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조금만 용서받고 싶어집니다
잘난 시 나부랭이로는
늙은 아비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를 사하노니 이제 일어나 걸으라는 말
걱걱 목에 가시라도 박힌 듯 차마 못하고
고작 용한 의원을 전전했지요
그것뿐이겠습니까
손님 애인 다 내쫓아 버린 욕심의 자취방에선
또 얼마나 나도 몰래 나만 모르게
차가운 시위들 힘껏 당겼을까요
마침내 원망의 눈빛 꼬나보며 사라져 간
그대, 그대, 그리고 또 그대
초승달 시퍼런 밤 꿈에 찾아올까요
가을엔 한숨도 후회가 됩니다
삶은 또 온통 미안했습니다
나의 폐가에서 깨진 기왓장처럼 떨어져 내려
찢기고 부러진 신음 싸매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내빼던 걸음들
숱한 욕심과 그대 이름과 아버지와 나
텅 빈 몰골의 북어대가리 하나 향을 삼아
밤새 울면 후련할까요
엄살로는 해탈이야 택도 없다지만
억지라도 용서하며 살면 안 되겠습니까
주먹밥 한 덩이에도 속은 있는 법
어떤 생애 하나 송두리째 안아볼 수 있다면
그런 건 정말 아무래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