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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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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Sep 20. 2024

우포늪에서



비 내리는 우포늪을 걸었네

어제 도착한 엽서 한 장 때문에

누구의 마음에 누를 끼쳤나 해서

늙은 어부가 주름진 장대를 밀어가면

개구리밥 기꺼이 물길을 내고

따오기도 끄덕끄덕 순리대로 사는 곳

이 생의 끝에 정녕 거지같이 아무것도 없다면

바다의 끝에도 영영 낭떠러지만 있으리

람사르 습지라는 아름다운 헛것

삼신할미 같은 물색이 흠뻑 수태를 하고

가시연꽃 자라풀꽃 줄줄이 낳아

숨어있던 물고기도 잔등을 보여 헤엄치는데

뜨내기는 하소연 하나 들고 왔다가

자꾸 눌러앉고만 싶어져

흉허물 가리지 않는 피붙이처럼

진흙 속으로 못난 발을 담그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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