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의 영혼이 남긴, 모성 살해라는 궁극적인 신성모독의 잔해 위로, 경당의 침묵은 더 이상 내려앉을 곳이 없는 잿더미처럼 무겁게 쌓였다. 앙투안의 정신은 이제 고통이라는 이름의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도시와도 같았다. 그는 더 이상 개별적인 슬픔을 분별할 수 없었다. 모든 비극이 하나의 거대한 비명으로 융합되어, 그의 존재 전체를 끊임없이 진동시키고 있었다. 이 밤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지옥의 순례는, 인간 영혼의 모든 변주가 남김없이 연주되고, 그리하여 마침내 불협화음 속에서 어떤 기이한 조화가 탄생하거나, 혹은 모든 현이 끊어져 완전한 무음(無音)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운명이었다.
바로 그 절망의 극점에서, 여덟 번째 영혼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녀의 나타남은 이전의 그 어떤 존재와도 달랐다. 그녀는 고통의 현현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고통을 관조하는 자, 비극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배우처럼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먼저 들려온 것은 소리였다. 그것은 흐느낌도, 절규도, 탄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하프시코드의 먼지 쌓인 건반을 장난스럽게 두드리는 듯한, 가볍고도 퇴폐적인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를 따라,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성스러운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 극장의 무대를 비추는 수백 개의 촛불, 즉 풋라이트(footlight)의 인공적이고 현란한 빛이었다.
그 빛의 커튼이 서서히 걷히자, 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다른 영혼들처럼 슬픔이나 분노의 흔적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형체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대담할 정도로 관능적이었다. 몰리에르(Molière)의 연극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화려하게 부풀린 드레스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실크와 레이스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는 이의 감각을 현혹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파우더를 하얗게 칠한 얼굴, 과장되게 그린 눈썹, 그리고 앵두처럼 붉게 칠한 입술. 그녀의 모든 것은 연극적이었고, 계산된 것이었다. 그녀는 유령이 아니었다. 그녀는 유령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 즉 ‘삶은 연극’이라는 셰익스피어적 진실의 화신이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오직 깊고도 지친 냉소(cynicism)만이, 마치 무대화장의 마지막 덧칠처럼 짙게 배어 있었다. 그녀는 디오게네스(Diogenes)가 대낮에 등불을 들고 찾던 ‘정직한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그 등불을 비웃으며 어둠 속에서 인간의 모든 위선을 관찰해 온 현자처럼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앙투안의 정신에 흘러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극장의 맨 뒷좌석까지 들리도록 훈련된 배우의 그것처럼, 경당 전체를 명확하고도 도발적인 울림으로 채웠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사제 나리.』 그녀는 연극의 막을 올리듯 과장된 몸짓으로 절을 했다. 『이토록 침울하고 훌륭한 비극의 밤에, 저와 같은 경박한 희극 배우가 끼어들게 된 것을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모든 위대한 비극에는 막간(幕間)의 광대극이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관객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다음 막의 더 끔찍한 비극을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제 이름은 아드리엔(Adrienne). 한때는 파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리고 가장 경멸받는 여배우였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교활한 지혜와 체념적인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백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이었다.
『저 앞에 지나간 고결한 영혼들과는 달리, 저는 명예로운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저의 무대는 귀족의 살롱이 아니라, 파리의 뒷골목, 즉 진창과 욕설 속이었지요. 저의 아버지는 떠돌이 악사였고, 어머니는 그의 탬버린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관객 앞에서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배고픔을 감추기 위해 웃는 법, 슬픔을 감추기 위해 노래하는 법, 그리고 남자의 욕망을 돈으로 바꾸는 법을. 제게 삶이란 진실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을 연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혁명 이전의 파리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였다. 귀족, 성직자, 부르주아, 민중은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들이었고, 그녀는 그 모든 배우들의 가면 아래 숨겨진 맨얼굴을 엿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유일한 존재였다.
『제 몸은 저의 유일한 자산이자, 가장 정교한 무대 장치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반투명한 육체를, 마치 감정사가 희귀한 보석을 감정하듯 냉정하게 훑어보았다. 『저는 제 눈빛 하나로 남자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법을, 제 목소리 톤 하나로 그의 지갑을 열게 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저의 침대는 무대 뒤의 분장실과도 같았지요. 그곳에서 파리의 가장 힘 있는 남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가면을 벗어 던지고, 벌거벗은 욕망의 어린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묘사는 발자크(Honoré de Balzac)의 소설처럼, 사회의 모든 계층을 관통하는 인간 희극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제 고객 명단은 곧 당대 권력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월요일 밤에는 경건한 척하는 늙은 주교가 찾아와, 제 허벅지 사이에서 신의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의 육체에서는 향냄새와 노쇠의 냄새가 뒤섞여 났지요. 그는 제게 죄를 고백하며, 동시에 새로운 죄를 짓는 모순을 즐겼습니다. 화요일에는 급진적인 사상을 논하는 젊은 계몽주의 철학자가 찾아와, 루소의 고상한 연애론을 떠들며 제 코르셋 끈을 풀었습니다. 그는 인류의 해방을 부르짖었지만, 정작 제게서는 하룻밤의 속박을 원했지요. 수요일에는 국왕의 총신인 공작이 찾아와, 국정의 기밀을 털어놓으며 제게 다이아몬드 팔찌를 채워주었습니다. 그는 나라의 운명보다 제 가슴골의 깊이를 더 궁금해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무대 위에서는 서로 다른 역할을 연기했지만, 제 침대 위에서는 똑같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외롭고, 두렵고, 이기적인 남자 아이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녀에게 혁명은 이념의 전환이 아니라, 단지 무대의 배경과 배우들의 의상이 바뀌는 것에 불과했다.
『혁명이 왔을 때, 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이미 제 고객들의 입을 통해, 낡은 무대가 곧 무너져 내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게 혁명은 단지 캐스팅의 변화일 뿐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제 침대를 차지했던 공작은 단두대 위로 사라졌고, 오늘은 그를 단죄했던 혁명가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습니다. 의상만 바뀌었을 뿐, 연극의 내용은 똑같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권력을 탐했고, 똑같이 저를 원했습니다.』
그녀는 혁명 지도자들의 위선을, 막후에서 지켜본 관찰자의 시선으로 신랄하게 폭로했다.
『아, 저 위대한 혁명가들! 그들은 무대 위에서는 ‘덕성’과 ‘청렴’을 외쳤지만, 제 앞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곰 같은 당통은, 혁명 광장에서 군중을 선동하던 그 우렁찬 목소리로 제게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그는 ‘조국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외치면서, 정작 조국의 돈을 빼돌려 제게 진주 목걸이를 사주었지요. 뱀처럼 교활한 푸셰는, 어둠 속에서 저를 찾아와 반대파의 비밀을 캐내려 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공허함은 들여다보지 못했지요. 심지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악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저 ‘불멸의 존재’, 차가운 로베스피에르마저도, 한때 저를 멀리서, 아주 멀리서 훔쳐본 적이 있었답니다. 물론 그는 결코 제게 다가오지 못했지요. 그는 육체를 가진 여자를 두려워했으니까요. 그는 오직 ‘자유’나 ‘공화국’ 같은, 피와 살이 없는 추상적인 여신만을 사랑할 수 있는 불쌍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에, 인간을 다스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 즉 공포를 택했던 겁니다.』
그녀의 삶은 생존을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그녀는 모든 남자에게 몸을 허락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유일한 신념은, ‘믿는 것은 배신당한다’는 것이었다.
『저는 사랑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험하고 아름다운 거짓말이니까요. 저는 오직 거래만을 믿었습니다. 저의 아름다움과 그들의 돈, 혹은 권력. 그것은 깨끗하고 정직한 교환이었지요. 하지만… 단 한 번, 제 평생에 단 한 번, 저도 그 어리석은 거짓말을 믿어볼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냉소가 옅어지고, 그 자리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치명적인 슬픔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시인이었습니다. 이름도, 재산도 없는, 오직 꿈과 시어(詩語)만을 가진 가난한 청년이었지요. 그는 저를 원했지만, 제게 줄 돈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제게 시를 주었습니다. 그는 제 눈동자에서 은하수를 보았고, 제 목소리에서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들었으며, 제 몸의 곡선에서 그리스의 조각을 보았습니다. 다른 남자들이 제 육체를 탐할 때, 그는 제 영혼을 보려 했습니다. 그는 제게서 여배우 아드리엔이 아니라, 그저 한 여자, 사랑받고 싶어 하는 한 여자를 발견하려 했습니다.』
『저는 그를 비웃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렸습니다. 그의 서툰 손길이 제 몸에 닿았을 때, 저는 처음으로 제가 연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의 가난한 다락방에서, 제 화장을 지우고, 제 가발을 벗고, 벌거벗은 아드리엔이 되었습니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시를 들을 때, 저는 잠시, 아주 잠시 동안, 제가 구원받을 수도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저 진창 같은 삶에서 벗어나, 그의 시 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시대는 그들의 작은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인은 그의 이상주의 때문에 공안위원회의 눈에 띄었고, ‘미심쩍은 인물’로 낙인찍혔다.
『어느 날 밤, 그들이 그의 다락방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그의 서툰 시들을 찢어발기고, 그를 ‘인민의 적’이라며 끌고 갔습니다. 저는 침대 밑에 숨어,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끌려가면서도, 저를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저를 보았다면, 저 또한 함께 끌려갔을 테지요. 저는 그 순간,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와 함께 죽음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이 비겁한 삶을 계속할 것인가.』
『저는 숨을 죽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깃털처럼 가볍고, 서리처럼 차가웠다. 『저는 그가 계단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쥐 죽은 듯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다시 화장을 하고, 다른 남자의 침대로 갔습니다. 저는 생존을 택했습니다. 저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연극의 막을, 제 손으로 직접 내렸습니다.』
그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연줄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생존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 뒤, 다른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들과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저는 그의 처형을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는 그날 밤, 코메디 프랑세즈의 무대 위에서, 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저는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무대 위에서 가장 밝게 웃고 있는 저 여배우의 심장이, 속에서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제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저는 살아 있었지만,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 영혼을 그 다락방에, 그의 찢겨진 시들과 함께 버려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녀 자신의 죽음은 허무하고 갑작스러웠다. 그녀는 몇 달 뒤, 질투에 눈이 먼 옛 애인의 칼에 찔려 죽었다. 그것은 혁명과도, 정치와도 상관없는, 그저 흔해 빠진 치정 살인이었다.
『제가 죽어 이 어둠 속에 왔을 때, 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곳이야말로 제가 평생을 살아온 곳과 가장 닮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저보다 먼저 와 있던 고결한 영혼들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경당 안에 희미하게 떠 있는 다른 영혼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연민이 아니라, 심오한 이해와 냉소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이 연극의 마지막 독백을 시작했다.
『귀부인들이여, 왜 그리 서러워하십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관객을 향해 말하는 배우의 그것이 아니라, 동료 배우들에게 조언하는 늙은 연출가의 목소리 같았다.
『저 후작 부인, 당신은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한탄하지만, 그 영광이야말로 당신을 죽인 독배가 아니었습니까? 저 혁명가의 아내, 당신은 배신당한 이상에 분노하지만, 그 불타는 이상이야말로 당신 남편을 제단 위로 밀어 올린 무정한 신이 아니었습니까? 저 가련한 어린 신부, 당신은 짓밟힌 순수를 슬퍼하지만, 그 순수함이야말로 이 늑대들의 세계에서 당신을 무력하게 만든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었습니까?』
『저 명예를 위해 죽은 부인, 당신은 남편의 비겁함을 경멸하지만, 당신의 그 강철 같은 명예 또한, 당신의 아이들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간 또 다른 형태의 이기심은 아니었을까요? 저 신앙의 순교자, 당신은 신의 침묵 속에서 믿음을 발견했지만, 당신의 그 장엄한 죽음 또한, 살아남아 고통받는 이들의 비참함을 외면한 가장 완벽한 도피는 아니었을까요? 저 억울한 어머니, 당신은 아들의 광기를 저주하지만, 그 광기를 잉태한 것은 바로 당신의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각 영혼이 애써 지키려 했던 마지막 명분과 자기 연민의 막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당신들은 모두 아름다운 명분을 위해 죽었습니다. 역사, 이상, 순수, 명예, 신앙, 모성…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무엇입니까? 그것들은 모두 인간이 자신의 벌거벗은 실존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낸,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 의상에 불과합니다. 당신들은 모두 훌륭한 비극 배우들이었습니다. 당신들은 자신의 역할에 너무나 충실한 나머지, 그것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그녀는 앙투안을, 그리고 허공을 향해 말했다. 『저는 단 한 순간도 이것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명분을 위해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랑을 위해 죽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시시한 삼류 연극의 마지막 장면처럼, 어이없고 비참하게 퇴장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들처럼 울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거대한 부조리극이라는 것을 아는 자에게, 눈물은 사치일 뿐이니까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서 커튼콜을 받는 배우처럼, 깊고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자, 이제 막간극은 끝났습니다, 사제 나리. 곧 마지막 막이 오를 테지요. 부디, 이 밤의 마지막 비극까지 즐겨주시길. 어쩌면 그 끝에서, 당신은 이 모든 연극의 작가가 누구인지 알게 될지도 모르 모르니까요. 신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텅 빈 객석 그 자체인지.』
아드리엔의 형체는 풋라이트가 꺼지듯, 갑작스럽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희미한 잔향으로 남아, 경당의 벽과 기둥 사이를 떠돌았다. 그녀가 남긴 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 너머의,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심오한 허무주의였다. 앙투안은 완전히 길을 잃었다. 모든 가치와 의미가 해체된 이 텅 빈 무대 위에서, 그는 이제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이 밤의 끝에는 구원이 있을까, 아니면 아드리엔의 말처럼, 텅 빈 객석의 공허함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지막 영혼은, 그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