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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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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Oct 06. 2024

비가(悲歌)



가을에는 조금만 용서받고 싶어집니다

잘난 시 나부랭이로는

늙은 아비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를 사하노니 이제 일어나 걸으라는 말

걱걱 목에 가시라도 박힌 듯 차마 못하고

고작 용한 의원을 전전했지요


그것뿐이겠습니까

손님 애인 다 내쫓아 버린 욕심의 자취방에선

또 얼마나 나도 몰래 나만 모르게

차가운 시위들 힘껏 당겼을까요

마침내 원망의 눈빛 꼬나보며 사라져 간

그대, 그대, 그리고 또 그대

초승달 시퍼런 밤 꿈에 찾아올까요


가을엔 한숨도 후회가 됩니다

삶은 또 온통 미안했습니다

나의 폐가에서 깨진 기왓장처럼 떨어져 내려

찢기고 부러진 신음 싸매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내빼던 걸음들

숱한 욕심과 그대 이름과 아버지와 나


텅 빈 몰골의 북어대가리 하나 향을 삼아

밤새 울면 후련할까요

엄살로는 해탈이야 택도 없다지만

억지라도 용서하며 살면 안 되겠습니까

주먹밥 한 덩이에도 속은 있는 법

어떤 생애 하나 송두리째 안아볼 수 있다면

그런 건 정말 아무래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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