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이제 헐값이 되었다
골판지를 찢어 떨이가 된 사연마다
치명적인 시세로 고쳐 쓰고 싶었을 때
새들은 지도 한 장 없이
다른 생을 찾아 빈 들판을 먼 산을 넘어갔다
바람은 목적 없이 불어 오고
팽나무 아래 늙은 개는 또 누굴 기다리고
갈대밭은 풍문을 수군대며 서걱였다
혼자 사랑하고 혼자 버림받는 것에 대하여
더 다정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그리고 계절을 맴도는 빗소리까지도
할 말을 남겨둔 목숨들은 일생을 자주 오래 뒤척였다
간혹 헐값도 묵직해지는 날이면 강가에 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종일 물수제비만 뜨다가 돌아왔다