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시

개심사에서

by 남모



춘설차 짙고 다향 더운데

욕심의 코뚜레 못내 부끄러워

무릎을 고쳐 꿇어앉았네

잠시 주름 깊은 여승의 행자가 되어

밀교의 수행인 듯 천 번의 손길

누추한 생각들 열기에 덖이고

멍석 위 좌선처럼 잡념이 부벼지면

천년 전 어느 도공의 간절한 꿈이

작은 혼령으로 찻잔 속에 깃드는 시간


저 멀리 손짓하는 산발한 그대여

여기서 무릎 포개 배웅하려니

그대를 연명하던 업은 마침내 종결되리

절간 같은 절간에 세 들어 살면서

철 따라 꽃 피고 잎 지던 사연

개복숭아 청벚꽃 너머로 그저 난분분하니

반나절 매 맞은 듯 시원해지네

두 손 받든 찻잔마저 오도독 깨물어

날강도 같던 세월을 헤아리게 되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