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사이 어느 찬바람 부는 날에...
이제는 기차가 들지 않는 80여년의 세월을 담은 시골 간이역. 구둔역. 1940년에 중앙선 보통역으로 문을 열어 72년간 수많은 사연을 품었다가 2012년에 기차가 서지않는 폐역이 된 곳입니다.
새로운 역에 자신의 역할을 넘겨주고 이제는 폐역으로 연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정취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일찌기 2006년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담고 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행정구역상 양평군에 속하나 자전거를 타고가는 경우 경강선 여주역에서 금당천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길을 추천합니다.
구둔역의 역사는 지금 까페가 되어 커피와 추억의 도시락등을 제공합니다.(아래 사진은 귀촌하여 구둔역을 지키고 있는 김영환님의 작품입니다)
여름과 가을에 계절마다 각자 자기만의 다채로운 꽃과 풀 그리고 마을길로 채워가는 멋진 길입니다. . 그 길을 소개합니다.
초겨울에 찾았습니다. . 입동을 지나 가장 추운 날.. 그러나 오랜만에 코에 찬바람 들어가니 참으로 시원하고 좋습니다. 게다가 오랜 친구와 함께 하는 길입니다. 친구에게 함께 가는 구둔역 가는 길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하늘은 청명하였고 들판은 자기 할 일을 다 마치고 묵묵히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배경으로 한 누군가의 뒷모습을 본다는 것. 늦가을의 자욱이 가슴에 남습니다.
처음 와보는 동네어귀에서 텀블러에 담아온 뜨거운 커피와 함께 갖는 휴식.. 이 순간만큼은 이보다 더한 선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집이라면 어쩌면 이불속에서 주말 아침의 여유를 느끼고 있을 이른 시간에 이런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묘한 느낌을 가져옵니다.
구둔역을 끼고 있는 지평면 마을 어귀입니다. 이 정자에서 지난 여름 만난 동네 할머님이 기억납니다. 급히 할 일이 있어 이곳에서 노트북을 꺼내 작업을 하고 있는데 뭐하느냐 묻지도 않으신 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계셨던 할머님.. ^^ 이곳 저곳 작은 기억의 조각들이 배어져 나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언덕을 오르면 구둔역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아름다운 노란 단풍으로 치장했던 역앞 가을이 어느새 겨울색을 입고 있습니다.
구둔역을 지키는 알래스카 말라무트종 '몽구'. 알라스카에서 썰매를 끌던 녀석... 왜이리 반겨주는지 남들이 보면 헤어졌던 주인장 만났나 했을겁니다. ^^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힘도 엄청납니다. 다음에 다시 알아볼지..
구둔역사 내부는 작은 까페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정겹게 맞아주는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난로를 사이에 두고 나누다보니 마치 오랜 단골집을 찾은듯 합니다.
폐역이 되기 1년전에 찍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바로 그 유명한 장면의 실제 장소입니다. 저 곳에 앉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창밖 철로를 바라볼 때의 기분을 잠시 상상해봅니다.
그외 여러 구둔역 풍경들을 담아보았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커다란 개, 몽구(꿈꾸는 개 라는 뜻의 이름이라 합니다)와 함께 제게 다가온 하얀 고양이.. 이 녀석도 왜이리 친근하게 굴던지.. 저를 따라 다닙니다. 사진 찍으면 저렇게 포즈도 잡아주고.. ㅎㅎㅎ
역사내 까페에서 추억의 도시락에 길다란 떡볶이도 먹었습니다. 좋은데요?
구둔역의 명물.. 소원나무.. 이곳에 염원을 적어 달아놓으면 소원이 꼭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달아놓았습니다. 언젠가 그 소원의 주인공이 이곳을 찾아 저 수많은 소망속에 자신의 것을 찾게되는 기적을 상상해보면서..
늦가을 어느 주말 아침.. 친구와 함께한 구둔역 여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