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차 짙고 다향 더운데
욕심의 코뚜레 못내 부끄러워
무릎을 고쳐 꿇어앉았네
잠시 주름 깊은 여승의 행자가 되어
밀교의 수행인 듯 천 번의 손길
누추한 생각들 열기에 덖이고
멍석 위 좌선처럼 잡념이 부벼지면
천년 전 어느 도공의 간절한 꿈이
작은 혼령으로 찻잔 속에 깃드는 시간
저 멀리 손짓하는 산발한 그대여
여기서 무릎 포개 배웅하려니
그대를 연명하던 업은 마침내 종결되리
절간 같은 절간에 세 들어 살면서
철 따라 꽃 피고 잎 지던 사연
개복숭아 청벚꽃 너머로 그저 난분분하니
반나절 매 맞은 듯 시원해지네
두 손 받든 찻잔마저 오도독 깨물어
날강도 같던 세월을 헤아리게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