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2월, 런던의 시간은 석탄 연기와 가스등의 희미한 아우라 속에서 느리게 응고되고 있었다. 세인트 제임스 극장(St. James's Theatre)의 육중한 벨벳 커튼이 마침내 내려왔을 때, 객석을 메운 빅토리아 시대의 정수(精髓)들은 잠시의 정적, 그 신성모독과도 같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의 포효를 터뜨렸다. 공기는 인간의 환희가 빚어낸 뜨거운 입김과, 귀부인들의 드레스 자락에 스민 시벳(civet)과 앰버그리스(ambergris)의 농밀한 향기, 그리고 신사들의 시가에서 피어오른 푸른 연기의 아지랑이로 혼탁하게 데워져 있었다. 그날 밤, 런던은 한 남자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름은 오스카 핑걸 오플래허티 윌스 와일드. 스스로를 신화로 빚어낸 피그말리온이자, 언어의 연금술사였다.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의 초연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대관식이자, 시대정신에 대한 가장 우아한 정복 선언이었다. 잠시 후, 무대 감독의 간청에 못 이기는 척 커튼 앞으로 걸어 나온 와일드는, 그 자신이 창조한 희곡의 어떤 인물보다도 더 완벽하게 계산된 극적 효과를 연출하고 있었다.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거구는 흠잡을 데 없는 연미복으로 감싸여 있었으나, 그 육중함은 오히려 권태로운 사자의 위엄을 닮아 있었다. 상아로 만든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를 쥔 그의 손가락에는 거대한 스카라베 풍뎅이 모양의 반지가 기묘한 빛을 발했고, 단추 구멍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녹색 카네이션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아는 자들만이 해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전보(電報)이자, 금지된 정원을 거니는 자들의 은밀한 표식이었다.
그는 타오르는 가스등 불빛 아래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찬사의 파도를 관조했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으나,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시선은 객석의 모든 영혼을 꿰뚫고 해부하는 듯한 지성과 냉소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희극에 웃었지만, 정작 그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웃고 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첼로의 저음처럼 나른하고 풍성하게 극장 전체를 감쌌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가 운을 떼자, 소음은 마치 마법처럼 잦아들었다. "오늘 밤 여러분께서 이 연극을 얼마나 위대하게 성공시켜 주셨는지, 저 역시 여러분만큼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순간적인 정적. 이내 객석은 폭소와 환호로 다시 한번 들끓었다. 이 얼마나 완벽한 오만인가! 이 얼마나 눈부신 자기애인가! 그는 대중의 찬사를 구걸하는 대신, 그들의 찬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굽어보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그는 대중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대신, 그들이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이것이 그의 예술이었고, 그의 삶 자체였다.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삶에 투영했고, 재능만을 작품에 담았을 뿐이라고 공언했다. 오늘 밤, 그의 삶이라는 가장 위대한 작품은 절정의 막을 올리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사보이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열린 축하연은 런던의 밤을 더욱 깊은 타락의 아름다움으로 물들였다. 방 안은 샴페인 거품 터지는 소리와 수정 잔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의미 없는 담소들이 자아내는 백색소음으로 가득했다. 당대의 가장 저명한 배우들, 부와 혈통을 자랑하는 귀족들, 그리고 비평의 칼날을 휘두르는 언론인들이 벌 떼처럼 와일드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마치 페르시아의 군주처럼 그들의 아첨을 받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미리 준비된 경구(警句)처럼 완벽했고, 그가 내뱉는 역설들은 사람들의 무딘 상식을 날카롭게 후벼 팠다.
"진실이란 결코 순수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오." 그는 어느 젊은 소설가 지망생에게 권태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은 언제나 스타일의 문제일 뿐. 진지함이야말로 최후의 피난처를 찾지 못한 자들의 몫이지."
그의 주변에서, 로버트 로스, 모두가 '로비'라 부르는 젊은 저널리스트는 주인의 곁을 지키는 충실한 시종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와일드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렸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세상의 모든 비극을 예감한 듯한 우수로 그늘져 있었다. 캐나다 총리의 손자라는 고귀한 혈통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와일드라는 거대한 행성 주위를 맴도는 작은 위성으로 자처했다. 그는 와일드의 첫 번째 동성 연인이었고, 이제는 그의 가장 헌신적인 친구였다. 그는 와일드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깊이 숭배했지만, 동시에 그 천재성이 지닌 자기 파괴적인 힘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로비의 눈에 비친 와일드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거인이었다. 그는 저 추락의 순간을 예감하며,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불안과 황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와일드가 한참 동안 언어의 향연에 취해 있을 때,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라이오넬 존슨이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학자풍의 근심이 어려 있었다.
"오스카," 존슨이 속삭였다. "내 사촌을 자네에게 소개하고 싶네. 옥스퍼드에 다니는 젊은 친구인데, 자네의 시라면 자다가도 외울 정도로 열렬한 숭배자라네."
와일드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방의 반대편, 샴페인 잔을 들고 어색하게 서 있는 한 청년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와일드의 세계를 지탱하던 모든 법칙과 질서는 소리 없이 붕괴했다.
시간이 멈추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은 플라톤의 이데아계(界)에서나 존재할 법한 영원의 형태로 응축되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프락시텔레스(Praxiteles)가 깎아낸 대리석상이 헬리오스의 입김을 받아 생명을 얻은 듯한 존재였다. 신들이 사랑하여 요절시켰다는 히아킨토스의 환생이자, 나르키소스가 연못 속에서 마주하고 영원한 자기애의 저주에 빠졌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청년의 머리카락은 마치 아폴론의 리라 현을 녹여 만든 금실처럼 빛났고, 이마는 파르테논 신전의 박공처럼 맑고 고귀했다. 그의 눈은 지중해의 어느 이름 모를 만(灣)의 물빛을 닮은 푸른색이었는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르름 속에는 천사의 순수와 타락한 케루빔의 오만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장미 석영을 깎아 만든 듯한 입술은 경멸과 애원을 동시에 속삭이는 듯 살짝 벌어져 있었고, 그 섬세한 곡선은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존재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이었고,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영혼에 신성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와일드는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울리고 있었고, 목구멍은 사막처럼 말라붙었다. 그는 방을 가로질러 청년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운명의 제단을 향해 나아가는 희생 제물의 그것처럼 장엄하고 불가피했다. 주변의 소음은 멀어지고, 오직 두 사람의 존재만이 거대한 진공 속에서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내가 바로 앨프리드 더글러스입니다."
청년이 자신을 소개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잘 익은 복숭아의 과육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보시(Bosie)'. 그의 가족들이 부르는 애칭은 그의 앳된 외모와 기막히게 어울렸다. 와일드는 그의 내민 손을 잡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 섬세하지만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악력. 그 손끝에서 전해져 오는 미세한 전류가 와일드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 그의 뇌 속에서 섬광처럼 터졌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접촉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개의 고독한 영혼이 서로의 심연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고, 하나의 비극이 잉태되는 수태고지(受胎告知)였다.
"나는 그대의 시, <스핑크스>를 사랑합니다." 보시가 말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와일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반짝였다. 그 시선은 순수한 숭배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를 시험하고 도발하는 듯한 교활함이 숨어 있었다. "당신은 사랑이 붉은 장미의 심장에서 태어난다고 썼지요. 하지만 저는 사랑이 때로는 독이 든 잔에서 피어난다고 믿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독주(毒酒)처럼 말입니다."
와일드는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예전처럼 여유롭고 자신만만하지 않았다. 그 속에는 미세한 떨림,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불안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 어린 소년이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 소년은 그의 예술뿐만 아니라,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가장 어두운 욕망까지도 알고 있었다. 보시는 와일드가 평생 동안 찾아 헤맨, 그러나 결코 만나서는 안 되었을 완벽한 청중이자, 그의 파멸을 연주할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렇다면, 젊은 시인," 와일드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짐짓 무게를 잡고 있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대는 그 독주를 마실 용기가 있는가? 그 잔에는 세상의 모든 쾌락과 함께, 세상의 모든 고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데."
보시의 입가에 뱀처럼 매혹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통 없는 쾌락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마치 죄의식 없는 신앙처럼 공허할 뿐이지요. 저는 당신이라는 가장 위험한 종교에 기꺼이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순간, 와일드는 알았다. 이것이 바로 '죄'의 시작임을.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그는 감히 별을 보았다. 감히 신의 영역에 속한 완벽한 아름다움을 탐했다. 그리고 그 별은, 그의 남은 생애를 불태울 지옥의 불꽃이 될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극을 예감했고, 그 비극의 장엄함에 전율했다. 프랭크 해리스가 훗날 그의 인생을 평했듯, 그는 한 편의 그리스 비극이었고, 그 자신이 그리스 비극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오이디푸스, 자신의 프로메테우스가 될 운명의 상대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날 밤 늦게, 모두가 떠난 텅 빈 스위트룸에서 와일드는 혼자 창가에 서서 런던의 밤을 내려다보았다. 템스 강 위로 희미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강물에 빠진 별들의 시체처럼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보시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종류의 갈증으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정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지적인 갈망이자, 자신의 창조물을 향한 예술가의 소유욕이었으며, 자신의 파멸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의 맹목적인 본능이었다.
멀리서, 그의 집이 있는 첼시의 타이트 가(Tite Street)에서는 아내 콘스턴스와 두 아들, 시릴과 비비안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 그가 '예술적인 삶'을 위해 꾸며놓은 아름다운 집, 그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세계. 그러나 그 세계는 이제 너무나 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이미 금단의 강을 건넜고, 루비콘의 저편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광의 개선이 아니라 추악한 스캔들과 감옥의 돌바닥뿐일지도 몰랐다.
그는 와인 잔을 들어 마지막 남은 샴페인을 마셨다. 차가운 액체가 그의 목을 타고 흐르며, 잠시나마 타오르는 갈증을 식혀주었다. 창백한 새벽빛이 창문을 물들일 때, 그는 펜을 들어 하얀 종이 위에 시의 첫 구절을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보시에게 바치는 소네트였다. 그의 천재성이 빚어낸 마지막 순수한 광채이자, 그의 영혼이 악마에게 서명한 계약서의 첫 문장이었다.
'아폴론이 미치도록 사랑했던 히아킨토스가 바로 그리스 시대의 당신이었음을 난 알고 있소...'
그는 자신의 가면이 진실보다 더 진실되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오늘 밤, 그는 자신의 가장 깊은 진실이 그 어떤 가면으로도 가릴 수 없는 치명적인 욕망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진실은, 그를 별을 향해 날아오르게 한 뒤, 가장 깊은 시궁창으로 추락시킬 터였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아간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일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던 그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설령 그 삶의 끝이 죽음보다 더한 비극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