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발화(發火)였고, 이후의 모든 시간은 그 불꽃을 연료로 삼아 타오르는 연소(燃燒)의 과정이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삶이라는 잘 짜인 태피스트리(tapestry)는 앨프리드 더글러스라는 이름의 금실이 섞여들자마자, 그 눈부신 이질감으로 인해 기존의 모든 무늬를 해체하고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도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계는 런던의 안개 낀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아편 연기처럼, 처음에는 황홀한 이완을, 다음에는 지독한 중독을, 그리고 마침내는 영혼을 잠식하는 환각을 불러왔다.
에덴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주관적 인식의 영역에서 구축되는 심리적 영토였다. 와일드에게 그 에덴은 카페 로열(Café Royal)의 금박과 붉은 벨벳으로 장식된 실내였고, 윌리스 레스토랑(Willis's Rooms)의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는 인공의 별빛이었으며, 사보이 호텔 스위트룸의 침대보 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었다. 그 모든 풍경의 중심에는, 마치 다윗 상이 피렌체의 중심을 차지하듯, 보시가 존재했다. 그는 그 공간의 미학적 정당성이자 살아있는 존재 이유였다. 보시가 없는 풍경은 아무리 화려해도 박제된 나비처럼 생명이 없는 장식에 불과했다.
세상은 그들 두 사람을 위한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그들이 함께 극장에 나타나면,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가장 흥미로운 연극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와일드는 육중한 몸을 과시하며 권태로운 표정으로 사람들의 인사를 받았고, 그의 곁에 선 보시는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젊은 표범처럼 도도하고 날렵한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질투와 경멸, 그리고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뒤섞인 복잡한 합금(合金)이었다. 그들은 와일드의 지성에 경의를 표하는 척하면서, 그의 곁에 선 소년의 아름다움이 어떤 종류의 거래로 획득된 것인지를 가늠질했고, 그들의 관계에 내재된 불온한 가능성을 상상하며 은밀한 전율을 느꼈다.
와일드는 그 시선들을 즐겼다. 그는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을 경멸했고, 그들의 도덕률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자기기만적인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폭로하는 것을 최고의 지적 유희로 삼았다. 보시와의 동행은 그 자체로 빅토리아 시대의 엄숙주의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도전장이자, 살아있는 경구(警句)였다. 그는 세상에 이렇게 선포하는 듯했다. '보라, 이것이 아름다움이다. 너희가 감히 죄악이라 부르는 것 속에 이토록 완벽한 신성(神性)이 깃들어 있다. 너희의 도덕은 추하고, 나의 타락은 아름답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아슬아슬한 지적 곡예였다. 와일드가 쏘아 올린 역설의 화살을 보시는 경쾌하게 받아넘기거나, 때로는 더욱 날카로운 독설로 되받아쳤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네, 보시." 어느 날 오후, 템스 강변을 거닐며 와일드가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고야 마는 것."
보시는 잠시 멈추어 서서, 강물 위를 떠가는 석탄 운반선의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비극도 있겠군요, 오스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타인이 원하는 것을 욕망하며 일생을 보내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요. 그건 비극이라기보다는 희극에 가깝지만."
와일드는 보시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이 소년은 단순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그의 정신은 날카롭게 벼려진 다마스쿠스 검처럼, 와일드의 지성을 위협하고 자극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와일드의 에코(Echo)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나르키소스가 되고자 했다. 와일드는 그 오만함에 더욱 깊이 매료되었다. 그는 자신의 복제물을 원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혹은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상대를 갈망해왔기 때문이다.
낙원의 유혹은 언제나 선악과(善惡果)의 형태로 나타나는 법이다. 그들에게 있어 선악과는 지식의 열매가 아니라, 육체의 언어로 쓰인 금단의 시(詩)였다. 그 시의 첫 장이 펼쳐진 곳은 앨버말 가(Albemarle Street)에 위치한 와일드의 작업실 겸 밀회 장소였다. 그곳은 외부 세계의 도덕적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유미주의의 신성한 지성소(至聖所)였다. 벽에는 휘슬러와 로세티의 판화가 걸려 있었고, 공기 중에는 백합의 퇴폐적인 향기와 모로코산 가죽 장정에서 풍기는 묵직한 냄새, 그리고 향불의 신비로운 연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플라톤의 <향연>을 그리스어 원전으로 읽고 있었다.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를 유혹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보시는 책을 덮고 와일드를 바라보았다. 가스등의 부드러운 불빛이 그의 금발을 후광처럼 물들이고 있었고, 그의 푸른 눈동자는 소년의 장난기와 고대의 신탁을 전하는 무녀의 진지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의 육체적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지혜의 아름다움을 탐했지요." 보시가 속삭였다. "하지만 오스카, 만약 그 육체 자체가 지혜이고, 그 아름다움 자체가 진리라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신이 자신의 가장 완벽한 생각을 물질로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살과 뼈라면?"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초대였다. 와일드는 숨을 삼켰다. 그의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는 평생 동안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살아있는 예술, 그 어떤 조각이나 그림보다도 완벽한 형태의 미(美)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관조하는 비평가일 수 없었다. 그는 그 예술에 참여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만 했다.
와일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시에게 다가갔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소년을 뒤덮었다. 그는 보시의 뺨에 손을 얹었다. 파리안(Parian) 대리석처럼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소년의 붉은 입술의 윤곽을 천천히 더듬었다. 그것은 마치 미지의 지도를 탐사하는 고고학자의 손길처럼 신중하고 경건했다. 보시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 깊은 눈으로 와일드의 영혼을 꿰뚫어 보며, 그의 모든 행동을 허락하고 또 명령하고 있었다.
와일드는 허리를 숙여 보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첫 입맞춤은 와인이나 꿀처럼 달콤하지 않았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대기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된 위험한 정적이었다. 그러다 이내, 억눌렸던 모든 욕망이 둑을 무너뜨린 강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들의 입술은 격렬하게 서로를 탐했고, 혀는 얽혀들어 가장 원초적인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은 소유에 대한 갈망과 복종에 대한 열망이 뒤섞인, 힘과 아름다움의 처절한 투쟁이었다.
와일드의 손은 보시의 벨벳 조끼 단추를 풀고, 섬세한 셔츠 아래 감춰진 소년의 몸을 더듬었다.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것은 부드럽고 연약한 살결이 아니었다. 그것은 팽팽하게 긴장된 근육의 다발과, 갈비뼈의 완만한 곡선, 그리고 격렬하게 뛰는 심장의 고동이었다. 와일드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 경이와 무지 속에서 그 육체의 지형을 탐험했다. 그는 보시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갓 깎은 풀의 냄새와, 땀의 짭짤함, 그리고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젊음이라는 이름의 신성한 페로몬이 뒤섞인 향기였다. 그 향기는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의 피를 데웠다.
그들은 소파 위로, 그리고 바닥의 두꺼운 페르시안 카펫 위로 뒤엉켜 굴렀다. 옷가지들이 하나씩 벗겨져 나갈 때마다,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적인 문명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가는 듯했다. 마침내, 가스등 불빛 아래 드러난 보시의 나신(裸身)은 와일드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라라(Carrara) 채석장에서 막 캐내어 거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장 순수한 대리석 덩어리였고, 연금술사가 마침내 발견한 현자의 돌이었으며, 모든 시인들이 꿈꿔왔으나 결코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완벽한 운율이었다.
가슴팍은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해 밋밋했지만, 그 아래로 이어지는 복부의 선은 페이디아스(Phidias)의 끌이 빚어낸 듯한 신성한 기하학을 보여주었다. 두 다리 사이, 부드러운 음모(陰毛)의 숲 속에 수줍게 자리 잡은 그의 성기(性器)는 아직 잠들어 있었으나, 그 모습은 마치 잠든 에로스(Eros)처럼, 깨어났을 때 세상을 혼돈에 빠뜨릴 힘을 예고하고 있었다.
와일드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숭배의 자세였다. 그는 경건하게 소년의 발에 입을 맞추고, 점차 위로 올라오며 그의 몸 구석구석을 자신의 혀와 입술로 탐했다. 발목의 가느다란 뼈, 종아리의 매끈한 근육, 무릎 뒤의 부드러운 살, 그리고 허벅지 안쪽의 예민한 지점들. 그의 애무가 닿을 때마다 보시는 가볍게 몸을 떨었고, 그의 입에서는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마침내, 와일드의 입술이 잠든 에로스에 닿았을 때, 보시는 와일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소년의 성기가 와일드의 입 안에서 서서히 생명을 얻고 단단해지는 감각은, 와일드에게 이전까지의 모든 지적, 예술적 성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원초적인 권능을 느끼게 했다. 그는 신의 창조 행위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숨결과 타액으로 잠든 신을 깨우고 있었다. 보시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격렬한 신음과 함께, 와일드는 소금기 있는 불멸의 액체를 맛보았다. 그것은 성수(聖水)이자 독배였다. 구원이자 저주였다.
이제 역할이 바뀌었다. 보시는 뱀처럼 교활하고 유연한 몸짓으로 와일드의 육중한 몸 위로 올라탔다. 그는 와일드의 옷을 벗기는 대신, 그의 마음을 먼저 해체했다. 그는 와일드의 귓가에, 그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의 천재성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리고 자신이 그 위대함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와일드의 모든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와일드는 거대한 떡갈나무가 쓰러지듯, 보시의 의지 앞에 완전히 자신을 내맡겼다. 보시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몸을 탐험할 때, 와일드는 수치심과 함께 기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육체를, 지성을 담는 거추장스러운 그릇 정도로 여겨왔다. 그러나 보시는 그 그릇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쾌락이라는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고 있었다.
보시는 와일드의 몸을 뒤로 돌리게 했다. 그리고 준비된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여, 금지된 문을 향한 길을 열었다. 와일드에게 그 순간의 감각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나 쾌락을 넘어선, 실존적인 충격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침투하고, 정복하고, 소유하는 주체로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받아들이고, 자신을 열고, 소유당하는 객체가 되고 있었다. 그 굴욕적인 행위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완전한 자아의 해체를 경험했다. 그는 더 이상 '오스카 와일드'라는 이름의 사회적 구성물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쾌락을 갈구하고 고통에 반응하는 순수한 감각의 다발일 뿐이었다.
보시가 그의 안으로 들어왔을 때, 와일드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고통의 비명이자 황홀의 비명이었다. 그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보시의 몸짓은 파괴이자 창조였다. 그것은 그의 견고한 자아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종류의 감각적 질서를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성교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영혼을 교환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침범하며,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신성과 죄악의 경계를 허무는 그노시스주의(Gnosticism)적인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절정의 순간, 와일드는 자신의 등 뒤에서 터져 나오는 보시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 안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액체의 감각을 느끼며, 마침내 완전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 소년에게 정복당했다. 그의 육체와 영혼, 그의 예술과 삶, 그의 과거와 미래 모두가 이제 이 소년의 소유가 되었다.
의식이 끝나고, 그들은 카펫 위에서 서로의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뒤엉켜 누워 있었다. 와일드는 자신의 팔에 머리를 베고 잠든 보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격정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 얼굴에는 천사와 같은 평온함만이 남아 있었다. 와일드는 그 얼굴을 보며, 주인을 위해 기꺼이 지옥으로 떨어진 루시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낙원의 뱀은 단지 쾌락의 유혹만을 속삭이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대가를 요구한다. 보시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와일드의 삶은 점차 그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보시는 사랑스러운 천사였다가, 다음 순간에는 변덕스럽고 잔인한 폭군으로 돌변했다. 그의 기분은 지중해의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했고, 그의 욕망은 밑 빠진 독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와일드에게 끊임없이 물질적인 증거를 요구했다. 본드 가(Bond Street)의 최고급 양복, 희귀한 보석이 박힌 담배 케이스, 그리고 하룻밤 유흥비로 평범한 노동자의 1년 치 연봉을 날려버리는 사치스러운 저녁 식사. 와일드는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당했다. 아름다운 것에는 돈이 드는 법이며, 보시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은 그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의 헌사를 증명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혹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보시의 유혹은 굴복할수록 더욱 거대해지는 히드라의 머리와 같았다.
한번은 그들이 한 호텔에서 다투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보시가 광기에 가까운 히스테리를 부리며 방 안의 기물을 닥치는 대로 부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값비싼 도자기와 크리스털이 박살 나는 소리를 들으며, 와일드는 공포와 함께 기묘한 매혹을 느꼈다. 보시의 분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격렬하고 파괴적인 예술처럼 보였다. 다음 날 아침, 와일드는 호텔 측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보시에게 화해의 선물로 다이아몬드 핀을 사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가 바로 로버트 로스였다. 그는 와일드의 가장 깊은 비밀을 공유하는 유일한 친구였지만, 그 때문에 더욱 깊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어느 날 저녁, 로스는 타이트 가에 있는 와일드의 서재로 찾아왔다. 서재는 와일드의 지성이 깃든 성역이었지만, 이제 그곳에도 보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오스카," 로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더글러스 경에 대한 소문이 클럽가를 떠돌고 있네. 자네의 평판뿐만 아니라, 자네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오네. 자네의 작품 활동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
와일드는 책상에 앉아 깃펜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로비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평판이란 게으른 자들이 만들어낸 우상일 뿐이네, 로비. 그리고 돈이란 경험을 사기 위한 천박한 수단에 불과하지. 나는 지금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시(詩)를 쓰고 있다네. 그 시를 쓰는 데에는 잉크 대신 금화가 필요할 뿐."
"그 시의 끝이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로비가 간절하게 물었다. "자네에게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네. 자네를 사랑하고, 자네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말일세."
그 순간, 와일드는 펜을 놓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미소가 없었다. 대신, 깊이를 알 수 없는 피로와 어떤 종류의 결연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로비," 그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위험을 감수하는 법이라네. 그것은 안전한 해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 폭풍과 맞서는 것이지. 나는 지금 내 삶의 가장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고 있네. 이 폭풍 속에서 난파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항해를 했네. 자네처럼, 그리고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항구에 묶인 채 썩어가지는 않을 걸세."
로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와일드의 눈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향해 기꺼이 걸어 들어가는 순교자의 광채를 보았다. 그는 알았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미 에덴에서 추방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뱀을 받아들였고, 그 뱀과 함께 자신만의 새로운 낙원, 혹은 지옥을 창조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선과 악이 아니라, 오직 아름다움과 추함만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앨프리드 더글러스는 신(神)이었다. 로스는 무거운 마음으로 서재를 나왔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두 아들의 웃음소리가,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찔렀다. 뱀의 속삭임은 이미 에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