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하는 비문을 들어라
한 입 베어 문 것이 하필이면
고집쟁이 주정뱅이 말미잘 같은 생
서울살이 지하셋방 치를 떨던 장모는
죽어도 땅 밑이 싫어 땅 속이 싫어
안동포 삼베 한 벌 담배 한 갑 가지고
고향 바닷가 비린 돌섬 꼭대기에 누웠다
명년엔 해국이 얌전하게 피고 질
하루에도 몇 차례 똑딱선이 오고 갈
잘 드시던 찹쌀떡 여기 없지만
등짐 같던 자식도 찬밥도 없으니
노인의 독거가 다 쓸쓸한 것만은 아니다
바람이 분다 돌섬이 물든다
가벼운 육신 미역인 듯 검붉게 웃고
이제 산 자의 갈비뼈 사이마다
생살 같은 희원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