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모 Oct 16. 2024

행복론



나 행복하다, 쓰고 보니

빈속으로 쏘다니던 서른에게

신발 밑창에 껌처럼 눌어붙은 가난에게

꼬부라진 술주정 소란하게 울다 잠든

누이의 말라붙은 숙취에게

차마 이유를 묻지 못했지       


그럼 나 불행하다, 쓰려 하니

따순밥 고봉으로 퍼주던 어머니가 있어

어떻게든 배 꺼진 적 없고

삼십 년 전통의 국밥집은 단골 된 지 오래고

달고나 같은 사랑에 평생 이가 썩는 중이라

묻고 자시고도 없었지   

  

그렇다면 이렇게 쓰겠네     

살만하다, 거 참 살만하다


공짜 술 한잔 굽실댄 적 없지만

용의 눈깔 같은 뚜렷한 한방도 없더라

오, 닭다리 잡고 삐약 삐약

깨물고 싶은 인생은 어차피 고기서 고기

녹슨 우여곡절을 싣고 뻔뻔한 기차는 가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