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의 노래

by 남모



저 투박한 칼로 잘라주는 살점들을

사장님 사모님 닮은 분들이

교양있게 한 입씩 물고 오물거리며

세상의 머저리들을 힐끗거릴 때


우리는 하필 땟물 흥건한 작업복으로

순댓국을 파는 허름한 시장골목 그 집에서

서비스로 잘라 준 머리 고기 몇 점에

이모님 최고라고 하트를 그리며

머저리 같은 표정으로 연신 웃었다


옆 손님 못마땅한 눈치에 자꾸 눈치가 보이고

몇 달 만에 받은 월급도 주눅 드는 저녁

이모님은 둔박한 식칼로

잘린 고기를 몇 번이나 쾅쾅 내리치며

예쁘지도 않은 얼굴로 찡긋 윙크를 한다


저 칼날은 사랑뿐이라 제비새끼 밥 먹이듯

골고루 푸짐히 잘라주고 있는데

지폐 만세의 건달 같은 세상에서

있는 분들은 먹은 힘으로 삿대질을 하고

우린 씹던 힘으로 힘껏 생을 조인다


식칼은 왜 그리 넓고 아찔한가

무심히 날을 세워 불편한 것들을

한 칼씩 스윽 베어 내려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