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모 Oct 10. 2024

어머니처럼



어느날 인사동 주막 골방에 앉아

시네 문학이네 핏대를 올리다가

뜬금없는 엄마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 

등골이 시려 하루 건너 번 울던 여자

종일 남의 집 일을 하고

돼지고기 한 덩이 받아 온 날엔 

자식들 먹일 생각에 할머니 강짜에도

술 취한 아버지 타박에도 혼자 웃었다


도대체 왜 참고 살아요

어머니처럼 살지 말아야지

등신처럼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늙고 병든 몸 입원하던 날에도

마른 볏짚 같은 손 놓지 않고서

너희는 어디 아픈데 없지 묻고 또 묻다 

르렁 맥없이 잠든 밤 


내가 잘나 이만큼 살만하고

또 청춘은 그렇게 뜨거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시를 넣어 고깃국 한 번 끓여 드리지 못하고

잘나신 나는 헛꿈만 꾸었으니

나는 정녕 한 번도

어머니처럼은 살아보지 못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개심사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