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인사동 주막 골방에 앉아
시네 문학이네 핏대를 올리다가
뜬금없는 엄마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
등골이 시려 하루 건너 한 번 울던 여자
종일 남의 집 일을 하고
돼지고기 한 덩이 받아 온 날엔
자식들 먹일 생각에 할머니 강짜에도
술 취한 아버지 타박에도 혼자 웃었다
도대체 왜 참고 살아요
어머니처럼 살지 말아야지
등신처럼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늙고 병든 몸 입원하던 날에도
마른 볏짚 같은 손 놓지 않고서
너희는 어디 아픈데 없지 묻고 또 묻다
스르렁 맥없이 잠든 밤
내가 잘나 이만큼 살만하고
또 청춘은 그렇게 뜨거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시를 넣어 고깃국 한 번 끓여 드리지 못하고
잘나신 나는 헛꿈만 꾸었으니
나는 정녕 한 번도
어머니처럼은 살아보지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