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희망

by 남모



행복은 바라지도 않아요

남루한 상처야 평생 가렵다지만

울 일만 없어도 얼마나 좋을까요

어깨를 부딪히던 혼선들 열차표를 끊어 떠나고

후련한 배웅도 마치고 나면

찬장을 뒤져 부적 같은 누룽지를 꺼내요

혼자서 끓이고 퍼먹는 끼니의 배후는

입안 가득 빈혈을 견디게 했어요

딱딱한 것들이 복수처럼 끓어오르다

끝내 용서인 듯 뿌옇게 터져가면

낡은 하루의 흔적도 끝내 뜨거웠으므로

김치 같은 맨살로 익어갈 테지요

뜨거워도 후룩 밥알까지 삼켰노라고

매운 가슴 나직이 들썩인 것도 같으니

저녁마다 한숨일 필요는 없군요

억새는 저 혼자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우리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