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행복하다, 쓰고 보니
빈속으로 쏘다니던 서른에게
신발 밑창에 껌처럼 눌어붙은 가난에게
꼬부라진 술주정 소란하게 울다 잠든
누이의 말라붙은 숙취에게
차마 이유를 묻지 못했지
그럼 나 불행하다, 쓰려 하니
따순밥 고봉으로 퍼주던 어머니가 있어
어떻게든 배 꺼진 적 없고
삼십 년 전통의 국밥집은 단골 된 지 오래고
달고나 같은 사랑에 평생 이가 썩는 중이라
묻고 자시고도 없었지
그렇다면 이렇게 쓰겠네
살만하다, 거 참 살만하다
공짜 술 한잔 굽실댄 적 없지만
용의 눈깔 같은 뚜렷한 한방도 없더라
오, 닭다리 잡고 삐약 삐약
깨물고 싶은 인생은 어차피 고기서 고기
녹슨 우여곡절을 싣고 뻔뻔한 기차는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