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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Sep 24. 2024

풍장(風葬)



바람이 전하는 비문을 들어라

한 입 베어 문 것이 하필이면

고집쟁이 주정뱅이 말미잘 같은 생

서울살이 지하셋방 치를 떨던 장모는

죽어도 땅 밑이 싫어 땅 속이 싫어

안동포 삼베 한 벌 담배 한 갑 가지고

고향 바닷가 비린 돌섬 꼭대기에 누웠다

명년엔 해국이 얌전하게 피고 질

하루에도 몇 차례 똑딱선이 오고 갈

잘 드시던 찹쌀떡 여기 없지만

등짐 같던 자식도 찬밥도 없으니

노인의 독거가 다 쓸쓸한 것만은 아니다

바람이 분다 돌섬이 물든다

가벼운 육신 미역인 듯 검붉게 웃고

이제 산 자의 갈비뼈 사이마다

생살 같은 희원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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