』 그녀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그녀의 형체 어딘가, 아마도 그 부서진 영혼의 가장 깊은 균열 속에서 새어 나오는 듯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 자들에 의해 제 죽음마저 도둑맞은 영혼입니다. 그들은 제 시신 위에 ‘공화국의 순교자’라는 아름다운 비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비석 아래 묻힌 것은 저의 명예가 아니라, 아들이 어미를 죽인 끔찍한 진실입니다. 제 이름은 쥘리에트(Juliette). 그리고 저의 살인자는, 제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존재, 바로 제 아들 뤼시앵(Lucien)입니다.』

그녀의 고백은 이전의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 깊은 금기를 건드렸다. 그것은 오이디푸스(Oedipus)의 신화가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야기라면, 그녀의 비극은 그 신화를 뒤집어, 아들이 어머니를 제물로 바친, 새로운 시대의 끔찍한 제의(祭儀)에 관한 것이었다.

앙투안의 의식 속으로, 쥘리에트의 기억이 흘러들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따스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파리 생 제르맹 지구의 작은 아파트,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고, 주방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피어오르는, 그런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제 남편은 선량한 시계공이었습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의 우주는 태엽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의 유일한 신념은 시간이란 정직하고 오차 없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우리는 부유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사랑했고, 우리의 작은 세상 안에서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뤼시앵이 있었습니다. 아, 뤼시앵…』

그녀의 기계적인 목소리에 처음으로, 아주 미세한 노이즈가 끼어들었다. 그것은 고통이라는 이름의 잡음이었다.

『그 아이는 제 세상의 태양이었습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아침 햇살의 색이었고, 그의 웃음소리는 집 안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는 음악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제 손을 잡을 때, 제 존재의 모든 의미를 느꼈습니다. 저는 그 아이의 숨결 하나하나를, 그 아이의 잠꼬대 하나하나를 사랑했습니다. 제 육체는 그 아이를 잉태하고 낳음으로써 비로소 완전해졌습니다. 저의 젖가슴은 그에게 생명을 주는 샘이었고, 저의 심장은 그의 요람을 흔드는 리듬이었습니다. 저는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느꼈을 경이로움을, 매일같이 제 아들을 안으며 느꼈습니다. 그것은 죄가 될 만큼 완벽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녀의 묘사 속에서, 모성(母性)은 하나의 종교적 체험으로 그려졌다. 그녀의 집은 성가정(聖家庭)이었고, 그녀의 아들은 구세주였다. 그러나 그 성스러운 그림에, 혁명이라는 이질적인 물감이 튀기 시작했다.

『뤼시앵은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했고, 특히 플루타르코스(Plutarch)의 『영웅전』을 끼고 살았지요. 그는 브루투스(Brutus)나 카토(Cato)처럼, 원칙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고결한 영웅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대 위로 뛰어오르는 배우처럼 열광했습니다. 그는 자코뱅 클럽에 가입했고, 밤늦도록 동지들과 토론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이제 저나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대신, 루소의 ‘일반의지’나 로베스피에르의 ‘덕성 공화국’ 같은 어려운 단어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처음에 쥘리에트는 아들의 열정을 그저 젊은 날의 치기 어린 이상주의로 여겼다. 그러나 아들의 변화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근본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신념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변태(變態)였다.

『그 아이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부서진 유리 조각 위를 걷는 듯 위태로웠다. 『한때는 애정과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그 눈동자에서, 온기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신념이라는 이름의 차가운 불꽃, 자신과 다른 모든 것을 이단(異端)으로 규정하고 태워버리려는 심판관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저를 ‘어머니’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를 ‘시민 쥘리에트’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이제 ‘공화국의 덕성’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측정되고 평가받았습니다. 제가 낡은 기도서를 읽고 있으면, 그는 ‘미신’이라며 책을 빼앗았고, 제가 처형당한 옛 이웃을 가엾게 여기는 말을 하면, 그는 ‘인민의 적에 대한 온정주의’라며 저를 질책했습니다.』

그녀와 아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심리적 거리는 행성 간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갔다. 아들은 이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행성에서 온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는 로베스피에르를 신처럼 숭배했습니다. 그는 로베스피에르의 연설문을 통째로 외워,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그 냉혹한 문장들을 읊조리곤 했습니다. “공포가 없다면 덕성은 무력하고, 덕성이 없다면 공포는 파괴적이다.” 그가 그 말을 읊을 때, 저는 제 아들의 입을 통해, 얼음으로 만들어진 어떤 낯선 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 듯했습니다. 그는 인간적인 모든 감정—사랑, 연민, 슬픔, 용서—을 공화국을 좀먹는 병균처럼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피와 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루소의 『사회 계약론』의 조문들로 만들어진 기계 장치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아들이라는 육체를 가진, 하나의 추상적인 이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비극의 씨앗은 아주 사소한, 그러나 뤼시앵의 세계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건에서 싹텄다.

『저희 집 아래층에 살던 제빵사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이었지만, 예전에 왕실에 빵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반혁명분자’로 몰려 체포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다섯 살짜리 어린 딸이 하나 있었지요. 부모가 끌려간 뒤, 그 아이는 친척 집으로 보내지기 전까지 며칠 동안 혼자 남겨졌습니다. 저는 배고파 우는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밤에 몰래,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잔을 그 아이의 방문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그것은 모성이라는,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본능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그러나 뤼시앵의 왜곡된 시각 속에서, 그것은 공화국에 대한 반역 행위, 즉 ‘적의 자식’에게 온정을 베푼 이적(利敵) 행위로 해석되었다.

『누군가 그 사실을 뤼시앵의 동지들에게 밀고했습니다. 그날 밤, 뤼시앵은 창백한 얼굴로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의 눈은 분노가 아니라, 마치 신성한 것이 더럽혀진 것을 목격한 사제의 그것처럼, 깊은 절망과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제게 묻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죄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공화국을 배신했습니다. 당신의 값싼 동정심이, 우리 가문의 명예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인민의 적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뱀에게 젖을 물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의 연약함이, 저의 혁명적 순수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 쥘리에트의 집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었다. 그곳은 종교 재판소로 변했고, 아들은 재판관이자 집행관이, 그리고 어머니는 피고인이 되었다.

『저는 변명하려 했습니다. 그저 배고픈 아이가 불쌍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제 말은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세계에서 ‘아이’는 없었습니다. 오직 ‘인민의 자식’과 ‘적의 자식’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가 고뇌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미에 대한 사랑과, 혁명에 대한 신념 사이에서. 아,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 그는 고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합리적’이고 ‘덕성스러운’ 방법을 계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해답’을 가지고 어머니 앞에 섰다. 그의 얼굴은 모든 인간적인 감정이 소거된, 절대적인 평온함을 띠고 있었다. 그는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법을 설명하듯, 어머니에게 그녀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 앞에 앉아, 아주 차분하고 논리적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쥘리에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그 순간의 모든 단어, 모든 음절을 기억의 고문대 위에서 다시 한번 겪고 있었다. 『“어머니. 우리 가문은 오염되었습니다. 당신의 행위로 인해, 저는 이제 동지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반혁명분자의 어미’라는 꼬리표가 저를 따라다니게 될 것입니다. 저의 혁명 과업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이 오점을 씻어내고, 우리 가문을 공화국에서 가장 순결하고 덕성스러운 가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방법이.”』

『그는 고대 로마의 예를 들었습니다. 아들들의 반역을 알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들을 처형했던 집정관 브루투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타르퀴니우스에게 겁탈당한 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루크레티아(Lucretia)의 이야기를. 그는 말했습니다. “루크레티아는 자신의 죽음으로 로마에 공화정을 가져왔습니다. 어머니, 당신 또한 당신의 죽음으로, 이 새로운 공화국에 가장 위대한 덕성의 본보기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공화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순교자’가 된다면, 우리 가문의 오점은 씻겨나가고, 저는 그 순교자의 아들로서 더욱더 위대한 혁명 과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어머니. 이것은 불멸입니다.”』

앙투안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이것은 광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이것은 이성이 스스로를 파괴하며 도달한, 논리적인 괴물성의 극치였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살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행위를, ‘순교’와 ‘불멸’이라는 숭고한 언어로 포장하고 있었다.

『저는 그저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제 태양, 제 세상의 전부였던 그 아이를. 저는 그의 눈 속에서 제가 알던 아들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오직, 공화국이라는 이름의 텅 비고 차가운 하늘만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것을. 지금 제 앞에 앉아 있는 것은, 그의 육체를 빌려 현현한, 무자비한 이념의 망령이라는 것을.』

『저는 거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소리치고, 발버둥 치고, 이웃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설사 제가 살아남는다 한들, 제 아들은 이미 죽었는데. 저 괴물과 한 지붕 아래서 어떻게 숨을 쉴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이것이 제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괴물을 낳았으니, 그 괴물의 손에 죽는 것이.』

그녀는 받아들였다. 쥘리에트의 마지막 시간은, 아들이 연출한 한 편의 끔찍한 연극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제게 가장 좋은 옷을 입으라고 했습니다. 순교자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이어야 한다면서. 그는 식탁 위에 하얀 천을 깔고, 촛불 두 개를 켰습니다. 마치 미사를 준비하는 사제처럼. 그리고 그는, 제 남편이 과일을 깎을 때 쓰던 작은 칼을 꺼내 제 앞에 놓았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그 칼을 쥐여주었습니다. 그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습니다. 그 손은 한때 제 젖가슴을 찾아 더듬던, 작고 부드러운 아기의 손이었습니다.』

그녀의 육체적 기억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선명했다.

『그의 손이 제 손을 감싸고, 칼끝을 제 심장 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저는 제 아들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는 울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은 맑고,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덕성스러운 행위를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가슴 위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쇠의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어머니. 곧 모든 것이 끝납니다. 당신의 이름은 영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 손을 잡은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칼날이 제 살을 뚫고, 늑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은, 고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기묘한 놀라움에 가까웠습니다. 아, 이렇게 뚫리는구나. 한때는 네 머리를 받치고, 네게 젖을 물리던 이 가슴이, 이렇게 쉽게 뚫리는구나. 뜨거운 피가 제 가슴에서 솟구쳐 나와, 그의 손과 제 손 위로 흘러내렸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숨을 헐떡이며,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뤼시앵… 나의 아가…”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위대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예술가처럼, 고요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쥘리에트의 영혼은 이제 거의 해체될 것처럼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부서진 형체 사이의 균열에서, 억눌렀던 모든 고통이 검은 연기처럼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뤼시앵은 제 시신을 의자에 똑바로 앉히고, 제 손에 공화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유서를 쥐여주었습니다. 물론 그 유서는 그가 미리 써놓은 것이었지요. 그는 이웃과 동지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위대한 순교를 했는지 눈물로 연설했습니다. 사람들은 감동했고, 그를 ‘새로운 브루투스’라 칭송했습니다. 국민 공회는 저를 ‘조국의 제단에 바쳐진 어머니’로 선포하고, 제 장례를 국장(國葬)으로 치러주었습니다. 제 이름은 정문(旌門)처럼, 모든 공화국 시민이 본받아야 할 덕성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사제여, 보십시오.』 그녀의 조각상 같던 형체가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온의 가면이 깨지고, 그 안에서 억겁의 세월 동안 갇혀 있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는 죽어서도 그놈의 인형입니다. 살아생전에는 그의 완벽한 어머니가 되어야 했고, 죽어서는 그의 완벽한 순교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제 죽음은, 제 고통은, 제 진실은, 그놈이 만든 거대한 거짓말 아래 생매장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무덤에 와서 꽃을 바치고 저의 ‘숭고한 희생’을 기립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그 무덤 속에서 제가 얼마나 소리치고 있는지. 이것은 순교가 아니라 살인이라고! 이것은 명예가 아니라 치욕이라고!』

쥘리에트의 영혼은 마침내 완전히 붕괴되어, 수천 개의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어머니를 부르는 아들의 이름과,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이 뒤섞인, 끔찍하고도 신성모독적인 메아리만이 남아 경당의 벽을 끝없이 맴돌았다. 앙투안은 구역질을 참으며 제단에 이마를 기댔다. 혁명은 신을 죽이고, 왕을 죽이고,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의 시작이자 근원인 어머니마저 제물로 삼아 스스로를 완성하려 하고 있었다. 이 밤의 끝은 어디인가. 이 지옥의 가장 깊은 바닥은, 아직도 저 아래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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